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울산·창원 28일 동시 파업, 광주는 29일 돌입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놓고 노사 입장 평행선서울시 "출퇴근 혼란 불가피…재택근무 적극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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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예고한 파업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사가 본교섭 일정조차 잡지 못하면서 파업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핵심 쟁점인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입장 차도 좁혀지지 않아 장기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최소 3일 이상을 대비한 비상수송 체계에 돌입했다.
뉴데일리는 26일,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송파구 교통회관 앞에서 개최한 총파업 결의대회 현장을 찾아 노조와 사업조합 양측의 현재 입장을 확인했다.
결의대회는 노조가 사측 사무실이 위치한 교통회관 앞을 집회 장소로 선택해 진행했으며 교섭 결렬 상황에 대한 항의의 성격이 짙었다.-
- ▲ 서울시내버스노조 노조원들이 '임금구조 개편'에 반발해 삭발식을 하고 있다.
◆ 노조 '임금체계 개편 거부' 삭발식까지…"28일 파업 불가피"
노조 결의대회 현장에는 '임금 쟁취', '단체교섭 승리' 등의 구호가 연신 울려 퍼졌다. 깃발과 확성기를 든 조합원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조합원은 무대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노조는 "조합원 권리를 포기하는 임금체계 개편에는 절대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임금 인상 논의에 앞서 임금체계를 먼저 바꾸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임금체계 개편은 이번 임단협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며 "통상임금이 포함된 상태를 전제로, 인상률을 0~8.2% 범위에서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끝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28일 예정대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2700억 부담 증가, 구조 바꾸지 않고는 협상 불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기존 임금체계를 유지한 채 본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나온 만큼 지금의 임금 구조를 그대로 적용하면 인건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이유다.
서울시 추산에 따르면, 통상임금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버스 기사 1인당 연평균 임금은 약 720만 원 증가하고 여기에 노조 요구 인상률(최대 8.2%)까지 더하면 서울시 전체 버스 임금 예산은 연간 2700억 원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조합 관계자는 "임금체계를 손보지 않고는 이 같은 추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우선 구조부터 정리된 뒤에야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본교섭은 임금체계 개편 등 현안에 대한 가닥이 잡히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뉴데일리가 26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을 찾았을 당시 조합 사무실 안에는 '노동조합쟁의행위대응 상황실'이 설치돼 있었다.
취재 중 노조 대표단이 교섭을 촉구하는 항의서를 들고 조합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상황실 내부와 조합 측 응대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 ▲ 서울시버스운송사업 사무실 내 노동쟁의행위대응 상황실이 설치됐다.
◆ 입장 차 좁히기 어려운 노사 갈등…파업 장기화 가능성도
이번 시내버스 노사 간의 협상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워 보인다. 파업이 시작되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시 버스 노사 협상은 과거에도 파업 직전까지 치닫는 일이 잦았지만 대부분은 임금 인상률을 몇 %로 정할지에 대한 숫자 조율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임금 인상 폭뿐만 아니라 임금 구조 전체를 둘러싼 충돌로 옮겨갔고, 노사의 입장이 정 반대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법적 판단이 이미 내려졌다면, 통상임금을 반영한 상태에서 인상률을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현 체계에 판결을 그대로 적용하면 인건비 부담이 지나치다”며, 구조 개편 없이 협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얼마를 올릴지'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지'가 쟁점이 된 셈이다.
갈등은 서울에만 그치지 않는다. 통상임금 판결은 전국 버스 노사에 공통 적용되는 문제다.
28일엔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산, 창원 시내버스 노조가 일제히 파업에 돌입하고 29일에는 광주광역시 버스가 파업을 시작한다.
◆ 서울시, 지하철 증편·셔틀 운행…"재택 근무 권장"
서울시는 이번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최소 3일 이상을 염두에 둔 비상수송대책을 가동 중이다.
지하철은 하루 173회를 증편하고 출근 시간대에는 열차 투입을 1시간가량 앞당긴다. 막차는 새벽 2시까지 연장된다.
25개 자치구는 지하철역 접근 편의를 위해 117개 노선, 625대 규모의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시는 또 일부 운전기사가 파업 도중 조기 복귀해 임시 노선을 운행했던 지난해 사례를 바탕으로 올해도 복귀 인력 수준을 고려해 임시노선 운행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면 파업 시 출퇴근 시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시민들은 재택근무 등을 적극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