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년물 국채금리, 5.092%…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트럼프發 관세·감세 압박…시장 불확실성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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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국가부채에 대한 공포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잇따라 재정 지출 확대와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美 30년물 금리, 심리적 저항선 '5%' 돌파
미국의 30년물 국채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섰고,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국과 독일의 장기 국채 금리도 상승세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12.3bp(1bp=0.01%p) 급등한 5.092%를 나타냈다. 2023년 10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국채 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599%로 전 거래일 대비 11.2bp 올랐다.
앞서 블룸버그는 10년물 금리가 5%에 이를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전했다.
한국시각 22일 오전 10시 37분 기준 30년물과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각각 5.084%, 4.589%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감세·관세·재정적자 … 불확실성 키운 트럼프 정책
미국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과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 법안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하향하면서 재정적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국채 공급 증가는 국채 가격 하락, 즉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날 160억 달러 규모의 20년물 신규 미국 국채 입찰에서 수요 부진이 나타난 것도 국채 매도세를 부추겼다.-
- ▲ 달러 등 화폐 이미지.ⓒ연합뉴스
◇日·英·獨도 동반 급등…'부채 압력' 세계 확산
한편, 재정적자 우려에 직면한 일본과 유럽 일부 국가의 장기물 국채 금리도 상승세다.
일본의 초장기물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30년물, 40년물 국채 금리는 21일 장중 각각 3.185%, 3.635%까지 치솟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소비세 감세 논의가 나오자, 부족한 사회보장 재원을 적자 국채로 메울 것이라는 관측에 장기물 국채 금리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도 최근 장기물 금리의 가파른 오름세가 관측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영국에서 채권 매도세가 지속돼 지난달 9일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63%까지 올랐다. 1998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낸 것이다.
21일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6.1bp 오른 5.516%를 기록했다.
영국 국채 가격은 미국 국채 가격과 연동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유럽연합(EU) 주요국인 독일의 경우, 3월 독일 정부의 천문학적 규모의 '돈 풀기' 정책에 국채 투매세가 점화됐다.
독일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월 14일 3.199%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락했으나, 최근 다시 상승세다. 21일 독일 3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7bp 오른 3.133%를 나타냈다.
◇선진국 '부채 쇼크' 유탄 맞은 한국 금융시장
이 같은 글로벌 국채 금리 급등과 재정 불안 여파는 한국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31.91p(1.22%) 내린 2593.67로 마감하며 2600선을 다시 내줬다. 투자 심리 위축 속에 장 중 낙폭이 커지면서,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 9일(2577.27)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도 0.82% 하락한 717.67로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시장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오후 기준 3년물 국고채 금리는 2.360%로 전일보다 1.5bp 상승했으며, 5년물과 10년물도 각각 2.523%, 2.793%로 2.6bp, 2.9bp씩 올랐다. 장기물인 20년물과 30년물 금리도 2.4bp, 1.1bp 상승하는 등 국채 매도 압력이 국내에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내수 진작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 글로벌 국채 시장의 흐름과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는 21일 "나랏빚이 1000조원이 넘었다는 둥 절대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럴 때 정부가 돈을 안 쓰면 대체 언제 쓸 거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1년 국내총생산(GDP)이 2600조원인데 (빚이) 1000조원이면 국가 부채는 50%가 안 된다"면서 "다른 나라는 다 국가 부채가 110% 수준이고 일본은 220%"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포퓰리즘성 경제관을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후보의 발언을 언급하며 "도대체 그 빚은 누가 갚나. 지금 청년들 아닌가"라며 "국가를 포퓰리즘 실험장으로 만들어놓고 과거 성남시장 시절처럼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