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대구 28.7% … 평균(22.9%) 보다 5.8%포인트 ↑박근혜 효과·유시민 망언·대법원 내통 논란에 우파 민심 응집김문수 "보수 결집으로 반드시 승리"
  • ▲ 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3일 오전 대구 수성구 고산 3동의 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통령 선거 본투표가 시작된 3일 오전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민심이 거세게 분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낮 12시 기준 대구의 투표율은 28.7%로 전국 평균(22.9%)을 크게 웃돌며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평균 투표율 역시 2022년 제20대 대선 같은 시간대 투표율(20.3%)보다도 2.6%포인트 높게 집계됐다.

    낮 12시 기준 전국 4439만1871명의 유권자 중 1017만28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전국 평균 투표율은 22.9% 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28.7%로 가장 높고 전남이 15.0%로 가장 낮았다. 나머지 지역은 서울 21.9%, 부산 22.8%, 인천 22.7%, 광주 16.3% ,대전 24.1%, 울산 23.7%, 세종 21.7%, 경기 23.9%, 강원 23.2%, 충북 23.6%, 충남 24.2%, 전북 15.9%, 전남 15.0% ,경북 26.1%, 경남 24.7%, 제주 21.2% 로 집계됐다.

    사전투표에서도 전국적으로 1542만3607명이 참여해 투표율 34.74%를 기록하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본투표에서도 대구(28.7%), 경북(26.1%), 경남(24.7%) 등 보수 강세 지역을 중심으로 투표율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사전투표와는 정반대로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TK)이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데 반대 호남(광주·전남·전북)은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이자 보수 우파 결집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격 등장, 유시민 전 장관의 설난영 여사 비하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법원 내통' 발언 등 일련의 사안들이 보수 우파 진영의 결집을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 지난 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대구 서문시장을 전격 방문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우회 지원에 나섰다. 대통령직 파면 이후 서문시장 공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며칠 전 김문수 후보께서 동성로 유세를 하실 때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싶어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해 가슴이 뭉클했다"며 "꼭 한 번 찾아뵈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서문시장에는 박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한 인파가 운집했고, 그는 "오늘 너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며 "마음이 풀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깜짝 행보가 본투표 직전 보수 핵심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려는 전략적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서문시장에 가셨을 때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가셨을 때 인산인해를 이룬 국민들이 박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겪었던 일을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그분이 보여주는 행보는 보수 진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박 전 대통령은 분명히 김문수 후보가 돼야 나라가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민주당이 집권하면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나 민주당은 우리의 근대화나 산업화를 부정하는 세력들이기 때문에 결코 맡겨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결집의 또 다른 계기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설난영 여사 비하성 발언이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8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유력한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는 설난영 씨 인생에서는 갈 수 없는 자리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발언이 여성·학력 비하로 읽히며 즉각적 반발을 불렀고, 유권자 반응이 특히 보수 진영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대법원 내통' 발언도 논란의 중심이다. 이 후보는 김어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법원 쪽에서 '기각으로 정리하자'는 소통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김문수 후보는 "충격적 발언"이라며 "대법원에 내통자가 있다는 실토냐"고 비판했고 "대법원은 즉각 공식 입장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부산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을 정치 하청기관으로 여기고 자기 재판을 정무적으로 조율할 수 있다고 믿는 사법 농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 역시 "이 후보는 외압을 시도했거나 적어도 관여하려 한 정황을 스스로 실토한 것"이라며 "즉각 소통 발언의 실체를 공개하고 후보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투표율 증가는 전통 지지층이 결집하고 소위 '샤이 보수'가 움직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가장 먼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문수 후보 중심으로의 결집이 막판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