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11일 의총 미루고 차기 원내지도부에 넘겨권성동 "갈등과 분열로 비칠 우려 고려해 결정"정작 당 비대위원장은 호소문 내고 스포트라이트일각서 쓴소리 … "말의 함정 만들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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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11일 오후 2시에 열기로 한 의원총회를 전격 취소했다. 더 이상 당내 분열을 보이기보다는 오는 16일 새로 들어설 차기 원내지도부가 이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낫다는 판단인데,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호소문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무효화 여론전에 나서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들에게 공지를 보냈다. 그는 "금일 오후 2시에 예정돼 있던 의원총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연기와 관련하여 오늘 오전 당 차원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한 만큼, 이에 대한 당의 대응과 메시지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취소하게 됐음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이어 "의원총회를 계속 진행할 경우 자칫 당내 갈등과 분열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혁신안과 차기 전당대회 일정 등을 새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것이 맞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현 원내지도부의 임기가 이번 주로 종료되는 점, 주요 현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조율이 필요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정임을 말씀드린다"면서 "지금까지 논의됐던 의원님들의 다양한 의견은, 오는 16일 선출될 신임 원내지도부에 충실히 전달해 드려 차기 지도부가 계속 논의를 해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국회에서 5시간가량 의총을 열고 대선 패배 이후 당의 대응에 대한 마라톤 논쟁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에서는 의총으로 당의 분열만 외부에 알려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민의힘이 갈등 노출을 막겠다며 의총을 취소했지만, 김용태 위원장은 호소문을 통해 또다시 여론전에 돌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 하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해석과 판단 역시 존중돼야 한다. 탄핵에 대한 반대가 계엄에 대한 찬성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 등 국가 사법부의 결정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의 당론을 결정 또는 수정하게 하는 불가역적인 판단 근거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총의를 모아 탄핵의 강을 넘어선다면 우리가 치르게 될 전당대회는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이재명 정권에 대한 강력한 대안으로서 보수가 재건되는 시작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취지에서 선배·동료 의원님들께 탄핵의 강을 건너 당의 진정한 통합을 이루고자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동의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잠깐의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기보다 차기 전당대회를 안정적으로 치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의 생채기를 낼 수 있는 발언을 혁신으로 포장해 쏟아낼 게 아니라 새로 선출될 당대표와 지도부가 스스로 혁신안을 만들고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정치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김 위원장의 말과 의욕은 모든 의원이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말을 앞세워 말의 함정을 여기저기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 차기 지도부의 혁신안이 약하느니 강하느니 평가의 잣대가 돼버린다. 말씀을 아끼고 지금은 제대로 된 지도부가 세워지도록 안정적인 정국 관리에 더 주력할 때"라고 했다.
현재 지도부가 지나치게 각자 도생을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의 갈등을 조정하고 혼란을 가라앉히는 '중간 계투' 역할을 해줘야 할 비대위와 원내 지도부가 자신들의 각자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다선 의원은 "결국 권 원내대표도 임기 말에 자신이 욕먹는 일은 그만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방향을 하루라도 빨리 정해서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원내대표는 일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고 비대위원장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즐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선에서 처참하게 패배했음에도 당의 앞날을 걱정하기 보다는 자기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