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사망, 5명 중상 등 22명 피해이 학교 출신 21세 남, 난사 후 스스로 목숨 끊어슈토커 총리 "국가적 비극"…사흘간 국가애도기간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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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사건이 벌어진 뒤 가족들이 재회하고 있다. 250610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츠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해 용의자를 포함한 11명이 숨졌다.
로이터·A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내무부는 그라츠의 한 고등학교에서 10일(현지시각) 오전 10시께 총격이 벌어져 10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후 오스트리아 공영방송 ORF는 부상자 1명이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추가로 보도했다.
그라츠는 오스트리아 남동부에 있는 도시로, 인구 3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용의자는 이 학교에 다녔으나 졸업은 하지 못한 21세 남성으로 확인됐다. 합법적으로 구매한 권총 1정과 산탄총 1정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용의자는 자신의 과거 학급을 포함한 2개 교실에서 총기를 난사한 뒤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오스트리아 매체 크로넨차이퉁은 경찰이 범인의 자택을 수색하던 중 범인이 남긴 작별 메모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사망한 희생자 9명 중 여성은 6명, 남성은 3명이며 이 중에는 교사로 추정되는 성인 1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 2명을 포함한 최소 1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 가운데 여성 1명이 치료 중 숨졌다. 아직 치료 중인 11명 중 1명은 매우 위중한 상태이며 5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께 그라츠 역사지구에서 약 1㎞ 떨어진 한 고등학교에서 총성이 울렸다는 신고를 받고 특수부대와 구급차 등을 현장에 급파했다.
이후 경찰은 오전 11시30분께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현장은 안전하게 확보됐으며 모두가 안전한 장소로 대피 완료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의 단독 범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잘츠부르크뉴스에 따르면 용의자가 과거 학교폭력을 당했던 피해자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내무부와 경찰은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크리스티안 슈토커 오스트리아 총리는 성명을 통해 "그라츠의 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사건은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이자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준 국가적 비극으로, 우리나라 전체를 깊은 충격에 빠뜨렸다"며 "지금 오스트리아 전체가 느끼는 고통과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는 단순한 학습공간이 아닌 신뢰와 안전, 미래의 공간"이라며 "이 안전한 공간이 산산조각났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슈토커 총리는 사흘간의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참사 하루 뒤인 11일 오전 10시에는 전국적으로 1분간 묵념이 이뤄질 예정이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엑스에 "학교는 젊음, 희망, 미래의 상징"이라며 "학교가 죽음과 폭력의 장소가 될 때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고 적었다.
한편 알프스산맥 기슭에 위치해 사냥용 총기가 보편화한 오스트리아는 EU 내 총기 소지가 비교적 자유로운 국가로 꼽힌다. BBC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인구 100명당 약 30정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총기 소유율이 14번째로 높은 국가다.
다만 불특정 다수를 살상하는 총기난사사건은 거의 없었다. CNN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오스트리아 총기 살인율은 인구 10만명당 0.1명으로, 미국(4.5명)보다 크게 낮다.
2020년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IS) 동조자가 수도 빈 도심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이 사망했고, 22명이 부상했다. 1997년에는 마우테른도르프에서 36세 정비사가 6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다.

성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