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美 국방 당국자 인용 보도괌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 이전 검토 대북 정책에 대한 비공식 검토의 일환으로 진행 국방부 "오늘은 발표할 것이 없다"韓 대선 앞 주한미군 철수 핵심 쟁점 부상할 듯 방위비 협상, 김정은과 회담 지렛대 등 이용 전망 보수층 안보 불안 심리 자극할 듯
-
-
- ▲ 주한미군과 스트라이커 장갑차/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수천명을 한국에서 미국령인 괌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에는 관세 협상 과정에서 주한 미군 철수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방위비 인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정권과의 회담을 위해 '주한 미군 철수'를 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안보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주한미국 철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 대선에서도 보수층의 안보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등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한미동맹 우선"을 강조하는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른바 "셰셰" 발언을 상징되듯 중국 등과의 균형적 관계를 견지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현재 한국에 주둔한 미군 약 2만 8500명 가운데 4500명 가량을 미국 영토인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한 비공식 검토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미 당국자들이 WSJ에 전했다.
다만 아직 이 방안이 트럼프 대통령에게까지는 보고되지 않았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보도에 대해 "오늘은 발표할 것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 내용을 사실로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검토가 진행중인 사안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언급이다.
현시점에서 주한미군 감축론이 제기된 배경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의 새로운 방위 전략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 △그리고 대(對)한국 협상 카드로서의 활용 가능성이다.
우선 전략적 차원에서 보자면, 트럼프 행정부는 전체 2만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 가운데 약 16% 수준인 4500명을 줄여, 중국 견제라는 우선순위에 맞춰 재배치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WP)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을 통해 본토 방어와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시하며, 러시아·북한·이란 등의 위협에 대해서는 동맹국들에게 역할을 최대한 넘기도록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시각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에도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 4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이 미국을 제대로 대우하길 원한다"고 말했고, 주한미군이 "위태로운 위치에 있다"며 “우리가 왜 부유한 한국을 방어해야 하느냐"는 인식을 드러냈다.
같은 해 10월 '시카고 경제클럽' 대담에서는 "한국은 방위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내야 한다"며 "그들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 4월 8일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의 통화 후에도 "우리가 제공하는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지불을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없이는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
- ▲ 2018년 싱가포르에서 만난 김정은(왼쪽)과 트럼프ⓒ연합뉴스.
특히 북·러 밀착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한미군 감축론이 확산될 경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달 10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문제가 될 것(problematic)"이라고 경고했고, 같은 자리에서 새뮤얼 퍼파로 인도태평양사령관 역시 "주한미군이 줄어들면 김정은의 침공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하나의 협상 도구로 삼아, 한국 정부를 우회하고 북한 김정은과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WSJ에 따르면 이번 주한미군 철수 구상은 대북 정책에 대한 비공식 검토의 일환으로, "트럼프의 고려를 위해 준비되고 있다"고 미 당국자들이 전했다.
아직 구체적인 대북 접근 전략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정은과 잘 지냈다", "다시 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당근'으로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를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미 국방부가 수립 중인 국방전략과 함께 이 사안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에 따라 주한미군 문제가 본격적인 협상 카드로 부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문제를 북한과의 협상 카드로 본격 활용할 경우, 한국은 외교·안보 전반에 걸쳐 상당한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이 배제된 채 미국과 북한이 독자적으로 안보 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점이다.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이 한미 간 조율 없이 미국의 일방적 카드로 활용될 경우, 이는 곧 동맹의 구조적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른바 '코리아 패싱'이 다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또한 실제 병력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북한은 이를 한반도 내 안보 공백으로 간주하고 도발의 유인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러 간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미사일 위협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주한미군이라는 억제력의 약화는 북한의 오판 가능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외교 채널을 정교하게 관리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를 미국 측에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한미동맹을 넘어선 다층적 안보 협력체계를 준비하고, 자주적 방위 역량을 꾸준히 강화하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훈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