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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부천역 북부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비싸고 더러운 평화도 이긴 전쟁보다는 낫다"는 이른바 '더러운 평화 우위론'을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이재명 후보는 24일 오후 경기도 부천역 북부광장 유세 현장에서 "외부의 침략을 예로 들자면, 싸워서 이기는 것은 필요하지만 하책이다. 싸우는 순간에 엄청나게 많은 손실이 발생한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파괴된다"며 "이기면 진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게 좋은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것보다 나은 안보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해서 강력한 국방력, 국민들의 단합된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별로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다. 진짜 확실한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싸울 필요가 없는, 싸울 걱정이 없는 평화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강력한 억지력이 필요하다. 무장도 잘해야 하고 국방력을 강화해야 하고 군인 숫자도 적정해야 하고 무기 체계도 잘 발굴해야 하고 한미 동맹도 잘 발전시켜야 한다"며 "그러나 더 중요한 게 있다. 대화하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공존하면서 서로 공격하지 않고 위협하지 않고 더 같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가게 하는 게 진정한 안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의 현실주의적 '강대(對)강' 기조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 정권이 강대강 전략으로 오로지 힘 자랑에, 압박에 이러다 보니까 완전히 한반도가 다시 얼음이 돼 가고 있다"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 대결이 격화하면서 결국은 주가도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도 원활하지 않고 경제까지 망가지고 전쟁이 나지 않을까 불안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더 문제는 국지전이라도 해서 계엄의 명분을 만들려고 북한을 자꾸 자극하고 약 올리고 압박했던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이 후보의 주장처럼 남북 긴장 고조의 책임이 전적으로 현 정부에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북한이 보인 일련의 군사 행동과 전략적 도발 행위를 살펴보면,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력 강화는 남한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게 지속돼 온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북한의 핵 무력은 미국의 핵 범죄 역사를 막는 정의의 보검"이라며 핵을 국제질서 내 정의 실현 수단으로 포장해왔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경고, 심지어 대화 국면에서도 일관되게 핵무기 개발을 강화했다. 특히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핵무력을 '북한의 존엄과 생존권 보장을 위한 절대무기'로 규정하며 핵 선제 사용 권한까지 명문화했다. 또한 신형 구축함 진수 및 핵추진잠수함 개발 계획을 공개하면서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군사력 강화는 과거 남북 및 미북 대화 국면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2018년 남북·미북 대화 국면 당시 일시적으로 도발을 줄였던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노골적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했다. 북한은 2023년 11월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GP를 재가동했으며, 이 과정에서 북한 당국의 기만과 문재인 정부의 묵인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내란죄만 입건돼서 처벌하고 있는데 외환유치죄, 외환죄를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해치면서 '영구 집권을 위한 계엄' 명분을 만들려고 '상대 국가'를 자극해서 우리를 침공 또는 전쟁이 전투가 벌어지게 만들려고 했던 이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보위하는 이 안보 역량을 사적 이익,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훼손하고 국가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 죄를 엄정하게 진상 규명하고 반드시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다시는 이런 짓을 못 하게 되지 않겠는가"라며 "방위 산업도 발전시키고 군사력도 강화하고 한미 동맹도 강화해도 국가 간의 외교 협력도 강화해서 더 안전할 수 있도록 남북 간에 대화와 소통의 길을 열고 협력과 공존의 길을 찾아나가는 진정한 안보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정부가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전쟁을 통해 얻는 승리보다 불완전하고 비용이 들더라도 평화 상태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1월 저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국방을 강화하는 것도 강력한 억지력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지 북한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는 게 1차 목적이 아니다. 대북 관계도 우리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7월 '정전 70주년 한반도 평화행동' 간담회에서 "대량 살상 후 승전하는 것이 지는 것보다 낫겠지만 그게 그리 좋은 일인가"라며 "강력한 국방력으로 이길 수 있는 동력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