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다툴 때 아니다""총선·계엄 사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책임""계파 다툼 지양해야 … 본질 흐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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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흥수 국민의힘 상임고문. ⓒ뉴시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에서 소수야당으로 전락한 가운데 당내 혼란과 분란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승리 후 곧바로 입법 드라이브에 돌입해 '대법관 증원법'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했고, 이른바 '방탄입법'으로 불리는 사법부 관련 법안들도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소수야당이 된 국민의힘으로서는 실질적인 견제력 확보가 시급하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대선 패배 책임론과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격화되며 오히려 분열 조짐이 커지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임이자·최형두·최보윤 비대위원과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비상대책위원들도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당은 전면적인 지도부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후에도 갈등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책임 공방과 당권 경쟁이 이어지면서 장기 내홍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유흥수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8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겸허한 태도로 국민의 뜻을 받아들이고 내홍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지만 여전히 국민의 절반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보여야 할 것은 반성과 단합이지 당권을 두고 다투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유 상임고문은 또 "절반 가까운 지지를 보내준 국민에게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싸우는 모습 보이지 말고 자숙하고 조용히 있다가 어떻게 당을 살릴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것 자체가 원로이자 고문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 ▲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절하고 있다.ⓒ뉴시스
실제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41.15%를 득표하며 초반 본선 경쟁력 우려를 딛고 보수·우파 결집의 중심에 섰다. 막판 결집이 이뤄지며 국민의힘은 여전히 보수 유권자들로부터 일정 수준의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도 나왔다.
유 상임고문은 "지금은 당권을 가지고 싸울 때가 아니라 당을 어떻게 재건하고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할 시점"이라며 "당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대선의 근본적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단호히 말했다.
유 상임고문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총선을 망쳤고 계엄 논란으로 조기 대선까지 오게 만들었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분명하다"며 "그 결과 탄핵을 당했고 당을 떠났다. 이제는 국민의힘이 아니다. 그런데도 친윤(친윤석열)이냐 친한(친한동훈)이냐를 놓고 싸우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대선 패배와 관련해 "국민께서 '불법 계엄'과 '그 세력을 옹호한 구태 정치'에 대해 단호한 퇴장 명령을 내리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친윤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친한계 인사로 분류되는 한지아 의원도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참패의 원인은 구태 세력에 있다"며 "이들이 선거를 진두지휘한 상황에서 국민께 표를 부탁드리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당내 균열은 표결로도 드러났다.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상정된 채해병특검법, 내란특검법, 김건희특검법 등 3개 특검법에 대해 국민의힘은 '반대 당론'을 정했으나 친한계와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며 이탈했다. 당론조차 지키지 않는 모습에 계파 간 갈등은 더욱 표면화됐다.
이에 대해 유 상임고문은 "지금 필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태도와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진짜 국민을 위한 보수·우파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지금은 당권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책임에 집중하며 당을 재건하고 살릴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