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격차 점차 좁혀지는 모습에 민주당 긴장투표 독려 총력전 중 '尹·韓 콤비' 등장에 반색尹 부정선거 영화 보고, 韓 실명 내부 비판"흔들릴 것 같으면 한 번씩 등장해 흐름 잡아줘"
-
-
- ▲ 윤석열 전 대통령(오른쪽)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대통령실
우파 결집 조짐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등장에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영화관, 한 전 대표는 당내 인사를 비판하자 민주당은 두 사람의 행보가 싫지 않은 모습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이 잊힐만 하면 나와 분란을 만드는데 우리 입장에서 뭐 나쁠 건 없다"며 "선거에도 흐름이 있는데 그 흐름이 한 번씩 흔들릴 것 같을 때 등장해서 바로 잡아주니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영화관에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지난달 4일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된 후 47일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대선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겠다는 국민의힘의 내부 판단이 있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탈당 나흘 만에 공개 석상에 등장해 우파 진영의 분열 이슈인 '부정선거'를 관람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부정선거 논란 자체에 반대하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와 단일화에 총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윤 전 대통령의 돌발 행보로 좋지 않은 분위기에 한 전 대표도 손을 보태고 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에 나섰다.
그는 "나경원·유상범·유영하 의원 등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잘못을 감싸고 계엄을 사실상 옹호했던 분들이 돌아가며 당원들과 지지자들 또는 저를 비난하던데 그런 분들이 이재명과 제대로 싸우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 닷새째인 지난 15일 전남 순천시 연향동 패션의 거리에서 열리 선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게다가 한 전 대표는 선거 유세를 다니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옷을 입고 다녀 논란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당내에선 대선 지원 유세가 아니라 차기 당대표 선거 유세를 하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당이 하나 되어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려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당의 대표를 지내고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인사라면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당과 국가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두 사람의 행보가 민주당에는 가뭄의 단비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강 체제로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파 진영이 결집하는 흐름이 읽히고 있던 찰나였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20~2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주 대비 2.1%포인트 하락한 48.1%, 김 후보는 2.0% 상승한 38.6%를 기록했다. 두 후보의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여기에 이준석 후보는 9.4%를 기록했다.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50.3%, 김문수 후보가 50.3%를 기록하며 6.8%포인트 차까지 좁혀졌다. 직전 조사(지난 14~16일)에서 두 후보의 양자대결 격차는 13.9%포인트였다.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모양새다.
추격 흐름 속 민주당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었다. 승리를 확신한 지지층이 투표장으로 가지 않을까 투표 독려 총력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의 행태는 다시 한번 선거의 흐름을 민주당 쪽으로 가져올 동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도 자신의 페이스북의 윤 전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 라는 글을 적었다. 윤 전 대통령의 행보가 말문이 막힌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과 김문수 후보를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는 내란 형제"라며 공격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내부에서 자기들끼리 투닥거리기까지 해주니 국민이 현재 상황을 직접 보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저쪽(우파) 지지층이 조금씩 결집하는 흐름이 있었는데 스스로 흔들어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