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구도 속 새 전략 모색 분위기 감지"이준석, 중도표심 잡아줄 것" 저수지론 대두젓가락 발언 후 李-李 싸움 반사이익 기대도
  • ▲ 6.3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마지막날인 30일 오전 경기 가평군 청평시계탑광장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와 정책협약을 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우파 진영 후보 단일화가 끝내 성사되지 않자 국민의힘은 이제 '3자 대결 구도' 자체를 새로운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우파 성향 표심 일부를 붙잡더라도 중도 성향 표심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로의 확장도 차단해줄 것이라는 논리가 담겨 있다. 여기에 '이재명-이준석 후보 간 네거티브전'으로 인한 반사이익과 '사표 방지' 심리까지 작용하면 막판 대역전극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사실상 포기하고 3자 구도에서 김문수 후보가 이길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선대본 회의에서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 무산됐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면서도 "선거가 3자 구도로 이어지더라도 국민은 전략적 판단을 통해 이재명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김문수 후보에게 표를 보내줄 것으로 믿는다. 미래의 자산인 이준석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최대한 수용하고 실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박정훈 국민의힘 서울선거대책본부장도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은 우리가 생각하는 김문수 후보의 강점들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면서 "청렴한 후보고 경기도지사 할 때 잘했으니 우리 후보의 경쟁력을 오히려 지금은 설명하는 게 전략적으로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전략은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확장을 막는 이른바 '저수지론'이다. 쉽게 말해 이준석 후보가 완주함으로써 이재명 후보로 유입될 수 있는 중도우파와 중도층 표심을 '가두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개념이다.  

    조청래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전날 'YTN 뉴스퀘어 2PM'에 출연해 "합리적으로 볼 때는 3자 구도로 가는 게 이준석 후보의 입장도 존중해 주고, 또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한테 가는 표를 붙잡는 측면도 있다. 그게 바로 저수지론"이라며 "그렇기에 3자 구도로 가더라도 충분히 해 볼 수 있다는 국민의힘 내부 목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7일 "김문수 후보는 중도 확장을 최대화하고 이준석 후보는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 지지를 최대화해 이재명 총통 체제의 등장을 함께 막아 내자"라고 얘기한 것도 '저수지론'과 궤를 같이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아들을 겨냥한 '젓가락 발언'을 해 두 후보 간 감정대립이 격화되면서 김문수 후보에게는 의외의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두 후보가 '진흙탕 싸움'에 빠질수록 상대적으로 안정적 이미지를 구축한 김문수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견해다.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후보는 굉장히 큰 타격을 받아 이준석한테 갔던 우파 표심이 다시 김문수로 넘어오거나 아니면 더 넘어가지 않게 만들었다"며 "김 후보에게는 산삼 줍듯이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이제 기댈 것은 유권자들의 '사표 방지 심리'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투표장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른 단일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중진 의원도 "이준석 후보의 막말 리스크도 워낙 명확한 상황이어서 따로 가는 게 낫다는 의견이 크다"며 "경선 직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불발 사태 때만 해도 '김문수 후보로 이길 수 있겠나'라는 의견이 팽배했지만 최근에는 희망적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준찍명'(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된다)이라는 말에 이준석 후보 측에선 반감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며 "국민이 사표 대신 이재명 후보를 막을 후보를 선택해줄 거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박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