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확장·사표 방지 … 양면 전략 승부수노동계 지지·개헌 구상 앞세워 우파 넘어 통합"이준석 찍으면 이재명 된다" … 막판 표심 흔들

  •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 투표가 29일 시작되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간의 단일화는 끝내 무산됐다. 전날까지 부산·경남, 대구·경북 지역에서 유세를 이어간 김 후보는 이날 새벽 서울로 올라와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후보와의 단일화 담판을 시도했으나 끝내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써 이번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간의 3자 구도로 굳어지며 본격적인 종반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1차 단일화 데드라인 시한을 넘긴 시점부터 "사실상 데드라인을 넘겼다"는 평가와 함께 단일화 기대보다는 3자 구도 속 전략적 대응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김문수 캠프는 이재명 후보와의 양강 구도 형성에는 성공했다는 내부 판단 아래 향후 중도층 표심 흡수와 보수층 최종 결집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 공표가 가능한 마지막 시점에 발표된 조사에서 김 후보 지지율은 41%까지 상승하며 이재명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같은 조사기관이 4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김 후보가 17.5%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한 달 사이 지지율이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뉴데일리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러시치민이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6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46.9%, 김문수 후보가 41.8%를 기록했다. 이어 이준석 후보는 7.9%, 권영국 후보는 1.4%로 조사됐다. 이재명과 김문수 간 격차는 5.1%포인트로,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기간' 직전에 실시된 마지막 조사인 만큼 정치권에선 사실상 최종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양강 구도가 고착되면서 남은 변수는 중도층의 선택이다. 김 후보는 '보수 후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되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이중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김 후보는 노동운동 경력을 기반으로 한 '노동계 연대'를 통해 중도·서민층 이미지까지 확보하려는 흐름을 보인다. 실제로 지난 28일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를 비롯해 대구지역본부 산하 40여 개 단위 노조 대표자들이 김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보수당 후보로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김 후보가 내세우는 '제7공화국 개헌 구상' 역시 주목된다. 대통령 3년 임기 단축, 4년 중임제 개헌 추진, 권력 분산과 지방 분권을 핵심으로 한 이 개헌안은 지역과 이념을 넘는 통합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중도·탈진영 인사의 지원 여부도 변수다. 이 상임고문은 29일 TV조선을 통해 방송된 대선 후보 찬조 연설에서 "어렵더라도 3년을 준비해 새로운 희망의 제7공화국으로 넘어갈 것이냐 아니면 한 사람이 모든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괴물독재국가로 추락할 것이냐의 기로"라며 김문수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에도 선거법 위반을 피하는 선에서 김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설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전 대표 측도 이날 우파 진영의 험지인 호남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정말 좋은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이 호남에서도 국민의힘으로 분투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많은 정치인을 응원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유세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처럼 중도 지지 확장을 위해 김 후보가 더욱 선명한 '윤석열과의 결별 메시지'와 '이준석 사표 방지 프레임'을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평론가 서정욱 변호사는 "이준석 지지층에 사표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권자가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이준석을 찍으면 이재명이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도를 잡기 위해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단절 메시지가 필요하다"며 "젓가락 발언 등 이준석 후보의 실언을 정면 비판하거나 윤 전 대통령을 정면 돌파하는 방식의 충격파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서 변호사는 "'김문수 인물론'은 이전부터 현재까지 지속해 오고 있는 선거 전략 중의 하나이지만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충격파로 쓸 수는 없을 것"이거 덧붙였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후보의 실언으로 김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며 "보수층은 이미 결집했기에 수도권 남부 벨트 등에서 연성 부동층을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윤석열이 아닌 김문수의 선거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재명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중도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미래지향적 개헌연대' 메시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통해 당 차원의 윤 전 대통령과의 선 긋기 메시지를 병행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우파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6·3 대선의 승부는 결국 중도와 무당층의 선택에 달렸다는 분석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충격파'와 '통합 메시지'라는 양면 전략을 어떻게 조화롭게 구사하느냐가 김문수 후보의 막판 승부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RDD 방식으로 무작위 생성해 추출된 가상번호에 구조화된 질문지를 통한 자동응답(ARS) 조사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7.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3%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