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재판' 요구에도 … 대장동·위례·성남FC 재판 모두 중단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도 헌법84조 내세워 중지법조계 "사법부가 헌법, 사법 독립 포기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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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8일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데일리 DB
이재명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아온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 1심 재판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앞서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도 같은 이유로 중단된 가운데, "헌법 제84조를 앞세운 사실상의 면죄부"라는 비판이 정치권과 법조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던 이 대통령의 재판기일을 '추후 지정'으로 변경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 제84조를 적용해 기일을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일 '추후 지정(추정)'이란 재판을 연기하거나 속행하면서도 다음 기일을 별도로 정하지 않는 경우로, 법원 실무상 '추정'이라 표현하며 사실상 재판을 무기한 미루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는 전날 서울고등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을 같은 이유로 연기한 데 이어, 또다시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한 재판 중단 결정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소추'의 범위에 대해 기소만 해당되는지, 기소 이후의 재판도 포함되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왔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은 재판도 소추의 일환으로 보고, 대통령 임기 중에는 형사재판이 중단돼야 한다는 해석을 취한 것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성명을 내고 "헌법 84조는 대통령이 직무 수행 중 새로운 고소·고발로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려는 취지"라며 "선거 전 이미 기소된 사건까지 재판을 중단하라는 뜻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재판부가 헌법과 사법 독립을 스스로 포기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에 연기된 대장동 재판은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의 핵심으로 꼽힌다. 성남시장 재직 당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 위례신도시 개발 정보를 제공해 211억 원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 성남FC에 기업 광고비 명목으로 133억5000만 원을 받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 등이 주요 혐의다.
당초 해당 사건은 2023년 5월 11일 첫 공판준비기일 이후 2년 넘게 재판이 진행돼 왔다. 비교적 쟁점이 단순한 위례 사건 심리를 마친 뒤 최근 대장동 본안 심리에 돌입한 상태였다. 그러나 기일 추정 조치로 인해 백현동과 성남FC 관련 심리는 착수조차 어려워졌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30년 6월까지 재판이 사실상 정지될 경우 해당 사건은 7년 이상 공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재판은 계속 진행된다. 당초 두 사람의 재판은 24일 공동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사건만 기일을 변경하고 정 전 실장의 재판은 내달 15일로 연기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