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해일, 조류 충돌, 지반 침하 등 문제 투성이활주로 하나짜리 건설에 13조김해공항 활주로 증설하면 될 일을 왜 이렇게까지무안공항 참사 보고도 새만금공항 추진 시작
  • ▲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 현대건설

    《공항 건설이 포퓰리즘 정치의 희생양인가?》

    우리나라에는《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인천공항과《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공항 등 총 15개 공항이 있다. 

    이 중 8개 공항은 민·군 공용 공항이며, 7개 공항(광주·울산·여수·포항·군산·사천·원주)은 국내선 전용이다. 

    인천·김포·김해·제주·대구를 제외한 모든 공항들이 만년 적자이다.

    지난 코로나 3년 기간에는 제주공항을 제외한 모든 공항들이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많은 공항들은 정치인의 이름을 딴 별칭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은《한화갑 공항》, 양양공항은《김영삼 공항》, 울진공항은《김중권 공항》, 예천공항은《유학성 공항》, 건설계획이 백지화된 김제공항은《정동영 공항》등이다. 

    과거 유력 정치인들이 국토의 균형발전·해외여행 편의·관광산업 발전·지자체 세수 확보 등 그럴싸한 구실로 자신의 출신지역에 공항 건설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예천공항은 항공사 취항 중단으로 2004년에 민간공항은 폐쇄하고 공군비행장으로 전환되었고, 울진공항은 비행훈련원 비행장이 되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추진하다 무산된 김제공항은 최근《새만금공항》으로 재등장했고, 무안공항은 만년적자 공항임에도 정부가 KTX 무안공항역 건설에 2조5천억원을 쏟아 붓고 있다.

    이처럼 항공수요보다는 포퓰리즘 정치 도구로 건설되는 공항이 적지 않다. 

    특히 내륙공항들은 KTX와의 경쟁에서 밀려나 김해공항을 제외하고는 개점휴업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70년대 초반이래 30여년을 항공업계에 몸담았던 필자의 시각으로 무분별한 공항 건설의 문제점들을 되짚어 본다.



    ▲ 무안공항 참사 현장 ⓒ 자료사진

    ■《무안공항》사례

    작년에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은 공항 건설에 약 3,000억원이 들었는데, KTX 무안공항역 건설에 2조5천억원 이상이 들었다

    2007년 11월 무안공항 개항식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은 “광주·전남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인천·김해 공항과 함께 대한민국 항공 물류의 위상을 더욱 높이게 될 것” 이라고 했지만, 무안공항은 개항 후 17년 동안 단 한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무안공항은 개항 후 목포공항을 대체하는 국내선 전용 공항으로 사용되다가 2008년 5월 무안·광주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광주공항의 국제선 노선이 이곳으로 이전되었다. 

    무안공항 건설은《KTX 오송역 사례》와 함께 지역이기주의 및 지방자치제의 문제점을 드러낸 최악의 사례이다.

    1999년 착공한 무안공항은 2004년 감사원이 개항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지만,《한화갑 공항》이란 이름답게 노무현 정부는 2007년 11월 개항을 강행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무안공항을 아시아나항공의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 고 공약했었다. 

    그러나 무안공항의 2023년 적자 규모는 253억원으로 전국 공항 중 1위이다. 

    공항 건설 당시 예상 연간승객수 992만명은커녕 지난 17년간 총 누적승객수가 400만명 미만으로 예상 연간승객수의 절반도 안 된다

    의도적 조작이 아니라면, 엉터리 탁상행정이 도를 넘는다.

    철새 도래지인 외딴 습지보호구역에 건설된 무안공항은 누적적자와 조류충돌 발생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공항이 되었고, 무안공항 사고 20일전 해양수산부는 무안갯벌의 습지보호구역을 42㎢에서 113.34㎢로 확대 지정했다. 

    이런 사유로고추 말리는 공항이라 일컬어져 왔다.

    그런 무안공항이 개항 17년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8일  무안~방콕 정기편 매일 운항(제주항공)을 시작했고, 그 후 불과 3주 만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 새만금 국제공항 조감도. ⓒ 전북자치도

    ■《새만금공항》사례

    전라도에고추 말리는 공항은 무안공항 하나로 족하다는 비아냥 속에 2019년 문재인 정부는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지정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추진하다 무산된 김제공항이《새만금공항》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민주당은 2025년 예산에 새만금공항 건설 514억원,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건설 857억원 등을 배정했다.

    김제공항은 김대중 정부 당시 2002년에 국토부가 약 480억원을 들여 15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공항부지를 매입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대로 이명박 정부 들어(2008년) 계획이 백지화 되었다. 

    그 후 문재인 정부에서 전북권 공항을《새만금공항》으로 결정하면서 김제공항 부지는 공항부지 지정이 폐지됐다.

    새만금공항 부지는 인근 8km 이내에 조류의 서식처이자 철새이동통로로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지정된 118㎢ 면적의 새만금호와 서천갯벌이 위치하고 있다.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다른 공항부지보다 새만금신공항 부지가 조류충돌 위험이 더 크다고 평가한 바 있다.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금강 하구에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 가덕도 연대봉에서 바라본 가덕도신공항 예정지. ⓒ 연합뉴스

    ■《가덕도신공항》 사례

    지난 5월 현대건설이 "지역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공항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요구와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부산《가덕도신공항》용지조성공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국토교통부가 내건 공사기간(84개월)을 2년 연장하는 기본설계안을 제출했지만,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형공사를 건설회사가 스스로 포기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가덕도신공항》공사는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면적의 바다를 매립하여 방파제와 공항시설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공항부문 조성 사업비만 13조5천억원으로 주변 철도 등 기반시설까지 합치면 16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형프로젝트이다. 

