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 야당 몫" … 정청래 "웃음 나왔다" 일축민주당 '입법 독주' 경고 … 야당, 법적 강제 수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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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습 ⓒ뉴데일리 DB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이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대통령, 국회의장, 과반 의석까지 손에 쥔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마저 고수하자 견제와 균형의 헌정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수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은 이를 막기 위한 마지막 견제선을 자처하고 나섰으나 법적 강제 수단도, 현실적 힘도 없는 상황에서 지켜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9일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야당에 넘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야가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나눠 맡아온 국회 관행에 따라 입법부 최소한의 균형을 회복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피식~ 웃음이 났다. 난 반대일세"라는 짧은 SNS 글로 국민의힘의 요구를 일축했다. 견제보다는 조롱에 가까운 반응이 돌아오자 야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사실상 통법부를 선언한 것"이라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행정부 견제를 위해 이제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돌려주고 법사위를 정상화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민주당은 국회 관행보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더 중요하다며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독식했다"며 "헌정사 줄곧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여야가 나눠 맡아 상호 견제해 왔다. 민주당이 이 관행을 무시하면서 여야 협치는 사라지고 민생 법안도 숙의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 193석 초거대 여당, 국회의장에 법사위원장까지. 이를 모두 독식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고 국회를 이재명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일"이라며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내놓지 않겠다는 것은 이재명 정권이 무소불위 독재 정권임을 자인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법사위원장은 국회의 모든 법률안이 본회의 상정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체계·자구 심사의 최종 관문을 맡는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법사위원장은 안건의 심사 여부를 사실상 좌우하는 '게이트 키퍼'이자 국회 내 실질적 영향력이 막대한 자리다. 전통적으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나눠 맡으며 삼권분립의 상징적 견제 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야당의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후보인 서영교 의원은 전날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맡고 있는 것은 2024년 총선 이후 협상한 결과"라며 "상임위원장은 2년 단위로 협상해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며 1년 만에 이를 돌려달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의 독점 구조가 견제 기능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완전히 장악한 상태에서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법사위원장 정도는 야당에게 줘야 한다. 법적인 규정은 없지만 국회 내 권력 균형을 맞추기 위한 관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이론적으로도 옳다. 문제는 지금 국민의힘이 견제를 위한 실질적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라며 "민주주의 핵심가치는 소수의 의견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데 있고 그 최소한의 장치가 법사위였다. 하지만 지금은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조차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교체를 주장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점이다. 법사위원장은 상임위원회에서 위원들의 투표로 선출되며,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보고하면서 확정된다. 현재 상임위원회 중 민주당 비중은 60% 이상이며 국회의장도 민주당 소속이기에 국민의힘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 사이 민주당은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현직 대통령 형사 재판 정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가 여당에 의해 장악된 상태에서 이른바 '이재명 방탄입법'이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까지 담당하면 국회는 모든 게 다 통과되는 구조가 된다"며 "지금처럼이라면 민주당이 원하는 건 뭐든지 가능한 세상으로 가는 것"이라고밝혔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