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탄락에 탈당 … 우파 정치사 큰 오점""107명 의원 똘똘 뭉쳐 근본에서 새 출발 해야""모든 당직 내려놓거나 총사퇴 정도의 각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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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오 전 국회의장. ⓒ뉴데일리
국민의힘이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대대적인 내부 손질에 돌입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우파 원로들은 '당 해체 수준'의 강도 높은 쇄신이 뒷받침돼야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파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7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과정 내내 단일대오나 일사 분란함을 찾아볼 수 없었던 점을 곱씹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경선에 참여했다가 탈락하더라도 정권 탈환을 위해 단일대오를 구축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합류해 이 대통령과 당을 도왔다.
반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했다가 최종 경선에 오르지 못하자 탈당 후 미국으로 떠났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김문수 전 대통령 후보에게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거부했다. 추후 독자적인 유세 지원에 나서거나 김 전 후보와 공동 유세를 통해 전면에 나섰지만 시기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김 전 의장은 이런 점을 겨냥해 "이번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제외하더라도 후보군에 준하는 사람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경선에 나와서 떨어졌다고 탈당하고 이런 것은 우리 정치사에 아주 큰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떨어지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그래도 경선에서 떨어졌다고 180도로 바뀌면 그간 자신을 지지해 줬던 지지자들에게는 엄청난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라며 "인간에 대한 불신을 이런 식으로 주게 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 ▲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나경원 등 공동선대위원장들이 3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출구 조사 결과를 보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종현 기자
김 전 의장은 국민의힘이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107명의 국회의원이 하나로 뭉쳐 '재창당 수준'의 처절한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말로만 반성하고 탈바꿈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국회의원 총 사퇴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의힘은 현재 역사상 최악의 위기"라며 "민주당은 대통령사에서 탄핵당한 대통령이 하나도 없는데 국민의힘은 연속해서 두 번을 당했다. 아무런 반성이 없으면 안 된다. 근본에서부터 모든 걸 새 출발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107명의 국회의원이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며 "그렇게 똘똘 뭉치기 위해서는 전원 사퇴 사직서를 써서 한 사람한테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장은 "이 정도 비상한 각오와 결심을 가져야 한다"며 "'모든 당직이나 직분을 내려놓겠다' '이 선거를 책임지고 국민이 불출마를 원하면 불출마까지 하겠다' 등의 각오를 보여야 국민이 돌렸던 관심과 마음을 다시 가질까 말까 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문수 전 후보를 포함한 당직자들을 향해서도 "대선 패배 이후 '모든 당직을 포기하겠다' '나를 밟고 가라' 이렇게 했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부터 잘못됐다.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벗어 던지지 않으면 그 당은 보나 마나 뻔하다"라며 "'당이 잘 되는 길이라면 뭐든지 하겠다' '당을 잘 되게 하기 위해서 뭐라도 시키면 하겠다' '정계를 떠나라고 하면 떠나겠다' 정도의 각오를 보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질타했다.
김 전 의장은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며 "자유민주주의의 신념과 이것을 지키려고 하는 의지도 안 보인다면 이 당은 해산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에 대해서도 적절한 타협과 정확한 문제 제기를 통해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의장은 "이제 소수 여당도 아니고 소수 야당이 됐다"며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당내 논의를 거쳐 과감히 받아주고 아닌 것에 대해선 정확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대법관 증원, 대법원 개편과 같은 것은 삼권분립의 기둥 중 하나인 사법부를 흔드는 것인 데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잘 됐다, 잘못 됐다의 문제를 떠나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권력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원칙인 사법부를 바꾸는 형태를 제대로 지적하고 문제 삼아야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전 의장은 또 "이런 중요한 문제는 정치적 입장이 분명한 의원, 정치인이 하겠다고 나설 것이 아니라 전문 학자들과 충분히 논의한 후 결정해야 한다"며 "야당이라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간파해서 문제를 삼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