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정상윤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법조인도 아닌 인사가 대법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비판 여론이 심상치 않자 "제 입장이 전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국민의힘은 "뒤늦은 수습"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사법부 최후의 보루인 대법관을 김어준 씨나 강성 '개딸'(개혁의 딸)로 채워 '이재명 방탄 법원'을 만들려는 시도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이재명 방탄 법원 만들기" "김어준 대법관법" 비판 속출
25일 정치권 등에서는 민주당의 '비법조인 대법관' 법안 추진을 둘러싸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국민의힘의 '김문수 대통령 후보 직속 사법독립수호·독재저지 투쟁위원회' 소속인 나경원·유상범·우재준·최보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 '이재명 방탄 법원'을 만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박범계 의원이 지난 23일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고,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박 의원은 개정안에 대법관 임용 자격으로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고 추가해 법안을 추진했다.
현행법상으로는 판사·검사·변호사,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 공공기관 또는 법인 법률사무에 종사한 사람,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 재직한 사람 중에 대법관으로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른바 '사법부 무력화'로 지적받는 민주당의 관련 법안 추진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 인원을 현행(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장경태 의원은 대법관을 100명까지 늘리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법관 정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법조 경력이 없는 사람도 임명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로, 사실상 정권이 원하는 인사를 대법관 자리에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현대판 인민 재판'이 자행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민주당 성향으로 평가받는 '뉴스공장'의 김어준 씨도 대법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대법원을 협박하고 법을 바꿔서 '김어준 대법원'을 만들면 처벌 안 받는다고 생각하니 마음 놓고 거짓말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편향성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실질적인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고검 검사 출신인 임무영 변호사는 뉴데일리에 "대법관들이 복잡한 사건에 관한 기록을 파악해야 하는데 전문성이 없는 비법조인은 재판연구관들이 요지를 정리해줘도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재판 지연 문제가 커지기에 국민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라는 것은 대법원 수가 늘어나면 도저히 도달할 수 없기에 재판 지연은 물론, 제대로 된 결론이 나올 수 없고 재판이 아예 안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범계의 법안 추진, 이재명 정말 몰랐나 … "몰염치한 배후정범"
특히 민주당의 '비법조인 대법관 임명·증원' 시도는 판사 줄탄핵 등 이른바 '이재명 방탄'이란 논란과 맞물리면서 개정안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언젠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면서도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대법관을 압박하는 모양새에서 비법조인까지 대법관으로 밀어붙이고 대법관을 100으로 늘리겠다고 하니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국민적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의 눈총이 따가워지자 이 후보는 박 의원의 개정안이 발의된 지 하루 만에 관련 입장을 내놨다. 그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비법조인 대법관 증원' 논란에 대해 "개별 의원의 개별적 입법 제안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민주당이나 제 입장은 전혀 아니다"라며 "그런 문제에 자중하라고 지시해 놓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의 윤여준 상임총괄선대위원장도 여론을 상쇄하기 위한 시도에 나섰다. 윤 위원장은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사법부 흔들기가 과도해 선거 과정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톤 다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뭐든지 수위 조절이 중요하다"며 "굳이 이렇게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저도 그런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뒤늦은 수습이자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제동을 걸었지만 그의 묵인 없이 관련 법안이 추진될 수 있는 것인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박범계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데다 민주당이 '이재명 1인 독재당'인데 후보 승인 없이 그런 법안 추진이 가능했겠느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나경원·유상범·우재준·최보윤 국민의힘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법조계와 시민사회, 학계까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 후보는 '당 입장도 내 입장도 아니다'라며 슬쩍 선 긋는 모양새도 취했다"며 "그러나 법안은 이미 발의됐고 추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행동대장들이 만행을 저지르고 배후인 이 후보는 모르쇠 하는 몰염치한 배후정범 정치를 국민은 이미 다 알고 있다"며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비겁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장에게 '내란 가담' 의혹을 씌우고 초유의 대법원장 특검법까지 발의했다"며 "재판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사법부 수장을 끌어내리려는 '이재명 구하기 인민재판' 시도이자 삼권분립 원칙을 파괴하는 입법 테러"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