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중심 오세훈 vs 공공 개입 이재명…방식은 달라도 방향은 같다신속기획·공공재개발, 정책 보완재로 작동 가능성부동산 전문가 "서울-중앙 기조, 이제는 충돌 아닌 보완…행정 협조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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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서울시내 정비사업을 둘러싼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민간 주도 정비사업에 방점을 찍은 서울시와 공공 개입을 병행하면서도 공급 확대를 강조한 이재명 정부가 정책 기조에서 일정 부분 맞물리면서 양측이 보완적으로 공조할 수 있다는 기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재건축 규제를 둘러싸고 충돌을 겪었던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이번엔 속도 조절보다 실행력 확보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공급 앞세운 이재명·오세훈…정비사업 공조 나오나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세금으로 수요를 억제하기보다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해법"이라며 공급 중심 기조를 분명히 했다.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용적률 상향, 인허가 단축 등 민간·공공 부문을 아우르는 공급 확대 방안이 국정 과제로 제시됐다. 동시에 실수요자 보호와 공공성 강화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역시 이와 유사한 기조 아래 정비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물리며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복귀 이후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도입해 재개발 후보지 91곳을 선정했다. 신통기획은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을 지원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선정한 91곳의 개발만 모두 완료돼도 약 13만 가구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또 총 4만2000가구 규모의 공공재개발 후보지 33곳과 모아타운, 역세권 고밀개발 등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다만 활발한 계획 발표와 달리 실제 착공에 이른 사업지는 극소수다.
대표적으로 모아타운은 2021년 도입 이후 111곳이 선정됐지만 현재까지 착공은 단 1곳뿐이다. 공사비 상승과 사업성 저하, 주민 분담금 확대 등 현실적 장벽이 여전히 존재한다.
서대문구의 한 정비사업 추진위원장은 "초기 단계부터 정부가 사업비 추산, 이주 대책 등을 세밀하게 도와줬다면 추진 동력이 달랐을 것"이라며 "공급 의지를 실행으로 옮기려면 행정·재정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제도는 정부, 실행은 서울…공조 없인 진전 어렵다
정비사업 추진에 있어 서울시가 단독으로 모든 절차를 진행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인허가 권한은 서울시에 있지만 용적률 상한 조정이나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핵심 제도는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공급 확대 정책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시는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주요 지역에서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분양가 상한제, 초과이익환수제,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 등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좌초됐다.
도시재생뉴딜사업도 실효성 논란 속에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예산 갈등으로 마무리됐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공급 확대, 절차 단축, 민간 참여 확대 등 서울시와 유사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측 정책 기조는 충돌보다는 보완에 가깝다"며 "제도 개선과 행정 협조가 병행된다면 정비사업은 보다 빠르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공급은 계속?"…시장·정치 따라 흔들릴 수도
정치 일정이라는 정무 변수는 여전히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급등하거나 특정 지역에서 개발이익 논란이 불거질 경우 정부의 공급 중심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어서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정책에 속도 조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 교수는 "공급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만큼 집값이 다시 오르면 이재명 정부가 다시 수요 억제 정책에 집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 오세훈 시장의 정책에 정무적 제동을 걸기 위해 재정비 사업에도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한 부동산 정책 실무 국장도 "현 정부와 서울시의 공급 기조는 큰 틀에서 같다"면서도 "정치와 정책이 연결되면 변수가 많아져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