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盧 정신 계승 발언 두고 정치권 뒷말盧 지역 주의 타파 위해 험지서 수차례 도전李, 성남시장 당선 후 무직은 대선 패배 후 석달민주당 텃밭 인천 계양을 출마 … 당대표도 연임민주, 李 검찰 수사 비판하고 방탄 법안 줄줄이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인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을 이어가겠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정치 행보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반칙과 특권을 없애겠다며 험지를 찾아다녔던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민주당 우세 지역인 인천 계양을 찾아가 '방탄 행보'를 보인 이 후보가 노무현 정신을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노무현 대통령께서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을 일궈 나가겠다"며 "평생에 걸쳐 기득권에 맞서고 편견의 벽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의 높은 산을 기어코 넘고 특권과 반칙이라는 바위를 지나 끝내 민주주의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간 그 큰 꿈, 이제 감히 제가 그 강물의 여정을 이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국민이 주인이 되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발언을 두고 노 전 대통령과 이 후보의 괴리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진영을 떠나 두 사람의 정치 행보 자체가 판이했다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앞세우던 슬로건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는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부산에 출마했다. 지역주의 타파를 부르짖으며 험지 출마를 선택했지만 낙선했다. 1995년에는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15대 총선에서도 낙선한 그가 국회로 다시 돌아온 것은 1998년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였다. 그는 2년 후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다시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며 부산 강서 지역에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런 노 전 대통령의 행보는 그가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큰 밑거름이 됐지만 그 전까지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무모한 도전을 이어갔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인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와 함께 오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이재명 후보는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치열하게 다음 자리를 찾아갔다. 성남시장 2회, 경기도지사 재직 중 대선 도전, 낙마 후 민주당 당대표와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까지 이어졌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서면서 성남시장직을 유지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치 체급을 키웠다.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했다. 대선 후보는 공직선거법상 대선 90일 전까지는 사퇴해야 하는데 대선 후보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그보다 한 달 빠르게 지사직을 내려놨다.  

    이후 대선에서 패배한 그는 낙선 석 달 만에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로 복귀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며 지역구를 비운 사이 이 후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인천 계양을은 2004년 선거구로 분리된 후 민주당이 패했던 사례는 송 전 대표가 인천시장에 출마하며 잠시 자리를 비운 2010년 재보선 뿐이다. 17대부터 22대 총선까지 모두 민주당이 이겼다. 말 그대로 '민주당 텃밭'이다.

    2022년 6월 인천 계양을에서 국회의원이 된 이 후보는 같은 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이 후보는 지난해 당대표 연임에 성공했고 22대 총선에서도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대선 낙선 이후 3개월의 공백 기간을 빼면 권력의 중심부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이 후보는 권력 중심부에서 자신을 향한 12개 혐의 5개 재판에 자신의 지위를 적극 활용했다. 2021년 이어진 이 후보의 국회 체포동의안에서 방탄 논란이 계속됐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가결파와 반대파로 의견이 갈리며 대립했다. 모두 이 후보가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면 일어나지 않았을 '방탄 논란'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민주당은 검찰독재대책위원회, 법률위원회 등 당 기구를 통해 이 후보와 관련한 검찰 수사와 재판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검찰청 청사 연어회 술 파티에 불러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재판을 방어에도 민주당이 나섰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당하며 당선 무효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재판을 받는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 요건에서 '행위'를 빼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이 후보가 받는 선거법 재판의 처벌 규정을 없애 면소 판결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다.

    여기에 조희대 대법원장의 탄핵을 거론하며 사법부의 선거법 판결을 늦추는 데에도 성공했다. 당초 지난 15일로 잡혔던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 재판은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미뤄졌다.

    이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직 중 재판이 중지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이런 행태가 노 전 대통령이 말하던 '반칙과 특권' 그 자체라고 지적한다. 자리를 내려놓지 않으며 제1야당 당대표와 국회의원의 직위를 이용해 법의 심판을 피하는 것이 노무현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전직 국회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재명 후보가 진정으로 그 길을 걸어왔는지부터 되물어봐야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죽을 줄 알면서도 길을 갔지만 이재명 후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지켰다. 기호지세(騎虎之勢)라고 하지만 결국 권력 방탄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와 대선 경쟁을 펼치는 인사들도 이를 비판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는 "노무현 정신이란 게 뭔가. 권위에 맞서는 용기, 이의 있을 때 말하는 당당함, 불리하더라도 소신을 택하는 결기, 노무현 대통령은 그 정신을 실제로 보여주신 분"이라며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어떤 길을 걸어왔나. 대선 패배 직후 책임지는 정치 대신 본인의 정치적 안전만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