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국민께 역사적 죄 지었다" 큰 절로 사죄패인 두고 일제히 '내부 분열' '파열음 '지적조경태 "생각 다르더라도 보듬어야" 쓴소리권성동 "민주당 하는 것 보고 배워야" 응수
  •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4일 해단식을 열고 결과에 승복하며 대선 활동을 공식 마무리했다.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 해단식에서는 선거 패인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당내 분열을 겨냥한 성토도 쏟아져 나왔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김문수 후보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담은 큰 절을 올리며 "이런 식의 계엄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고 했다.

    또 "정치라는 것은 목표도 중요하지만 수단도 중요하다"며 "우리 당이 계엄을 한 대통령을 뽑았고 또 대통령의 뜻이 당에 일방적으로 관철된 것에 대해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선 패배 원인으로 '당내 민주주의 실종'을 꼽았다. 그는 당 지도부의 대선 후보 교체 파동을 겨냥한 듯 "우리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당대표로 뽑느냐, 또는 누구를 우리가 공직 후보자로 뽑느냐에서 민주주의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며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말이 안 되는 방식이었다. 민주주의가 아직 숨을 못 쉰다는 점에서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끼리 다투는 것도 어느 정도 다퉈야 하지 않냐"며 "굉장히 아쉽다"고 토로했다.

    김 후보는 "오늘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면서 제가 너무나 큰 역사적인 죄를 지은 것 같다"며 "왜 이렇게 됐을까 깊이 생각해봤는데 우리 당이 지금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신념, 그것을 지키기 위한 투철한 사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의 발언에 앞서 진행된 공동선거대책위원장들도 일제히 당내 분열을 우려했다.

    가장 먼저 친한(친한동훈)계 조경태 공동 선대위원장이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는 그런 분노가 있고, 결정적인 것은 보수의 분열"이라며 "우리 스스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국민의힘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수가 분열되지 않도록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이 다르더라도 보듬어줄 수 있는 포용력과 관용이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다음에 미래를 다시 설계할 수 있다"고 했다.

    친한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러 패인이 있겠지만 우리 당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며 친한계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우리가 적을 향해 싸워야 하는데 내부를 향해 싸우는 모습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한다"며 "우리가 분열, 분열 말로만 하지 말고 정말 어렵고 힘들 때는 민주당이 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리스크가 많은 이재명 대통령을 후보로 선정하고 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잡음 하나 없이 뛰는 모습을 우리가 타산지석 삼아야 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현 공동 선대위원장도 "이번 선거에서 진 것은 우리끼리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며 "진짜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몇 사람이 당을 좌지우지 하고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많은 동지가 전선에서 피눈물 나게 뛰고 있는데 뒤에 앉아서 관전평하고 있고 이런 식의 정치 하지 말자"고 질타하기도 했다.

    주호영 공동 선대위원장도 당내 화합을 촉구했다. 그는 "선거에 이기면 이긴 이유는 하나인데 지면 진 이유는 수십 가지다. 그걸 놓고 우리끼리 다시 갈등하고 분열하는 일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며 "제발 집 태워 먹고 옷 줍는 싸움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안 보였으면 좋겠고, 원만히 지도 체제를 정비하고 수습해가는 과정부터 우리가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당의 강도 높은 쇄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대중정당으로, 미래를 말하는 합리적 보수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며 "이번 선거로 보여주신 다수 국민의 열망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내년 지방선거, 다음 총선에서도 같은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오늘 해단식은 새로운 시작이다. 무너진 보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출정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당내 파열음과 관련해 해단식 후 기자들과 만나 "중지를 모을 수 있게 하겠다"며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도 중요하겠지만 개혁의 기치가 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