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법조인 임용법' '대법관 100명법' 추진'김어준 대법관' '법률심 위태' 비판 일자 철회이호선 국민대 학장 "간보기 입법 스스로 증명""여론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일시적 술책에 불과""반(反)법 정치 횡행…'李 방탄 입법'도 철회해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3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난 25일 오후 충남 당진전통시장 입구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입법안을 이렇게 쉽게 냈다 철회한 것은 처음부터 깊은 고민 없이 던져본 '입법 간보기'였다는 것을 민주당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은 아직 추진 중인 '이재명 방탄법'도 철회해야 한다."

    한국헌법학회 부회장을 지낸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학장은 26일 뉴데일리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비(非)법조인 대법관 임용법'과 '대법관 100명 증원법' 입법을 26일 철회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학장은 "사법시스템은 국가의 백년대계지만 민주당은 법을 가볍게 대하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정책이었다면 철회하지 않고 놔두는 것이 정도(正道)였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재명 개인 '방탄성 입법'들도 함께 철회하지 않는 한 이날 입법 철회는 여론 비난을 피하기 위한 일시적 술책에 불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 "민주당표 입법 간보기, 언제 다시 추진할지 모르는 일"

    26일 법조계·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법안과 대법관을 100명으로 증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 임용 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을 추가하는 내용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대법관 정원을 현행 14명에서 최대 30명까지 단계적 증원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를 100명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법원의 핵심 기능인 법률심 역할 자체를 위태롭게 한다"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어준 대법원'을 만들면 처벌 안 받는다고 생각하니 마음 놓고 거짓말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의 입법 철회에 대해 이 학장은 '입법 간보기'라고 봤다. 이 학장은 "고대 그리스 로크리스라는 도시국가에서는 법을 제안하는 사람은 광장에 밧줄을 갖고 나갔다"며 "법안이 부결되면 목을 매달아야 했다. 그만큼 입법은 신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처럼 여론 추이를 본 뒤 법안을 철회하는 입법은 통과 여부와 관계 없이 입법부 신뢰 훼손을 불러온다"며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윤리적 제재와 제도적 견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은 전술적으로 후퇴한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되면 언제 다시 추진할지 모르는 일"이라며 "국민이 직접 책임을 묻지 않는 한, 이런 무책임한 입법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법원. ⓒ뉴데일리 DB

    ◆ "민주당, '李 방탄법'도 입법 철회해야"

    이 학장은 민주당이 해당 입법안을 추진한 배경에는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있다고 봤다. 

    이 학장은 "이달 초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에 대한 '보복 입법'"이라며 "특정 정파 성향의 판사들로 대법원을 구성하고, 인사 연쇄로 중간·하위 법원의 요직까지도 특정 이념 서클로 채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 학장은 "민주당이 앞서 추진한 '이재명 방탄법'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법원은 지난 1일 이 후보의 선거법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이 후보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조항에서 '행위(行爲)' 부분을 삭제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또 지난 14일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해 자의적인 법 해석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의결됐다. 

    이 학장은 "민주당이 개정안을 통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면소(免訴·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방탄성 입법들도 함께 철회해햐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불(不)법은 정해진 기준을 어기는 것이지만, 남(濫)법은 기준 자체를 임의로 바꾸는 행위다"라며 "조선시대에도 남법은 중죄로 간주해 엄격히 단죄했는데, 민주당은 남법을 넘어, 필요에 따라 법 자체를 만드는 설(設)법 단계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소송 당사자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헌재에 재판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까지 추진 중이다. 이는 헌재가 법원 결정을 최종 심사하는, 사실상 '4심제' 도입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정의 실현이 아니라 재판의 무한루프를 초래할 뿐"이라며 "사실상 모든 정치인이 자신의 형사사건을 헌법소원으로 끌고 가는 '재판 보험'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탄 입법이나 사법체계 재편 시도는 모두 특정인을 위한 입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법의 탈을 쓴 무질서, 법의 외형을 가진 반(反)법의 정치가 횡행하는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