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유증에 끝내 정권 내준 국민의힘"탄핵 이후 대선은 정권 심판론 성격 강해"인물·비전·준비 등 총체적 전략 부재 지적도"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확실히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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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선 승복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뉴시스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후유증은 길었다. 6·3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막판 추격전을 벌였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1강 구도'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일 이재명 대통령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제치고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은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골든크로스'를 외치며 김 후보의 대역전을 예고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국민의힘은 막판 선거 전략으로 '청렴함'과 '도덕적 우위'를 부각하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는 것은 물론, 가족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내세웠다.
이 전략이 바닥 민심을 자극해 중도층 유입으로 이어질 거라고 예측한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공표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이재명 대통령과 각축전을 벌인다는 결과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 원인 자체가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에 있었던 만큼 국민의힘에 등 돌린 민심을 수습하기엔 불리한 구도였다고 분석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계엄과 탄핵 이후에 치러지는 대선은 정권 심판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며 "유권자들의 표심은 정권 심판론으로 기울 수밖에 없고, 국민의힘이 어떤 후보를 내세워도 이기기 힘든 선거였다"고 짚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도 "김 후보의 미담 등 그 어떤 여론전도 비상계엄과 탄핵을 지워내기에는 '탄핵의 강' '계엄의 바다'가 너무 깊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 안팎에서는 선거 기간 내내 발목을 잡았던 '당내 잡음'과 '단일화 논란'이 부정적 여론에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과정에서의 내홍으로 출발부터 흔들렸고, 이에 대한 여진이 계속돼 대선 레이스에 좀처럼 불이 붙지 않았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파동 이후 늦더라도 단일대오로 나서야 했는데 권성동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아 뒤숭숭한 분위기가 가시지 않았다"며 "선당후사의 마음을 가지고 민주당보다 출발이 늦었다면 2배, 3배 더 열심히 뛰었어야 했는데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는 선거유세 현장에서도 티가 날 수밖에 없고 유권자들도 고스란히 전달됐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마지막까지 줄다리기를 이어갔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도 국민의 피로감만 증폭 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의 전체적인 전략 부재도 패배 원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의 리스크와 실점 등으로 반사이익에 의존하며 차별화만 내세웠을 뿐 정책적인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정치평론가는 "준비도 비전도 인물도 전략도 시간도 없는 5무(無) 대선이었다"며 "국민의힘이 국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살피고 반성과 쇄신이라는 확실한 어젠다를 제시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대선을 망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다음 대선까지 완벽하게 당을 재건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쇄신하는 동시에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해서도 확실히 매듭을 지어야만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이 대선 국면에서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을 내비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들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하며 반성한다고 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을 확실하게 끊어내지 못했다. 대선 레이스 초반 윤 전 대통령 출당 논란이 뜨거웠지만 당 지도부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고, 결국 윤 전 대통령의 뒤늦은 '자진탈당'으로 일단락 됐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대한민국 공당으로서 지켜내야 할 민주주의의 가치를 버린 행위에 대해선 확실히 짚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이 점이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했다"며 "이제라도 이 부분을 확실하게 정리하고 가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여권 관계자는 "어느 정당이든지 선거에서 지면 처절한 반성과 쇄신을 약속한다. 국민의힘은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제대로 변화해야 한다"며 "민의를 대변하고 보수·우파 정당으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우파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선명성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