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MOU, 2019년 5월 기공식2020년 3월 거북섬 종합개발계획 보고서사업자 정해지고 건설 시작 후 개발계획 용역웨이브파크 개장 7개월 전에서야 발행돼지자체 명운 걸린 사업에 매우 이례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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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 경기도 시흥시에 조성된 인공서핑장 '웨이브 파크' 인근 부지에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서성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유치했다는 거북섬 웨이브파크 기공식 이후에야 시흥시가 거북섬 종합개발계획수립 용역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가 지역 명운이 걸린 사업을 진행하면서 용역 보고서 검토도 하지 않고 사업자를 정해 기공식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27일 경기도 온라인 정책연구도서관에 따르면 시흥시는 '시화 MTV(멀티테크노밸리) 거북섬 종합개발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2019년 10월 17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 연구 기간을 설정했다.
보고서는 2020년 3월에 발행됐다. 같은 해 10월 거북섬 웨이브파크가 개장했는데, 거북섬 핵심 사업의 공식 개장 7개월 전에서야 거북섬 개발 용역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시흥시는 해당 용역을 2019년 6월에야 발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운영하는 정책연구관리 누리집 프리즘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경기도나 시흥시에서 발행한 거북섬 개발을 위한 별도 용역 보고서는 없다.
해당 보고서에는 ▲국내외 해양레저관광 실태 및 여건, 전망 조사 ▲해양수산부 해양레저관광 거점 지정을 위한 사업계획서 등 서면 자료 및 영상 제작 ▲거북섬 일원 개발 현황 조사 및 미래 해양레저관광 거점 육성을 위한 종합개발계획 수립 ▲거북섬 종합 개발에 따른 교통 주차, 경관 조명, 환경 관리, 시민 홍보, 공원 관리 등 분야별 과제 제안 및 해결 방안 제시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해양레저관광 프로그램 발굴 등의 내용이 담겼다. 거북섬의 다양한 개발 여건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이 보고서가 시흥시가 받아 본 거북섬 개발과 관련된 첫 용역보고서라는 점이다. 보고서가 발행된 2020년 3월에는 이미 거북섬 개발의 한 축인 '웨이브파크'가 건설에 들어간 상태였다.
2018년 11월 22일 경기도와 시흥시는 대원플러스그룹과 거북섬 웨이브파크 개발에 대한 MOU(업무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경기도와 시흥시,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은 웨이브파크의 사업권을 가지나 대원플러스그룹 등과 함께 2019년 5월 2일 웨이브파크 기공식을 진행했다.
이미 개발 공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당시 기공식에는 경기도지사 신분이던 이 후보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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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5월,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경기도 시흥시 거북섬에서 열린 웨이브파크 기공식에 참석한 모습. ⓒ페이스북 캡처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시화 MTV 개발은 2025년까지 사업비가 3조6051억 원이 들어간 대규모 사업이다. 사업 면적이 994만7000㎡ 로 여의도 면적에 3.4배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거북섬 개발이 핵심으로 꼽힌다. 거북섬 일대 32만5300㎡에 해양레저 시설을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중 16만6천613㎡에 대원플러스그룹이 웨이브파크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미 공사가 시작되고 종합계발계획수립 용역보고서 작업이 시작되자 시흥시의회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2019년 7월 18일 열린 자치행정위원회 거북섬 관련 질의에서 홍원상 국민의힘 시흥시의원은 당시 거북섬 개발 사업 담당자인 윤진철 시흥시 미래전략담당관에게 "MTV 관련해서 종합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용역비를 세웠는데 지금 너무 늦은 게 아니냐"고 했다.
윤 담당관은 "해양수산부 국가 과제 공모하는데 꼭 필요하기도 하고 사업을 전반적으로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갈 지에 대한 방안까지 기본적인 용역안이 나오지 않고는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거북섬 일원 개발 계획에 대한 연구 용역은 미리 이뤄졌어야 된다"고 했다. 그러자 윤 담당관은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홍 의원은 재차 "지금 5000만 원을 갖고 어떤 연구용역이 나올는지 모르겠지만 5억 원, 50억 원의 효과가 날 수 있는 그런 연구용역을 만들어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용역보고서도 한 차례 받아보지 않고 사업자를 정해 기공식까지 진행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한다. 용역을 보고 향후 개발 계획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한 이후에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도시공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개발 용역이라는 것 자체가 그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향후 지속 가능성을 보고 합리적 개발을 위해 하는 것인데 이미 사업을 시작한 다음에 보고서는 특이하다"며 "이미 삽을 뜨기 시작한 다음에 용역보고서를 발주하면 이미 짜맞춰진 보고서이거나 제대로 된 보고서라도 이미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문제를 수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