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완주했지만 두 자릿수 득표 실패2030 남성 지지에 국한 … 확장성 한계 거론'개혁보수' '세대교체' 정치 실험은 계속
  • ▲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방송 3사 출구조사 발표를 확인한 뒤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에 방문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한 자릿수 득표율에 머물러 향후 정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세대 교체'와 '우파 대안론'을 앞세워 국민의힘과의 단일화를 끝내 거부했으나 결국 외연 확장의 한계를 드러냈다. 보수·우파 진영 일각에선 우파 분열의 책임을 이 후보에게 묻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그가 '보수 적장자'의 길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49.42%,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41.15%,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34%를 각각 기록했다. 개혁신당이 목표로 삼은 두 자릿수 득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후보는 거대 양당을 '기성세대'이자 '기득권'으로 규정하며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출마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중도층과 부동층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실패, 2030 남성 유권자에 국한된 지지 기반이 한계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유권자의 37.2%와 30대 남성 유권자의 25.8%가 이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 유권자와 중장년층의 지지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20대 여성은 10.3%, 30대 여성은 9.3%에 그쳤고, 다른 연령층에서도 성별과 무관하게 대부분 5% 안팎에 머물렀다.

    이 후보는 스스로 '우파 적장자'임을 자처하며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지지세를 기대했지만 대구 8.29%, 경북 6.69%라는 저조한 득표율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대선 행보의 시작과 끝을 TK 지역에 두며 공을 들였지만 민심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거 막판 불거진 '여성 혐오' 논란도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이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의 아들과 관련된 온라인 성희롱 논란을 공론화하려 했으나 도중에 나온 노골적인 여성 신체 관련 발언이 대중의 반발을 샀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후보의 향후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파 진영의 '빅텐트' 구상이 무산되면서 보수층 내 책임론이 이 후보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선거 막판 '준찍명'(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당선된다는 의미)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단일화 압박을 이어갔지만 이 후보는 "계엄 세력과 손잡을 수는 없다"며 끝내 완주를 선택했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41.15%)와 이준석 후보(8.34%)의 단순 합산 득표율은 49.49%로, 이재명 대통령의 49.42%를 0.07%포인트 앞섰다. 이에 따라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원망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0.07%포인트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 간 득표율 차이와 동일해 우파 진영에서 상징성이 크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단일화했다면 이 후보의 표가 일부 이탈했을 수 있지만 초반에 '반이재명 빅텐트'를 구성했더라면 해볼 만한 승부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이후 쇄신을 본격화할 경우 이 후보가 내세운 '개혁보수' 이미지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중단 없는 반성을 통해 새로운 보수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만큼 당내 혁신 기류에 따라 이 후보의 독자 노선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첫 대선 도전에서 40세라는 이례적인 나이로 완주에 성공한 것은 정치적 자산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년 정치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향후 보수·우파 재편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 후보의 득표율은 2017년 대선 당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6.76%)를 웃돌아 제3지대 정당으로서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후보가 10%를 넘겼다면 우파 재편의 주도권과 세대교체라는 두 과제를 모두 달성했을 텐데 선거 막판의 여성 비하 논란이 치명타가 됐다"면서도 "기성 정치에 대한 도전과 세대 교체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후보는 선거 패배 직후 "이번 선거를 통해 개혁신당은 총선과 대선을 완주한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평하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우파 재편 과정에서 개혁신당의 합류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날 선 비판을 이어온 만큼 당분간 독자 행보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박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