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비관세 장벽, 한국 수출에 직격탄방위비 증액 요구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 우려 美, '안미경중은 中 덫'… 실용외교 한계 노출G7 무대서 다자 공조, 국익·동맹 균형 해법은?원칙 있는 국익 외교로의 전환, 첫 시험대 올라
  •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1일 만인 오는 1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으로 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한다. 이번 G7 회의는 단순한 상견례를 넘어 새 정부가 외교·안보·경제의 복합 현안을 단숨에 감당해야 하는 고난도 시험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발 고율 관세 협상,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및 병력 조정 문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 속 한국의 입지 설정 등 '3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7월 관세 데드라인 임박 … 자동차·철강 타격 현실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가 유예 종료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와 관련해 한국을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 중 하나로 지목하며 자동차·부품·철강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25% 관세에 전기차 보조금 정책 등 비관세 장벽까지 더해져 현대차·기아 등 국내 자동차 업계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우려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제232조를 근거로 철강(25%)·알루미늄(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는데, 지난 4일 부로 이를 50%로 대폭 인상했다. 한국 철강업체들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연간 철강 수출 물량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 수준으로 쿼터(상한)를 두기로 합의함으로써 간신히 대응했지만 추가 인상 시 대미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 반도체에 직접 관세가 부과된 사례는 없지만,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미·중 경쟁의 영향으로 비관세 장벽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입수를 막기 위해 수출통제와 해외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동맹국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로 중국 시장에서 첨단 장비 반입 제한을 받고 있어 사실상 무역장벽을 겪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은 관세 없이도 한국의 주력 산업에 중장기 리스크가 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전부터 한미 양측 실무진은 7월 초 관세 유예 종료 시점을 목표로 관세·비관세, 경제안보, 투자, 환율 분야에서 실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산 에너지·조선 수입 확대 등의 상쇄 조치를 제시하며 트럼프 진영과 관세 유예 연장 또는 재협상을 타진해 왔다. 그러나 6월 한국 대선 등 정치 일정으로 협상이 다소 지연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관세를 '무역 불균형의 보복으로 정당화해 온 만큼 실질적인 양보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은 미국 관세의 타격을 받는 G7 파트너들과 공조해 다자 차원의 설득을 시도할 시험대라고 볼 수 있다. 다자무역 체제 복원,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공조 등을 제안함으로써 미국의 관세 인상이 동맹 전체의 이익을 해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되 EU, 일본과 함께 무역장벽 축소 공동성명 등을 도출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면서도 관세 철회를 끌어낼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방위비 5% 압박에 '주한미군 감축설'까지 재부상

    두 번째 고비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주한미군 역할·주둔 조정 문제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약 2.7% 수준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역할에 대한 불만과 함께 한국을 사실상 '안보 무임승차국'으로 규정하고 있다.특히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주한미군 4500명 괌 이전 검토설'은 충격을 안겼다. 미 국방부는 '현 단계에서 결정된 바 없다'며 이를 공식 부인했지만, 중국 억제를 위한 주둔군 태세 조정 필요성을 함께 언급한 점은 향후 병력 감축이나 재배치 논의의 불씨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에서 일본 등 지역 동맹국들과 안보 협력을 논의하며 동맹의 집단적 억제력 강화를 위한 한국의 기여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미국의 일방적 증액 요구를 완화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호혜성과 과거 정부가 유지해 온 '주한미군의 역외 개입 제한'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동맹의 공정한 비용 분담이라는 명분을 무시하지 않는 절충해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설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양자회담 등을 통해 한국의 우려를 전달하고,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에도 이익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방위비 협상도 동맹 공조 속에 원만히 해결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과도한 요구의 역효과를 우회적으로 경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주한미군에 대해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쓴 전력이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압박이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논란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환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화하고 있다. ⓒAP/뉴시스

    ◆미중 균형외교 한계 … 美, 한국에 대중 견제 압박

    마지막 과제는 미중 전략 경쟁 속 한국의 위치 설정이다. 미국은 반도체·AI·첨단기술을 중심으로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고 있고, 한국에도 더욱 분명한 태도와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AI 등의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으며, 이른바 '칩4 동맹'(미·일·한·대만 반도체 협력)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했다. 또한 대중 수출통제와 해외 기술투자 제한 등으로 중국의 기술 접근을 차단하고, 동맹 간 경제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안보 면에서도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와 오커스(AUKUS, 미·영·호주 군사동맹) 등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질서를 강조한다. 타이완 해협,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를 막기 위해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더 분명한 입장 표명과 기여를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이라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강조해 왔으나 미중이 모두 모호한 태도를 용납하지 않는 국면에서 균형 전략은 급격히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이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안미경중은 중국 공산당의 덫에 걸려드는 것"이라며 동맹국들의 안미경중 노선에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보냈다.

    특히 지금은 첨단기술이 군사와 민간 용도를 겸할 수 있게 되면서 전에는 비전략 분야로 간주되던 농업·에너지·통신·인공지능도 군사 전용 가능성만 있다면 전략물자(이중용도 품목)로 취급되는 추세다. 또한 중국 정부는 안보를 명분으로 핵심 물자의 수출을 제약해 온 만큼 중국과의 어떠한 경제 협력도 중국의 안보 논리에서 자유롭기 어려우므로 안미경중 전략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에 따라 이번 G7에서 이 대통령은 '전략적 명료성'과 '경제안보 다변화'를 통해 실용외교의 방향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공동 대응하는 G7 차원의 원칙을 세우자고 제안해 향후 중국이 한국에 보복할 경우 국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다. 첨단기술 공급망 협력, 경제적 강압 대응 연대 등에는 참여하되 중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은 피하는 고도화된 균형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동맹 복원과 국익 방어 동시에 … 첫 다자외교 시험대

    이 대통령의 이번 G7 회의 참석은 한미동맹 복원, 통상 현안 해결, 전략적 외교의 분기점에 서 있다. 단기 성과는 관세 협상과 주한미군 방위비 재협상에서 중장기적 해법은 미·중 갈등에서의 외교 좌표 설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겨냥한 미국의 압박, 그리고 선택을 유보한 채 실용만을 외친 한국의 기존 외교전략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재명 정부가 이번 회의를 통해 '실용 외교'에서 '원칙 있는 국익외교'로 전환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