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총각입니까?" … 도덕성·이미지 공방부터 포문이재명 "내란 진상 규명해야", 이준석 "2012년 본인도 주장"황제헬기 논란 … "치적이라던 성남의료원 왜 안 갔나"탈원전·에너지 정책·연금개혁 정책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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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권영국 민주노동당)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토론회 시작에 앞서 준비하고 있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6·3 대선을 열흘 앞두고 열린 23일 대선후보 TV토론회는 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거센 공세를 퍼붓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재명 후보는 방어에 집중한 가운데토론의 중심축은 반이재명 연대 대 이재명 후보간 충돌이었다.
◆"진짜 총각입니까?" … 도덕성·이미지 공방부터 포문
토론 초반,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선거 구호인 '진짜 대한민국'을 문제삼으며 "그럼 그전까지는 가짜 대한민국이었나.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진짜 총각입니까. 가짜 총각입니까"라고 물으며 과거 '총각 사칭' '검사 사칭' 논란을 정면으로 언급했다.
이준석 후보도 가세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바보 노무현'이라 낮췄지만 국민을 바보라 하진 않았다"며 "호텔경제학이라는 개념을 국민이 이해 못한다고 조롱하면서 어떻게 노무현의 이름을 들먹일 수 있느냐"고 직격했다.
◆부정선거 의혹 쟁점화 … 이재명 "내란 진상 규명해야" 이준석 "2012년 본인도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 시도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그 시도를 비호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자유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을 소환하며 반격에 나섰다. "2012년 대선 당시 김어준 등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을 때 이재명 후보도 적극 동조했고 천안함 관련 음모론에도 가세했다"며 "지금은 음모론을 비판하는 척하지만 과거 자신이 어떤 입장이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그 당시 언급한 부정선거는 국정원이 댓글 조작을 통해 여론을 왜곡한 사건으로, 제도적 부정선거를 말한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제18대 대선 직후 페이스북에 "3·15 부정선거를 능가하는 부정선거"라며 '투표소 수개표'를 요구한 바 있어 제도 자체에 대한 의혹 제기에 동조한 이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황제헬기 논란 … "치적이라던 성남의료원은 왜 안 갔나"
김문수 후보는 지난 1월 부산에서 습격을 당한 이재명 후보가 당시 부산대 권역외상센터 대신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된 것을 문제 삼았다. "성남의료원이 본인의 최대 치적이라더니 정작 위급할 때는 가지 않았다"며 "부산대병원은 국내 최고 수준인데 왜 헬기까지 타고 서울대로 옮겨졌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성남의료원은 혈관 수술 인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고 장기 입원이 예상돼 가족들이 돌볼 수 있는 서울 인근을 의료진이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문수 후보는 "부산대병원은 모든 수술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시급했다면 부산에 머무르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며 "헬기까지 타고 서울에 온 그 선택이 지역 의료진과 국민에게 큰 박탈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탈원전·에너지 정책 격돌 … 이재명 "재생에너지 확대" vs 김문수 "원자력 기술 최고"
에너지 정책을 두고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기존 원전은 잘 쓰되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글로벌 공급망 참여 조건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원전은 포함되지 않기에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재생에너지는 생산 단가가 300원에 달하지만 원전은 50~60원에 불과하다"며 "값싸고 안정적인 원전을 외면한 탈원전 정책은 전기요금 폭탄을 예고하는 이념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중국산 원자재를 많이 쓰는 태양광 발전만이 꼭 좋다고 보지 않는다"며 "원자력 발전 기술이 굉장히 빠르고 우리나라는 최고의 시공기술을 가지고 있기에 세계적인 선도 국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후보도 "특히 태양광은 한국 조건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재명 후보는 원자력 연구소에 가본 적도 없다면서 위험성만 이야기하는데 이는 이념에 경도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재명 후보가 대선 출마 이후 쌍방울 지주회사였던 광림이 풍력·태양광 발전을 사업에 추가하고 올해 1월부터 유지 보수 사업을 본격화했다"며 "광림의 투명경영 책임자는 성남시 출신 감정평가사로 이 후보와 연관된 인물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처럼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연금개혁 충돌 … 이재명 "세대 간 연대" vs 김문수 "퇴직연금 의무화"
연금개혁을 두고도 후보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이재명 후보는 "연금은 세대 간 연대이며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점진적 모수 개혁이 필요하다"며 "18년 만에 연금개혁이 추진된 것 자체가 성과"라고 자평했다.
김문수 후보는 "퇴직연금을 의무화하고 중소기업 종사자에게 저리 융자 등을 통해 실질적 노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준석 후보는 "현재 연금 구조는 청년 1인당 3000만 원 이상 손해를 안기는 구조"라며 "기성세대는 더 많이 받고 청년은 더 많이 내는 착취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간병비 공약도 재원 대책 없이 늘어놓는 방식은 차베스식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헌정질서 회복" vs 김문수 "이재명 되면 독재"
토론회 마지막 발언에서도 후보들은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는 없는 길을 만드는 것"이라며 "헌정질서를 위협한 세력과는 단호히 단절하고 국민 통합의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독재냐 민주냐 총통제냐 3권분립이냐의 문제"라며 "대법원장 탄핵 운운하며 온갖 횡포를 저지르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재명 독재, 총통 독재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독재를 막아내자"고 강조했다.
이준석 후보는 "국가 재정을 아무 데나 펑펑 쓰자는 후보냐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쓰자는 후보냐"라며 "양쪽 껍데기를 청산하고 새로운 세대가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시대"라고 강조했다.

정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