    더욱이 작년 말《무안공항 사고》당시 제기되었듯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의 권고에 맞춰 활주로 양단에 국토부 권고기준(240m)보다 긴 300m 이상의 종단안전구역을 확보하게 되면, 이에 따른 막대한 추가 매립 예산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특히 해상공항의 특성상 활주로 양단에 종단안전구역을 300m 이상으로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착륙하는 항공기가 수장될 위험마저 있다.

    우선,《가덕도신공항》은 바람과 파도가 낮은 내해(內海)가 아닌 외해(外海)에 건설되어 깊은 수심과 연약지반층 때문에 엄청난 양의 매립과 기초토목공사가 필요하여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인천공항의 평균수심은 1m이고, 홍콩 쳅락콕공항이 수심 10m에 연약지반층이 20m 내외임에 비해,《가덕도신공항》부지는 평균수심이 17m(최대수심 21m)이고 연약지반층이 30~45m에 달한다.

    또한 내해에 건설된 해외 공항들은 활주로 높이가 해수면 위 10m 미만이지만, 가덕도신공항은 해일 위험 등을 고려해 해수면 위 30~40m까지 높여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엄청난 양의 성토(盛土)와 지반보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활주로가 수면으로부터 높게 위치하여 바람의 영향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게다가 공항 위치가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에서 약 7㎞ 떨어져 있고 인근에 맹금류 서식지도 있어, 항공기의《조류 충돌(Bird strike)》위험성도 높다.

    당초 이런 불리한 환경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활주로 한 개의 해상공항을 건설하여 세계적 허브공항을 만들겠다는 계획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기상조건이나 기타 이유로 활주로가 폐쇄되면 공항 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뒤늦게 활주로 추가 건립을 포함하여 공항부지 면적을 667만㎡에서 1102만㎡로 대폭 확대하는《2단계 확장 마스터플랜》수립에 착수한다고 하지만 추가 매립 등 막대한 추가예산과 시일이 소요된다.

    이와 같은 건설 계획 상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하늘길과 바닷길·육지길이 만나 세계적 물류허브가 될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이 허구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항공여객 수요의 경우 전체인구의 약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며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있음에 반해 부·울·경 지역 전체인구는 800만명을 밑돈다. 

    게다가 국토 동남쪽 끝에 위치한 외진 섬에 외국항공사들이 얼마나 취항할지도 의문이다.

    항공화물의 경우에도 항공운송 대상인 반도체·의약품·특수화물 등 고가물품들이 수도권 인근에서 주로 생산되기 때문에《육지길》을 이용해 가덕도까지 운송할 이유가 없다. 

    또한 인천항이나 평택항 경유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 운송되는 중국의 전자·반도체 제품 등이 가덕도를 경유해 운송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 울릉지역 최대 토목공사로 2028년 개항을 앞두고 있는 울릉공항 건설현장 전경 ⓒ뉴데일리

    ■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결자해지의 과제

    2016년 정부로부터 동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 용역을 맡은《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2021년 4월 재보선과 2022년 대선을 의식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주도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하는 특별법까지 입법해가며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당초 2035년 개항 목표로 추진되던 신공항의 개항 시점을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이전으로 정하고 공항 조기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해왔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지난 입찰에서 총 4차례의 유찰 끝에 현대건설이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어,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건설의 공사 포기로 재입찰이 이루어져도 공사의 난도와 촉박한 공사기간 등으로 또다시 유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2023년 11월 부산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이후 지금까지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2029년 말 개항》방침을 고수해 왔다.

    지난 2021년 7월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찾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는 “국토균형 발전을 위해 동남권신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 면서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시위에 대해 "환경단체 측 우려, 문제 제기도 나름의 타당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우려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가덕도신공항 관련 논란을 해소할 해법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 인터넷에 올라오는 고추 말리는 공항 사진. 합성 사진으로 보인다. 하지만 엉터리 공항 건설의 문제점을 적절하게 비꼬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

    공항 건설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건설을 밀어붙여 결국 세금만 퍼먹는 공항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항부지 총면적은 약 106㎢에 달하며 이중 만년 적자를 기록하는 11개 공항의 부지면적은 약 34㎢에 달한다. 

    이들 11개 공항이 여의도 면적(2.9㎢)의 약 12배의 땅을 점유하고 매년 약 1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다수 지방공항이 안전 문제와 누적적자 수렁에 빠져있음에도, 정치권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공항으로 흑산공항·울릉공항·백령공항·서산공항·대구경북신공항·제주제2공항 등이 있다. 

    공항을 지어놓는다고 항공사나 승객이 몰려드는 건 아니다. 

    공항 망국론이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덕도신공항 공사를 계속 추진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정책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국회가 그동안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인 모습은 이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인지를 의심케 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부와 민주당이 가덕도신공항 건설 문제에 대해 결자해지의 각오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이런 합성사진도 무분별한 공항건설의 문제점을 한 눈에 보여준다.
이철영 칼럼니스트 / 자유언론국민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