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기준 사전투표율 17.51% 역대 최고치서울 신촌 투표소에선 용지 외부 반출 파문배현진 "관리 업무 해태 … 대국민 사과해야"
-
-
- ▲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후 강원 화천군 청소년수련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군장병들이 줄지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전국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유권자들의 높은 참여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서울 시내 일부 투표소에서는 기표 전 투표용지를 외부에 반출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선거 관리 부실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9일 사전투표율은 19.58%로 집계됐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같은 시간대와 비교해 역대 최고치다.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중 869만1711명이 투표를 마쳤다. 이는 지난 제20대 대선 동시간대 투표율(17.57%)보다 2.01%포인트 높다.
지역별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은 사전투표 첫날에만 유권자 10명 중 3명이 투표를 마쳤다. 전남의 투표율은 34.9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전북(32.69%), 광주(32.1%)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구(13.42%)나 경북(16.92%), 부산(17.21%) 등의 첫날 투표율은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그러나 이런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에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투표소 외부로 반출되는 부실한 현장 운영이 확인됐다. 관외 선거인이 몰리며 기표소 대기 줄이 길어지자 선거관리인이 본인 확인 후 투표용지를 배부한 유권자들을 투표소 밖으로 내보내 대기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용지를 촬영하거나 식사를 위해 자리를 이탈했고, 기표를 마치지 않은 채 투표지를 들고 식당을 다녀온 사례까지 발생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인은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수령한 직후 즉시 기표해야 한다. 선거관리인이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를 나눠준 뒤 투표소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은 투표용지 유출을 방조하거나 조장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어 불법 행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
"소쿠리 투표도 모자라 이번에는 밥그릇 투표입니까. 사전 투표 첫날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할 뉴스가 보도됐다"며 "선관위는 신촌뿐 아니라 전국 투표소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즉각 점검하고 국민께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가 관리 업무에 또 해태해 국민의 분노와 불신을 증폭시킨다"며 "향후 선거 관리 미흡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책임자 처분 등의 조치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 측은 "특정한 의도나 고의성이 있는 용지 반출이 아니었던 만큼 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신분 확인과 기표소 입출입 인원 조절에 미흡했던 부분은 명백한 관리상 문제"라며 절차적 허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선관위는 해당 사안이 알려진 직후 전국 사전투표소 관리관들에게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라는 지침을 즉시 하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후속 조치는 계획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