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선거법 재판-국무회의 심의 속도전 가능성헌법 제89조, 법안 국무회의 필수 심사 명시탄핵 정국서 국무회의 정족수 11명으로 해석 현재 국무위원 15명 中 14명이 尹 정부 장관차관 대리 출석 가능하지만 정족수 포함 안 돼법안 정부 이송 시 최대 15일까지 시간 지체
  •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밥을 먹으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방탄법' 통과 시점을 고민하지만 정작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공포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이 14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해당 법안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5명 이상의 장관이 국무회의에 불참하면 의결정족수 11명을 채우지 못해 법안 심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무위원 수는 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 출신 장관 14명을 포함해 총 15명이다. 이들은 이날 이 대통령 주재 첫 국무회의를 가졌다. 새 정부와 전 정부 인사들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시키는 것이 여당의 당면 과제로 급부상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모두 국회 상임위에서 처리하고 본회의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형소법 개정안은 대통령 임기 중 모든 재판의 효력이 중지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선거법 개정안은 허위사실 공표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형소법 개정안은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이 대통령의 근심을 덜어줄 수 있다.

    선거법 개정안은 당장 코앞에 닥친 선거법 허위사실 유포 관련 이 대통령의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 판결의 근거 규정을 없애 면소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선거법 재판 첫 파기환송심은 오는 18일로 예정돼 있다.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한 만큼 유죄 가능성이 높다. 선거법은 벌금 100만 원 이상 선고 시 당선이 무효화 되고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대법원이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하면 이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내려놔야 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초기, 부정적 여론을 상쇄하고 국정 동력을 얻고자 해당 법안의 처리 시점을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에서는 한가하게 날짜를 세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켜도 법안이 공포돼야 법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두 법안은 모두 부칙으로 공포된 날부터 시행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에 "지금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고 있을 시점인가"라면서 "당장 선거법 파기환송심이 13일밖에 안 남았고, 대법원이 이후 빠르게 확정 판결을 낼지 모른다. 그 전에 법안을 확실히 공포하지 않으면 모든 게 한순간 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장 국무회의에서 법률 심의가 문제다. 헌법 제89조는 법률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는 11명이다. 법제처가 법률과 대통령령을 해석해 개의 요건을 따진 결과다. 

    이재명 정부의 현재 국무회의 구성 15명 중 이 대통령을 제외하면 14명이 윤석열 정부 인사다. 5명만 국무회의에 불참하면 법안 심사가 불가능하다.

    국무회의 심의 후 이 대통령이 재가하고 공포해야 하는데 국무회의 자체가 불성립할 수 있다. 차관의 대리 출석 여부가 논란이 되지만 국무회의 규정은 대리 출석은 가능하더라도 의결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 조희대 대법원장이 5월 1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서성진 기자

    실제 국무위원들이 이 대통령 재판과 관련한 법안에 반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대통령의 재판이 계속돼야 한다는 여론이 큰 상황에서 명분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KBS·MBC·SBS가 지난 3일 유권자 519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출구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받는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이 63.9%로 집계됐다. 중단해야 한다는 25.3%다.

    서울 소재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안은 반드시 국무회의 심사를 요하기에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가 되지 않으면 결국 법안 심사가 불가능해진다"면서 "현재 가치가 다른 두 정부 인사들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국무위원들이 법안 심사에 대한 항의성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헌법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도록 하고 있다. 날짜가 지나도 공포를 하지 않으면 법률안은 확정된다. 5일에 당장 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국무회의 의결 정족수가 성립되지 않으면 오는 20일에서야 법안이 자동 공포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이 실제로 국무회의를 거부하는 등의 행동에 나선다면 이 대통령은 오는 18일로 예정된 선거법 파기환송심 결과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만약 이 대통령이 당선무효형 판결을 선고받으면 임기 초반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대법원 재상고심까지 이런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이 대통령이 내각을 빠르게 구성 완료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인사청문회로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정부의 임명동의안의 국회에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완료하도록 하고 있다. 

    범여권이 190석에 달하는 의석을 가지고 있어 야당을 패싱하고 인사청문회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정치적 부담이 크다. 첫 내각 구성을 위한 국무위원 임명도 '폭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을 외면하고 인사청문회를 서둘러 국무위원을 임명하더라도 10명의 국무위원이 충원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