정권 바뀔 때마다 반복된 '검찰개혁' … 총리실 집중사실상 정치권력 수사 장악 논란 … 정권 겨냥 수사 차단 우려도수사·기소 분리 명분 속 책임 공방·부실 수사 가능성↑
  • ▲ 더불어민주당 장경태(왼쪽부터)·민형배·김용민·강준현·김문수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청법 폐지법안, 공소청 신설법안 등 검찰개혁을 위해 발의한 법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11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검찰해체 관련 법안들을 무더기 발의했다.

    '검찰개혁 법안'이라고 이름이 붙은 해당 법안들은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 기능을 각각 다른 기관에 분산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법안의 구조를 뜯어보면 정치권력에 의한 수사권 통제 가능성, 견제 장치의 부재, 권력기관의 비대화 등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검찰개혁, 왜 정권마다 반복되는가

    한국 정치에서 '검찰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왔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보유한 세계적으로 드문 구조를 갖고 있어 권한 남용 논란과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개혁 구호가 동원돼 왔다. 집권 초기엔 권력기관 견제를 명분으로 삼지만, 정권 말기에는 검찰 수사 확대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개혁'이 등장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가 시작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공수처 설치와 검찰 수사권 축소가 현실화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일부 복원이 이뤄지는 등 방향이 바뀌기도 했다.

    결국 검찰이 정치적 사건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는 준정치기관적 성격을 지녀온 것이 반복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개혁'이 사실상 권력투쟁의 다른 이름이 됐다는 비판도 제기되며,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검찰해체 법안' 역시 이런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청 폐지 … 수사권 분산, 통제권은 총리실로 집중

    이날 발의한 검찰 관련 법안들은 검찰청법 폐지법, 공소청 신설법,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법,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 등이다. 법안에 따르면 우선 검찰청 자체가 폐지된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한다.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이 담당하고 기소는 법무부 산하 '공소청'이 전담하는 방식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은 기존 검찰의 7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마약)에 내란·외환 범죄까지 포함해 총 8대 범죄 수사권을 보유하게 된다. 기존 검사들은 중수청 수사관 또는 공소청 검사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검사는 두지 않고 수사관만으로 조직이 구성된다. 영장청구권도 중대범죄수사청에 부여되지 않는다. 공소청 소속 검사가 수사기관의 신청을 받아 영장을 청구하며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한다. 즉 검찰조직이 기소 전담기관인 공소청과 수사전담기관인 중수청으로 분리되는 것이다.

    수사기관 간 업무 조정 및 관할권 분쟁은 국무총리 직속 '국가수사위원회'가 담당한다. 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등을 총괄·관리하며 각 기관 간 조정 및 감독 역할을 수행하고, 불기소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 기능도 갖는다. 수사를 맡은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 또는 총리 직속으로 두고,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가 되는 구조다.
    ▲ 검찰. ⓒ뉴데일리 DB

    "총리실 직속으로 사실상 정치 수사 통제" … 견제 기능 실종

    문제는 권력기관 간 견제 기능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점이다. 기존 검찰 시스템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결합돼 있어 외부 수사기관의 과도한 수사나 정치권 개입을 일정 부분 스스로 통제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번 법안에서는 총리실 산하 국가수사위원회가 수사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구조로 설계돼 국정 책임자인 총리가 사실상 국가 전체의 수사권을 틀어쥐게 된다.

    입법 논리상 독립기관으로 설계된 검찰이 없어지고 국가수사위원회라는 총리 직속 조직이 수사기관의 수사·관할을 지휘할 수 있어 권력 수사의 독립성이 실종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검찰 수사권 개편을 단기간에 법으로 처리해 여당 입맛에 맞는 '정치 시녀' 수사 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 공소 유지 의지를 꺾으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수사-기소 분리, 책임 떠넘기기·부실 수사 우려"

    수사와 기소를 나누는 구조는 이론적으로는 권력 남용 방지책으로 소개되지만, 실무상으로는 수사의 책임소재가 모호해지고 기소의 적정성 검증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행 검찰제도에서는 검사가 수사 과정부터 관여하면서 증거 확보의 적법성과 공소 유지의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수사와 기소가 분리될 경우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부실수사·부실기소가 반복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기소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영장을 청구하고 수사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공소청 검사는 수사 과정을 직접 알지 못한 채 사건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헌법상 기소는 검사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검찰을 완전히 해체하지는 못해 중수청이라는 기관을 신설하는 것"이라며 "이미 공수처가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은 중구난방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능범·부패범죄 수사 공백 현실화 우려"

    또한 기존 1,200여 명에 이르는 검찰 수사관과 검사들의 조직도 사실상 해체돼 경찰 및 신설 수사기관으로 분산된다. 특히 부패·공직자 비리 등 고도의 법리 해석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수사 영역에서 오히려 전문성과 독립성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은 검찰이 준사법기관인데 거기서 수사 기능을 빼버리면 껍데기만 남는 것"이라며 "중수청이 신설돼 자리 잡기까지 지능범·중대범죄자들이 수사망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법안은 명분상 '검찰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사·기소 모두에서 정치권력의 입김을 대폭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권을 겨냥한 수사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를 위협하는 '검찰 해체 법안'이라는 비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경진 기자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