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당선 전 진행 재판, 정지돼야" 주장이헌 변호사 "불소추특권, 당선 전 재판 해당 안 돼""재직 중 행해지는 기소에 한해 예외 인정해야""특권 계층 창설해 헌법상 평등권 위반 소지 높다""대북 송금 사건, 외교 문제 가능성…재판서 소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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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형사상 소추에 재판이 포함된다고 하는 것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헌법 교과서와 헌법 주석서에 전부 소추는 기소와 동일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 전 받던 '5개 재판'에 대해 민주당이 "진행 중인 재판이 모두 정지되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통령 당선인은 형사 재판이 중지되는 것이 다수설'이라고 주장했는데,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은 재직 중 행해지는 기소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변호사는 중앙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제16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제12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검증 특별위원회' 위원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 ▲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 ⓒ이헌 변호사 제공
◆ "당선되면 재판 중지된다는 李 주장, 어불성설"
5일 법조계·정치권에 따르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형사재판과 관련해 이날 "이미 대통령에 취임했기 때문에 헌법 제84조에 따라 소추는 정지된다. 이 사안은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는다"며 "진행 중인 재판이 모두 정지되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선 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위증교사 사건 항소심 ▲대장동 뇌물 사건 1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1심 등 총 5건의 재판을 받아 왔다. 이 당선인이 받는 혐의는 총 12가지다.
다만 이 당선인은 헌법 84조를 이유로 5개 재판이 중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재판이)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대통령 불소추 특권으로 불리는 헌법 84조를 두고 한 말이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헌법 교과서·주석서 어디를 찾아봐도 소추에 재판이 포함된다는 말이 없다"라며 "따라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형사재판이 중지된다는 것이 다수설이라는 주장은 있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헌법주석서는 2010년 법제처가 한국헌법학회 전문 연구팀을 통해 헌법 조문별로 입헌 취지, 비교법적 의의, 관련 판례 및 학설 등을 객관적 입장에서 기술하려는 취지로 발간했다.
이 변호사는 "오히려 헌법주석서를 보면, 헌법 제84조에서 말하는 형사상의 소추는 기소를 의미한다는 것이 명백히 나와 있다"고 말했다.-
- ▲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방탄법', 헌법 위반이 될 소지 다분"
이 변호사는 "민주당은 최근 법 개정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시키려 하고 있다"며 "헌법 위반이라고 볼 소지가 굉장히 높다. 이는 특정인만의 재판을 중지시키는, 특권 계층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 평등권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된 직후부터 이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시키기 위해 법률 개정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달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표결에서 해당 법안은 재석 10인 찬성 10인으로 통과됐다. 법안은 국회 마지막 절차인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해당 법안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6항을 신설해 현직 대통령에게는 공판 절차가 중지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같은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도 전체 회의를 열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적용된 혐의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조항(250조 1항)에서 '행위'(行爲) 부분을 삭제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만일 이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기 전에 허위사실 공표죄 조항 문구를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공포되면 유죄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은 면소(免訴·법 조항 폐지로 처벌 불가) 판결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법률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두 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대통령의 공포를 통해 법률로서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통상 소추는 기소에만 포함되는데, 재판까지 포함해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인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다수당을 앞세워 본인의 '방탄 입법'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대법원이 '불법 대북송금'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징역 7년 8개월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판결을 들며 이 대통령이 재판에 임해 사법리스크를 스스로 덜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이 대통령도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대북송금 사건은 외교적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일국 대통령으로서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며 "이 대통령이 재판에 성실히 임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