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계정정지 피해 속출 … 복구 요청엔 자동 응답만유료 고객지원도 무용지물 … "15달러 내고 복사 답변 받았다""정부·국회 나서야" 커지는 목소리 … 제도적 장치 부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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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스타그램 계정 비활성화 안내. ⓒ독자 제공
지난 5월 중순부터 시작돼 6월 초 최고조에 달했던 인스타그램 계정 '강제 비활성화' 사태가 한 달이 넘도록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계정 정지 사례가 5월 말부터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6월 3~4일 사이에 특히 급증했다는 경험담이 잇따르고 있다.
사태를 둘러싼 해석은 분분하다. 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Meta)의 인공지능(AI) 콘텐츠 필터링 시스템에 오류가 생긴 것이라는 관측부터 계정이 폭력·아동 착취 등 플랫폼 정책 위반에 해당하는 콘텐츠에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유도 해명도 없는 '가차 없는 정지' … "정지→항변→영구 정지" 사례도
이번 '계정 정지 대란'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계정 비활성화 통보를 받았다는 점이다. 대다수 피해자는 "아동 성 착취 및 나체 이미지 게시", "계정 무결성 관련 커뮤니티 규정 위반" 등 황당한 사유를 들었다. 그러나 계정 정지를 당했다는 이용자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해당 규정 위반과는 전혀 무관한 일반적인 일상이나 사업 활동 기록이 전부였다.
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한 10대 남성 이용자는 지난 6월 3일 개인 계정이 정지됐다. 그는 "디엠(DM·메시지)이 안 되고 점점 기능이 안돼서 휴대전화에 이상이 있는 줄 알았는데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들어가니 '아동 대상 성적 학대, 학대 및 나체 이미지 규정' 위반을 이유로 계정이 비활성화 됐다"고 했다. 이어 "다시 검토를 받고 싶으면 얼굴이 나오는 신분증을 찍어서 '재고 요청'을 하라고 해서 했는데 그 날 저녁 영구정지를 통보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게시물과 릴스 등은 하나도 올려본 적이 없고 스토리도 잘 안 올린 개인 용도의 공개 계정이었다"면서 "메타 측이 그냥 하루라도 빨리 계정을 풀어 줬으면 좋겠다. 기다리는 것도 점점 지치고 화낼 힘도 없다"고 호소했다.
네일아트샵을 운영하는 한 20대 여성 자영업자는 "디엠으로 예약을 받았는데 하루아침에 계정이 정지돼서 일이 완전히 마비됐다"면서 "손님들과의 대화나 문의 내용이 모두 디엠에 남아있는데 모두 찾을 수 없는 상태라서 막막하다"고 했다. 이어 "왜 인스타 아이디가 없어졌느냐면서 직접 찾아온 손님도 있었다"며 "예약 정보나 대화 내용이 모두 인스타에 있어서 반드시 계정이 복구돼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한 피해자는 지난 3일 "계정 무결성 관련 커뮤니티 규정 위반으로 정지됐고 신분증과 사진 등을 보냈고 24시간만에 복웠됐었다"면서 "이제 해결됐다고 생각하고 디엠으로 주변인들에게 계정이 활동 정지됐었다고 설명하던 중에 강제로 로그아웃이 됐고 당시 '아동 대상 성적 학대, 학대 및 나체 이미지에 관한 커뮤니티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지당했다"고 했다. 그는 "재고해달라고 신청하니 영구정치 처분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쇼핑몰 광고를 돌리지 못 하고 있다", "작업물 전달을 못 하고 있다"는 등 여러 피해 사례로 속출했다.-
- ▲ 인스타그램 계정 일시차단 안내. ⓒ독자 제공
◆해외도 똑같은 상황 … "문제 해결창구, 사실상 전무"
국외 사례도 비슷하다. 해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 등지에도 비슷한 이유로 계정이 정지된 이용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해외 이용자들은 이번 사태를 '인스타그램 정지 대란(Instagram Ban Wave)'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 이용자는 "이번 사태를 직접 겪었다"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사실상 전무하다"고 밝혔다. 해당 이용자는 매달 15달러를 내고 메타의 유료 고객지원 서비스에 가입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커녕 복사된 답변만 반복해서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응대하는 직원들은 외주 계약을 맺은 인력으로 메타 공식 고객센터에 게시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인 답변만 보낼 수 있을 뿐"이라며 "문제를 해결할 권한도 이를 상위 부서로 전달할 수 있는 권한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료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답답했다"고 덧붙였다.
메타가 운영하는 유료 구독 서비스 '메타 베리파이드(Meta Verified)'는 월 14.99달러(앱 기준)의 요금제로 △계정 인증 △보안 강화 △직접적인 고객 지원 △콘텐츠 노출도 향상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또 다른 이용자는 "3~4년간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 계정이 정지됐다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곧바로 재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얼굴을 좌우로 돌리는 영상 촬영을 요구받아 지시에 따라 영상을 찍었는데 결과는 계정 영구 정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에는 어떤 추가 항변 기회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메타의 AI 기반 콘텐츠 검열 시스템의 오작동을 지목하고 있다. 메타가 인건비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AI가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했거나 콘텐츠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선량한 사용자 계정을 '위험'으로 오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문제는 계정 비활성화 이후의 대처였다. 피해자들은 메타 측에 복구 신청을 해도 명확한 답변을 받기 어려웠고, 설령 답변이 오더라도 자동화된 형식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재고 요청을 해도 '영구 비활성화' 통보만 받거나 아예 아무런 피드백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입을 모았다.-
- ▲ 인스타그램 계정 일시 차단 안내.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정부·국회에 호소 … "제도 장치 시급"
현재 피해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연대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참가자 수는 9일 오후를 기준으로 약 2500명에 달했다.
이들은 메타에 대한 법적 대응과 함께, 한국 정부와 국회에도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오픈채팅방 참여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을 넣으니 한국소비자원으로 이관되었다는 안내를 받았다"면서 "이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참여자는 "방통위 말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의원들에게 제보해야한다"면서 "방통위는 일반 공무원들이 일하는 곳이라서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방통위에 민원을 넣으면 소비자원으로 가라고 하고, 소비자원은 또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고 하거나 형식적인 답변만 줄 것"이라며 "해외기업인데 상식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실에서 알려드립니다'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고 "현재 인스타그램 계정을 무차별적으로 정지하는 등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의원실에서 확인한 결과 메타 본사에서도 관련 민원들이 대량 접수돼 상황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공식 답변을 받았다"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으며 메타 측 상황 파악 결과가 나오는 즉시 이용자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제자리걸음이다. 피해자들은 각종 민원 창구를 전전하고 있지만 명확한 책임 주체는 보이지 않고 메타의 대응도 사실상 멈춰 있는 상태다. 계정 복구는커녕 답변 하나 받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이며 그 사이 피해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