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폭로로 이재명 아들 '음란글 적시' 공론화TV토론 중 '젓가락 욕설' 언급…후보자 의견 물어민주당 "국민이 성폭력발언 피해자 돼" 징계 요구'망언' 지탄한 사람을 도리어 비난…'견지망월' 격
-
-
- ▲ 지난 27일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 TV토론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게 "민주노동당 기준으로 이런 발언(젓가락 비속어)이 '여성 혐오'에 해당하느냐" "민노당은 이런 성폭력적인 발언에 대한 기준이 없느냐"는 질문을 던져 주목을 받았다. ⓒ'채널A' 방송 화면 캡처
어느날 한 비구니가 "글을 모르면서 어떻게 진리를 안다고 하느냐"고 묻자, 혜능 선사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하늘에 떠 있는 달을 가리키며 "진리는 달과 같고, 문자는 손가락과 같다"고 답했다.
혜능 선사의 일화에서 유래된 '견지망월(見指忘月)'은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는 말로, 지엽적인 것에 정신이 팔려 정작 '핵심'을 놓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 27일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 TV토론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내뱉은 말로 정치권은 물론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이날 이준석 후보는 익히 알려진 '형수 욕설' 사건과 함께 또 다른 '음담패설'을 거론하며 성적 혐오 발언에 대한 각 후보들의 의견을 물었다.
최근 한 고등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너희 어머니의 중요 부위를 어떻게 찢겠다'는 패륜적 망언을 퍼부은 사건을 소개하며 "누가 만든 말이냐. 이재명 후보의 욕설을 보고 따라 하는 것 아니겠나"고 이재명 후보를 다그친 이준석 후보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게는 소위 '젓가락 욕설'이 '여성 혐오' 발언에 해당하는지, 민노당에 이런 성폭력적 발언에 대한 기준이 없는지 등을 캐물었다.
이준석 후보는 발언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누가 봐도 이재명 후보의 가족을 겨냥한 질문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후보도 이를 인지한 듯 "이런 걸 묻는 취지를 모르겠다" "시간을 충분히 주고 질문하셨으면 좋겠다"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할 막중한 책무를 진 대통령을 허투루 뽑을 순 없다. 후보자 본인의 자질과 인성은 물론, 가족 및 주변 친인척까지 검증대에 오르는 건 당연지사. 지난 대선 후보 TV토론회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을 유권자들이 비교·검증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런 만큼 후보자의 '치부'를 파고드는 혹독한 질문이 오가는 것은 당연했다. 자신의 아들이 사람의 생식기를 거론하며 "젓가락으로 쑤시고 싶다"고 한 것을 아버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사이코패스'를 한 국가를 대표하는 국민으로 뽑을 순 없지 않은가.
그런데 민주당은 토론회 직후 "이재명 후보 및 그 가족 그리고 모든 유권자를 향한 '혐오 발언'을 했다"며 이준석 후보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소속 의원 21명도 "이준석 후보가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여성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성폭력과 성희롱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을 상대로 특정 성별을 공연히 비하·모욕해 성폭력을 자행했고, 시청하던 국민이 성폭력 발언의 피해자가 됐다"며 이준석 후보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그야말로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격이다. 조두순이 만 8세 여아를 강간·폭행한 사건을 보도하면 시청하던 국민이 '성폭력 발언'의 피해자가 됐으니 보도한 방송기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소리나 다름 없다.
대중이 모르던 누군가의 '망언'을 끄집어 낸 이준석 후보는 "인권을 이야기하는 후보가 이 같은 표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마땅히 확인해야 했고, 이재명 후보는 가족의 일탈에 어떤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지 또 확인해야 했다"며 "이재명 후보가 이를 모르고 있었다면 무관심이거나 무능일 것이다. 그런 인물이 과연 나라를 맡을 자격이 있느냐"고 일갈했다.
백 번 옳은 말이다. 이 같은 아들의 언행을 몰랐다는 것도 문제고, 알고 있었다면 더더욱 문제가 된다. 가족 관리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한 국가를 제대로 경영이나 할 수 있을까.
이준석 후보의 질문은 대통령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이었다. 그런데도 범죄를 지탄한 사람을 겨냥해 '지탄했다'고 비난하는 민주당의 처사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이런 당이 원내 다수당이고, 그 당의 대표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 현실이다.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 '품격(品格)'이라는 단어는 입(口)이 모여 격(格)을 이룬다는 뜻으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어떤 대상(사람)의 품위를 결정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재명 후보와 가족, 민주당의 '내로남불성' 언행을 두고 "품격이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오죽하면 항간에 '아빠는 찢고, 엄마는 긁고, 아들은 쑤시고, 조카는 찌르고'라는 개탄이 흘러나올까.
어느 때보다 유권자의 판단이 중요해졌다. 우리가 공직자를 뽑는 기준을 스스로 낮춘다면, 이 나라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역행하는 망국(亡國)이 될 수밖에 없다. 비리와 범죄로 얼룩진 이들이 '감히' 공직자를 꿈꿀 수 있는 나라가 돼선 안 된다. "권력욕에 눈먼 지도자가 가족조차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에게 국민을 맡길 수는 없다"는 이준석 후보의 말을 되새겨야 할 때다.

조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