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설난영, 김문수와 혼인 통해 고양돼"여성·노동자·학벌 비하 … 진보 지식인의 민낯"유시민, 평생 자기 생각 옳다는 오만으로 살아"김정재 "강남좌파·입진보의 특권의식에 구역질"
  • ▲ 유시민 작가. ⓒ서성진 기자

    친(親)더불어민주당 인사인 유시민 작가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씨를 향해 공격한 말이 여성·노동자·학력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좌파 진영의 스피커 역할을 해온 유 작가가 특권·선민의식과 위선적인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 작가는 전날 밤 공개된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나와 설 씨에 대해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가 다른 유력 후보의 배우자를 공개적으로 헐뜯는 말을 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설 씨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비판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어 "설 씨는 세진전자라는 전자부품회사 노동조합 위원장이었다. 김문수 씨는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이었다"며 "김문수 씨가 대학생 출신 노동자로서 찐노동자와 혼인한 것이다. 관계가 어떨지 짐작할 수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유 작가는 "설 씨가 생각하기에 김문수 씨는 너무 훌륭한 사람이다. 나하고는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며 "그런 남자와의 혼인을 통해서 내가 좀 더 고양되었고 이런 조건에서 자기 남편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기 남편이 국회의원이 돼서 국회의원 사모님이 됐고 경기도지사가 돼 경기도지사 사모님이 됐다"며 "남편을 더더욱 우러러보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대통령 후보까지 됐다. 자기 남편에 대해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게 되게 어렵다"며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온 거다. 유력 정당 대통령 후보 배우자 자리가 설 씨 인생에서는 갈 수 없는 자리"라고 했다. 

    또 설 씨를 향해 "이 사람이 지금 발이 공중에 떠있다. 우리처럼 데이터를 보는 사람은 '그래봤자 대통령 될 가능성 제로' 이렇게 생각하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다. 영부인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닌 것"이라고 힐난했다.

    유 작가가 좌파 진영에서 이른바 '진보 지식인'으로 불렸던 것을 고려하면 그의 발언은 이율배반적이다.

    고졸 노동자를 깔보는 뉘앙스가 풍기기 때문이다. 고졸 노동자와 대학생 노동자에 대한 구분 짓기, 둘의 혼인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졌다는 식의 발언 기저에는 편견과 차별적인 인식이 스며있다. 이는 평등을 우선 가치로 여기는 좌파의 이념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다.

    마침 유 작가는 김 후보와 함께 1980년대 노동·학생 운동을 펼친 운동권 출신이기도 하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단순 운동권을 떠나 인간적으로 얽힌 인연의 끈도 두껍다.  

    유 작가와 김 후보는 서울대 선후배로 함께 학생·노동 운동을 했다. 김 후보 부부는 유 작가 가족과도 인연이 깊다. 김 후보는 1986년 유 작가의 동생 유시주 씨와 함께 체포당했다. 유 작가 누나인 유시춘 EBS 이사장이 김 후보 석방 운동을 했다.

    이에 김 후보는 2010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에서 당시 국민참여당 후보로 출마한 유 작가에 대해 "유 후보께서 제가 어려울 때 가장 어려울 때 저를 옥바라지 해주고 도와주신 분"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 후보는 "제가 특히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유 후보 동생 유시주라고 있다"면서 "저 때문에 옥고도 치르고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 후보 누님인 유시춘은 사실 우리가 구속됐을 때 구속자가족협의회 총무를 맡아서 굉장히 참 고생을 많이 했다"며 "제가 생각한다면 평생 동안 제가 가장 어려울 때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유 후보에 대해서 정말 늘 이렇게 마음의 부채 같은 걸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 과거 김문수 후보가 "유시민에 마음의 부채 있다"라고 했는데 결국 '설난영 비하'로 되갚은 것이다.

    이처럼 그가 노동자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서울대 출신으로서의 선민의식을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는 이념과 진영이 다르면 상대를 적대시하는 반민주적인 태도도 엿보인다. 

    이에 대해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유시민은 평생 정의를 위해 싸운 게 아니라 평생 자기가 제일 똑똑하고 자기 생각이 옳다는 오만과 독선으로 살아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연욱 새미래민주당 선임대변인은 "고졸이 서울대 출신과 결혼한 걸 대단한 신분 상승인 것처럼 생각하는 '학벌 귀족'의 오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유 작가의 여성혐오적 인식도 논란이다. 그는 설 씨의 인생을 '국회의원 사모님' '경기도지사 사모님' '대통령 후보 배우자'로 축약하며 남편을 비판하지 못하고 우러러 보는 존재로 폄하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입버릇처럼 평등을 외치고 양성평등을 말하지만 저들의 사고 밑바닥에는 늘 성골·진골식 우월감과 차별의식이 깊이 배어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선대위 이민찬 대변인은 "유 씨는 아직도 대한민국 여성을 학력, 직업에 따라 계급화하는 구시대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했고, 김혜지 수석부대변인은 "여성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남편의 지위에 따라 평가하고 정신 상태까지 조롱한 구시대적 여성 비하"라고 지적했다.

    이 외 국민의힘 내에선 "'강남좌파' '입진보'들이 그동안 꼭꼭 숨겨온 그들만의 특권의식에 구역질이 날 지경"(김정재 의원),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친민주당 진영의 민낯"(주진우 의원)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시민단체도 유 작가를 규탄하고 나섰다. 

    '행동하는 자유시민3.0'은 성명서를 내 "진보인사라 자처하는 유시민에게 묻는다. 당신은 과연 '여성 인권'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는가"라며 "당신의 딸 유수진 역시 2019년 여성 SF 작가를 2차 가해자라는 이유로 7년에 걸쳐 괴롭혔다는 심각한 문제 제기를 받은 바 있다. 이른바 '진보의 상징'이라는 집안이 정작 '본인들이 약자로 치부하는 여성'에게는 가장 무자비한 폭력의 가해자가 되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인권을 외치면서도 정파적 필요에 따라 특정 여성을 찍어내고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제정신 아니다'라는 말로 덮어버리는 저열한 위선,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정의인가"라고 반문했다.

    유 작가의 발언에 침묵하는 좌파 진영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유 작가가 한때 몸담았던 정의당의 후신이며 친노동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은 유 작가의 발언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유정화 '행동하는 자유시민3.0' 상임대표는 "한때 거리에서 강단에서 국회 앞에서 여성 인권을 외치던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며 "유 작가의 명백한 여성 비하 발언 앞에서도 유력 후보자 아들의 대중 여성 연예인에 대한 성적 조롱 사건 앞에서도 대한민국의 여성단체들은 보란 듯이 입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좌파적 여성 인권이라는 명분은 특정 정파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의 여성단체들은 특정 정당의 이익과 불편한 진실 앞에서는 침묵하는 것을 넘어서 외면하는 것"이라며 "과연 이들이 여성단체인가 아니면 민주당의 하청단체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앞서 유 작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생존자이자 개발도상인 과제중심형 후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후보는 기존의 대통령들과 달리 계속 발전하는 사람"이라며 "그런 점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후보의 삶을 보면 화전민 가정에서 태어나 소년공으로 산재를 겪고 생존하기 위해 공부하는 등 사업화 시대를 죽지 않고 살아남은 생존자"라며 "정치권 입문 후에도 계속된 표적수사 등 10여 년 동안 생존자에 가까운 경로를 거쳤다"고 평가했다.
이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