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클릭 변신 꾀했지만 선거 국면서 좌파 본색기본사회 다시 내놓고 상대 진영엔 "제거 대상"커피 120원·호텔경제학으로 경제관 비판 받아일산대교 무료화 공약 과정서 허위 사실 논란도우파 결집 분위기서 좌파 지지층 다지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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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인천 계양구 계양역 앞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우클릭을 통해 중도층 잡기에 나섰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다시 제 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회복이 우선이라며 성장을 강조하다 다시 기본사회를 주장하는가 하면, 통합을 강조하다가 지지율이 올라간 상대 진영을 '제거의 대상'이라며 엄포를 놓은 것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자신의 핵심 정책 브랜드인 기본사회 구현을 위한 기본사회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내놨다.
그는 전날 "태어날 때부터 노후까지 생애 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촘촘히 구축하겠다"면서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 서비스 등 공약을 내놨다.
아동 수당(월 10만 원) 지급 대상을 만 18세 미만까지 확대하고, 청년 미래 적금을 만들어 정부가 청년들의 목돈 마련에 도움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노인 기초연금 부부 감액 폐지와 자영업자 육아 휴직 급여, 농어촌 기본소득 등을 약속했다. 지역에 공공의대를 만들고, 공공병원을 설립해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런 기본사회 공약에는 엄청난 국가 재원이 소모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간 아동수당 지급 확대(7조1000억 원)와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17조 원)에 들어가는 돈만 2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기본사회와 관련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해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진단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후보도 성장을 우선 시 하고 분배를 뒤로 미루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그는 전날 경남을 찾아 "지금은 회복과 성장에 집중할 때다. 그렇다고 분배 문제를 경시할 수는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여기에 잠잠하던 포퓰리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후보가 한국의 재정이 국가 부채가 늘어도 상관없다고 주장하면서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인천 남동구 유세에서 "우리나라는 국민에게 공짜로 주면 안 된다는 희한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나라 빚이 1000조 원으로 늘었다는 등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한국의 국가 부채 비율은 올해 비(非)기축통화국 선진 11개 국가 중에서 54.5%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분석한 수치다. 11개 국가 중 한국의 부채 비율은 4위로 순채권국 싱가포르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 정도가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 자국 화폐로 빚을 갚기 용이한 기축통화국과 달리 비기축통화국은 부채 비율을 더욱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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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 로데오광장에서 열린 유세현장에 도착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유세 중 언급했던 호텔경제학과 커피 원가 120원 발언 등도 논란이 됐다. 그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내가 알아보니 120원"이라고 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불법 영업 점포 정비 사례를 설명하다 나온 발언이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등 가게 운영 비용을 제외한 원두값만 계산했다며 반발했다.
첫 번째 대선 주자 TV토론에서는 관광객이 호텔에 예약금 10만 원을 냈다 취소해도 돈이 순환되며 경제에 활력을 준다는 '호텔경제학' 언쟁이 펼쳐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는 이 후보가 유세에서 한 이런 발언을 문제삼으며 경제에 대한 몰이해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이해가 쉽도록 극단적 예를 든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후보는 통합을 주장하다가도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국민의힘을 '제거의 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면 국민 통합에 방점을 두겠다고 하면서도 40% 가량의 지지율을 보이는 김 후보와 국민의힘을 없애겠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 21일 인천을 찾아 "정적 제거 암살을 시도하는 어둠의 세력들이다.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국가 공동체를 파괴하는 세력은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면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사실상 이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20일 의정부에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압도적 응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공약을 이야기 하면서는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 20일 경기 고양시를 찾아 "일산대교 무료화해 놨더니 제가 그만두고 나니까 곧바로 원상 복구 됐다"며 "이 정부에서 안 된다고 바로 복구시켜 버렸다. 이것은 확실하게 제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처리를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자신이 무료화 해 놓은 일산대교 통행료를 윤석열 정부가 다시 부과하게 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1년 10월 26일 일산대교 공익 처분을 마지막으로 결재했다. 한강 교량 중 유일한 유료 도로인 일산대교를 운영하는 민간사업자 운영권을 취소해 버린 것이다. 일산대교 측은 반발했다. 행정 소송과 가처분이 이어졌고, 일산대교 무료 통행은 22일 만에 끝났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경기도의 패소가 확정되기도 했다. 사법부의 재판으로 이뤄진 일산대교 통행료 부과를 이 후보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탓으로 돌린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이 후보의 '우클릭'으로 전통적인 좌파 진영에서 나오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파 진영 결집 현상이 감지되는 가운데 이 후보도 자신의 지지 기반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하며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조사한 대선 후보 지지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45%다. 전주 대비 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김문수 후보 36%, 이준석 후보 10%로 나타났다. 김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각각 7%포인트, 2%포인트 올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중도층 외연 확장도 중요하지만 우리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가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자칫 오락가락하는 행보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후보의 말을 들어보면 일관성이 있다"고 했다.
이 후보가 포퓰리즘성 발언과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그의 민낯이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우클릭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려 해도 불현듯 튀어나오는 본심을 숨기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후보는 잦은 말 바꾸기와 거짓 선동으로 이미 정치적 자산 측면에서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며 "이재명 후보는 대한민국의 경제를 파괴할 위험한 정치인, 우리 청년들의 미래를 산산조각 낼 나쁜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기사에 언급된 한국갤럽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7.8%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