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전 끝난 후 이강인 홍명보 비호 발언"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 비난 많다. 월드컵 위해 응원해 달라"불공정 과정을 거친 홍명보 감독, 물러나지 않는 이상 꼬리표 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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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대표팀 이강인이 홍명보 감독과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연합뉴스 제공
이강인이 '작심 발언'을 했다.
한국과 쿠웨이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10차전이 끝난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강인이 뱉은 말이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감독님과 협회를 많이 공격한다. 어쩔 수 없이 우리도 협회 소속이고, 감독님은 우리의 보스다. 너무 비판을 하면 선수들에게 타격이 있다.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봐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월드컵에 가서 잘할 수 있다. 많은 응원 해줬으면 좋겠다."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로 올라선 이강인이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호했다. 이강인의 영향력만큼이나 대표팀의 상징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으니, 비판을 자제하고 응원을 해달라는 의미다. 홍 감독을 지지해 줘야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목소리. 왜? 어찌 됐든 '우리의 보스'니까.
이강인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홍명보는 '우리의 보스'가 아니다. 축구협회 '그들만의 보스'다. 홍명보는 축구팬들과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지지하는 '모두의 보스'가 될 수 없는 인물이다.
모두가 알고 있다. 불공정한 과정을 거쳐, 편법을 동원해, 탐욕의 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는 것을. 이건 '억까'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의 불공정을 조사한 뒤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K리그 뒤통수를 친 것 또한 지울 수 없는 상처다.
시작부터가 잘못된 홍명보호다. 이 사태는 당연히 비판하고 바로 잡으려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정의고, 도리이자 상식이다. 이를 외면하고 무시한 채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뻔뻔하게 버티고 있는 이가 홍명보고, 축구협회다.
이런 홍 감독을 이강인은 비판을 자제하고 응원해달라고 했다. 왜 그래야 하는가. 왜 한국 축구팬들이 홍 감독과 축구협회가 의도한 방향대로 놀아나야 하는가. 왜 가해자는 당당히 버티고 있는데 상처 받은 피해자에게 참고 인내하는 걸 넘어 응원하라고 강요하는가. 전형적인 갑질 마인드다.
이강인이 정말 착각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건 작심 발언의 '타이밍'이다. 월드컵 본선이 결정된 후 이런 발언을 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으니, 성적으로 보여줬으니, 이제 마음을 돌려달라는 촉구로 읽힌다.
이는 축구팬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 축구팬들이 월드컵 예선 성적이 좋지 못해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바라는 마음으로 홍명보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불공정과 특혜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감독 '자격'의 문제다.
즉 성적과 무관하다.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와 지금의 비판 여론은 전혀 상관이 없다. 월드컵에 진출하든, 진출하지 못하든, 홍명보의 뒤틀린 과정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성적을 아무리 잘 내도, 홍명보의 어두운 시작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성적을 냈다고 응원해달라는 건, 또 월드컵 성적을 내기 위해서 응원해달라는 건, 홍명보의 '부정'을 인정해달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잘못된 점을 고치고 나아가자는 말이 아니라, '이왕 이렇게 됐으니 그냥 가자'는 것이다. 전형적인 축구협회 마인드다.
이강인의 착각은 또 있다. 홍명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월드컵 본선에 나간다고 해도 절대 바뀌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잘못된 점을 고치지 않는 이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는 이상. 불공정이라는 꼬리표는 영원히 홍명보 뒤에 따라붙을 것이 자명하다.
쿠웨이트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4만 1911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매진이 일상이었던 한국 대표팀이다. 6만 5000석의 구장에 2만석 이상이 텅텅 비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는가.
이날은 심지어 '월드컵 출정식'이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후 열리는 첫 홈경기였다. 흥행에 참패였다. 축구팬들이 왜 이런 축제를 외면했다고 생각하는가. 이 장면은 성적으로 축구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정적 장면이다.
또 월드컵 본선에 오른 팀, 월드컵 출정식이 열린 홈구장에서 홈팀 감독 야유가 터져 나오는 국가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경기 중 홍 감독이 스크린에 비칠 때 야유가 나왔다. 이것이 불공정 홍명보의 현실이다. 한국 축구 역사상 이토록 외면받는 월드컵 출정식은 없었다.
이강인은 홍 감독과 축구협회 비판으로 인해 선수들도 경기력에 영향력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걸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호소를 하는가. 이런 기괴한 현상은 이강인이 찬양한 '우리의 보스'가 만든 일이다. 따질 거면 그에게 따지는 게 맞다. 죄 없는 축구팬들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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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대표팀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고, 불공정 논란을 일으킨 홍명보 감독 체제로 월드컵을 준비한다.ⓒ연합뉴스 제공
물론 홈 감독과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론이 바뀌지 않는 이상 홍명보호는 큰 결점을 안고 월드컵 본선 무대로 갈 수밖에 없다. 축구팬들의 하나된 지지를 받지 못하는 홍 감독이 월드컵 본선에서 성적을 낼 거라는 희망은 가라앉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강인은 '오답'을 제시했다. '정답'은 이 사태를 만든 사람이 책임지는 것이다. 홍명보가 물러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절대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월드컵 본선이 1년 남았다. 어떤 변화를 줘도 홍 감독 체제보다 나을 것이다.
이런 부정적 영향이 일어나는 것을 알면서도 버티고 있는 이가 바로 홍 감독이다. 때문에 이런 분위기는 홍 감독이 있는 한, 끝까지 갈 수밖에 없다. 성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홍 감독과 함께 가려면, 안고 가야 하는 문제다. 홍명보를 비호한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피해자들의 마음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선배 박지성을 보라.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가장 위대한 캡틴, 그리고 선수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선수다. 박지성은 한국의 월드컵 선전을 원하지 않을까. 그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박지성은 홍명보 비판 목소리를 냈다.
왜? 나무가 아니라 숲을,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봤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의 거시적 발전을 위해 최선봉에 나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렇게 불공정을 안고 가면 결국 한국 축구가 무너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박지성은 그들만의 대표팀이 아닌 '모두의' 한국 축구대표팀을 위해 희생했다. 자신이 공격받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했다. 이것이 진정 한국 축구 팬들의 위한 움직임이다.
박지성은 지금까지도 한국 축구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다. 한국 축구 전설의 품격과 가치. 다 이유가 있다. 아무나 전설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