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방 아파트 건설현장.ⓒ뉴데일리DB

    "최근 건설사들이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지만 미분양 문제는 계속되고 있죠. 물론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사업다각화를 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당장 쓰러지는 건설사를 살려내고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까지 쌓여있는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죠."

    얼마전 만난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양한 아파트단지에서 대거 미달이 발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별수주와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주택사업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울과 핵심 수도권지역이 아니면 완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다 지어놓고도 팔지 못한 '악성미분양' 물량이 전국적으로 쌓이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말 전국 악성 미분양 주택은 2만 6422가구로 2013년 8월 2만 6453가구이후 11년9개월만에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5.2%(1305가구) 늘었다. 1년 9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악성 미분양의 경우 건설사에 재무부담으로 직접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업계가 추이를 주시하는 수치다.

    물론 시장경제하에서 재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 가격과 거래량은 시장의 자율적 조정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다만 현재 미분양 문제는 국가경영의 안정적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집이 다 지어질 때까지 팔리지 않으면 건설사와 시행사 자금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업은 끝났는데 돈은 들어오지 않아 어느 한곳만 막혀도 부도의 위험에 시달리게 된다.

    시공능력평가기준 200위권이내 중견건설사만도 올해 11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등록말소·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미분양에 따른 위기는 시행사 혹은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계산으로 보면 지난해 3.3㎡당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2066만원이었는데 악성 미분양 물량이 2만6000가구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불꺼진 아파트에만 수조원의 돈이 묶여 있는 셈이다. 이에 따른 금융비용과 하청업체 지불금액까지 더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준공후 미분양물량이 늘어나면 입주를 예상하고 계획했던 학교와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상업시설과 후방사업도 어려움을 겪어 나라 전체적으로 돈줄이 마르고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현재 미분양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선 업계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업계위기는 국민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시장침체를 회복시킬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오는 7월에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될 예정이라 지방 미분양 우려에 따른 건설업계 '7월 위기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미분양과 관련된 대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없다. 이 대통령이 "온힘을 다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회복하겠다"고 밝힌 만큼 미분양 관련 구체적이고 확실한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어떤 문제에 대한 대처가 늦어질수록 피해가 커진다는 의미다. 

    이를 국내 미분양 관련 상황에 대입해보면 부족한 대책으로 건설업뿐 아니라 금융업 등 실물경제에도 피해가 이어질 수 있어 보다 빠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디 이재명 정부에서 취득세 경감, 양도세 면제 등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미분양 사태가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
나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