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재직자 표시 사용자, 블라인드에 "소관 아닌데 어떡함"메타, 정지 사유도 불분명한 계정 대량 비활성화국내 대리인 "개인정보 외 문의 안 받는다" … 웹페이지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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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페이스북 소속으로 추정되는 이용자의 댓글이 달려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인스타그램의 무차별 계정 정지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페이스북(메타)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한 익명 커뮤니티에서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댓글을 남겨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지 사태의 피해자들이 계정 복구에 어려움을 겪으며 항의를 계속하는 가운데 이들을 조롱하는 듯한 내부자 발언까지 겹치자 분노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지난 7일 피해자들이 메타 측 국내 대리인의 사무실을 직접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거나, 전화로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면 어떡해요"라는 응대를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는 앞서 한 매체를 통해 전해진 바 있는 계정 정지 사태와 관련된 사례다.
이 게시글에는 페이스북 소속으로 표시된 사용자가 "본인 소관이 아닌데 어떡함 그럼ㅋㅋ", "고객센터를 가세요. 그거 단체로 넣으면 담당팀 불 나니까"라는 댓글을 달아 논란이 일었다.
블라인드는 소속사 인증 기반의 익명 커뮤니티로 가입 시 재직 중인 회사의 이메일 인증을 거친다. 댓글 작성자 아이디 옆에는 'Facebook(페이스북)'이라고 적혀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페이스북 직원인 셈이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 주요 플랫폼을 함께 관리한다.
해당 댓글은 피해자 커뮤니티에 퍼졌고 분노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한 피해자는 "놀리는 것도 아니고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격"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피해자는 "블라인드는 회사 인증을 해야 하니까 실제 페이스북 직원이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 인스타그램 계정 일시차단 안내. ⓒ뉴데일리 DB
◆메타 국내 대리인, '무응답 시스템' 전환 … "물어볼 창구 자체가 없다"
이번 사태는 5월 중순 시작돼 6월 초 절정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아동 성 착취 및 나체 이미지 게시", "계정 무결성 관련 커뮤니티 규정 위반" 등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계정이 비활성화(정지)됐으며 180일 이내에 '재고 요청'을 하지 않으면 계정이 영구 삭제된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수의 피해자들은 실제로 문제 될 콘텐츠가 없었다고 입을 모았고, 일부는 게시글조차 올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복구 과정도 문제였다. 피해자들은 메타 측 안내에 따라 신분증 제출, 얼굴 인증 등 절차를 이행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오히려 복구를 시도하는 도중 '영구 정지' 통보를 받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개인정보 상담을 맡고 있는 메타 측 국내 대리인은 과거에는 전화 상담을 제공했지만 현재는 인스타그램 고객센터 페이지 링크만 안내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대리인 측에 전화할 경우 "한국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관련 불만에 대해서만 처리하고 있으며, 그 외 인스타그램 관련 문의는 홈페이지를 통해 달라"는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피해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집단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해당 채팅방의 참가자 수는 10일 오후 기준 약 2700명에 이른다.
채팅방 참여자들은 블라인드 댓글과 대리인의 무대응 시스템이 맞물려 무책임한 대응을 보여준다고 비판한다. 한 참여자는 "(전화) 소통 창구를 막아 놓고 그 막힌 창구에 문의하라며 (댓글로) 조롱하는 직원"이라며 "두 가지가 합쳐져 완전히 무대포 대응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페이스북 관계자가 그렇게 말한 건 피해자 입장에서 화가 날 수밖에 없다"며 "본인이 10년 넘게 애정을 쏟아온 계정을 잃었다면 과연 그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라고 토로했다.-
- ▲ 메타 유료 서비스 'Meta Verified' 요금제 및 혜택 안내. ⓒ메타 홈페이지 캡쳐
◆월 15달러 'Meta Verified' 유료 가입자도 예외 없어
유료 서비스 가입자라고 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메타는 월 14.99달러부터 시작하는 유료 구독 서비스 'Meta Verified'를 판매하고 있다. 이른바 '블루 배지'라고 불리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계정 인증 ▲보안 강화 ▲채팅 또는 이메일을 이용한 고객 지원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에 따르면 유료 가입자 역시 문제 해결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 국내 이용자는 메타 서포트 상담 기록을 공개하며 "도와드리고 싶지만 지원 영역 한계로 직접적인 도움은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왔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한 이용자는 "매달 15달러를 내는 유료 가입자지만 계정 정지 이후 어떤 실질적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사는 외주 인력이었고 권한이 없었으며 상위 부서에 이관할 방법도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메타의 AI 기반 콘텐츠 검열 시스템의 오작동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다만 메타측은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실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의원실 확인 결과 메타 본사에도 관련 민원이 대량 접수돼 상황 파악에 착수한 것으로 공식 답변을 받았다"며 "메타 측의 파악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용자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