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잇따른 혼선 … 경기도선 237건 신고도"문제 축소 말고 제도 손 보기 필요" 지적도"선관위 국정감사 등 통해 각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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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29~30일 진행된 사전투표 모습 ⓒ 연합뉴스 제공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4일 종료된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사전투표와 본투표 전반에 걸쳐 드러난 혼선과 대응 미흡으로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유권자와 참관인들은 선관위의 무책임한 대응을 지적하며 제도적 개선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기표된 상태의 투표용지를 전달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일이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사례에 대해 "혼란을 유도하기 위한 자작극으로 의심된다"며 수사 의뢰 방침을 밝혀 논란이 확산됐다.
수지구 성복동에서 참관인으로 참여한 A 씨는 선관위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선관위 측에서 먼저 선관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니라 무책임하게 수사부터 의뢰한 것은 국민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아니다"라며 "사건 당시 수지구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하러 직접 갔을 때에도 선관위에서 직접 대응하지 않고 건물 경비가 문의를 차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의 고압적이고 무책임한 대응 태도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참관인들은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외 1명을 공직선거법 및 형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달 29일에는 서울 강남구에서 투표사무원이 배우자의 신분증으로 대리 투표를 한 뒤 다시 자신의 신분증으로 투표를 시도하다 경찰에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서대문구에선 투표 대기 중이던 시민들이 투표용지를 지닌 채 외부로 나가 식사를 한 뒤 다시 들어오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기본적인 관리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관위의 공정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사례들이 알려지며 사회 일각에서는 부정선거 의혹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투표소 앞에서는 "직접 감시하겠다"며 삼삼오오 자발적으로 감시 활동에 나서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유튜브나 SNS 상에는 부실 관리 정황을 부정선거 의혹과 연결 짓는 게시물들이 끊임없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는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했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불신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경기도 내에서만 이번 선거 기간 동안 투표 관련 신고가 총 236건 접수됐다. 본투표 당일에는 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 시스템상 투표를 한 것으로 표시된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런 일로 국민적 피로감과 불신은 가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사실 확인 중"이라는 설명만을 내놓으며 기존의 책임 회피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실제로 선관위는 과거 선거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지만 개선 없이 유야무야 넘어간 전례가 반복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관위가 사전투표 관리 능력이 없는데도 굳이 사전투표를 계속 시행하려는 게 문제"라며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의 능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리 역량이 없다면 본투표를 며칠 나눠서 진행하는 등 제도 자체를 손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대로 간다면 선거결과 불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논란으로 제도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그는 "이번 부실선거 문제는 단순한 행정 실수로 넘어가선 안 되는 사안"이라며 "선관위원장만 사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최고위 선관위원 전원이 책임지고 사퇴할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위 실무 공무원 몇 명의 책임으로 덮을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선관위의 구조 자체를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앙선관위 위원 선임 방식과 투표 시스템의 설계·운영 책임 구조에 대한 전면적 개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유권자 참여형 관리 감독 체계 강화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외에도 현실적인 측면에서의 투표소 증대 방안도 제시된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전투표 인원 증가로 통제 불능까지 갈 정도라면 투표소를 늘려줘야 한다"며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사전선거를 없애기가 어려운 만큼 사전선거를 관리하는 선관위의 각성이 필요하다. 국정감사 혹은 국정조사를 하던지 등의 방법을 통해 선관위가 제도적 차원의 준비를 지금까지 70% 수준으로 했다면 100%, 110% 이상을 기준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복된 부실 선거로 인해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정치권과 학계 모두 우려를 내비쳤다.
정치권 관계자는 "무엇보다 반복된 부실 선거는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며 "국민의 한 표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선거시스템 구축과 철저한 감시·감독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현재까지는 선거 부실 관리로 인한 부정선거 의혹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기에 준비 수준을 높이는 방안이 더욱 필요하다"며 "만약 그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면 전반적인 제도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