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조로 단기 압박, 301조로 본격 부과… 트럼프식 투트랙 대응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관세 조치가 법원에서 제동에 걸리자, 대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를 가능하게 할 새로운 법적 권한을 찾아야 할 상황에 대비해 여러 옵션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들은 관세 유지에 필요한 새로운 법적 근거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논의하고 있으며, 특히 1974년 무역법 제122조와 301조를 조합해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122조는 미국이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 상황에 직면했을 경우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이를 먼저 적용해 시간을 벌고, 이후 301조를 통해 특정 교역국에 대해 본격적인 관세 조치를 취한다는 전략이다.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미국이 보복 관세를 포함한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대중국 보복 관세의 근거로 사용된 전력이 있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 담당 고문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그것은 경제팀이 고려하는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라면서 이런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확인했다.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974년 무역법이 IEEPA보다 더 강력한 법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미국의 연방법원인 국제무역법원(CIT)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 조치에 대해 "무역 불균형 대응은 IEEPA의 적용 범위를 벗어난다"며 제동을 건 바 있다. 해당 판결은 "이 사안은 122조가 다루는 국제수지 적자에 가까우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비상 권한으로 포장했다"고 지적했다.

    피터 해럴 전 백악관 국제경제 담당 국장은 WSJ에 "법원이 122조를 더 적합한 법적 수단으로 본 것 같다"며 "301조는 기존 판례도 많아 법적 안정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반적으로 봤을 때, 1974년 무역법은 IEEPA보다 관세 조치를 방어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바로 고문은 1930년 스무트-할리 관세법처럼 오래된 보호무역법이나 ‘'국가 안보' 명분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고 전했다. WSJ는 "이러한 법적 옵션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내부에서 논의돼 온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연방 항소법원이 1심 판결에 제동을 걸고 상호관세의 일시 복원을 명령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당분간 숨통을 틔우게 됐다. 하지만 이는 2심 판결 전까지 한시적 효력만 갖기 때문에, 정부는 여전히 최종 패소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대응 방안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으며 논의는 계속 유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훈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