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세서 "공짜 안 된다는 것, 희한한 생각"채무 비율 54.5% 전망 … 노령화로 급증 전망비기축통화 선진국 11개 국가 중 채무 비율 4위순 채권국 싱가포르, 전쟁 이스라엘 다음 순서"미래세대 죽으라는 말 … 경제 구조 정비 필수"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일 인천 부평구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빚지면 안 된다는 주장은 무식한 소리"라며 현금 퍼주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보다 2배 빠른 속도로 국가 채무 비율이 증가하며 2025년 채무 비율이 5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래 세대를 포기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 후보는 21일 인천 남동구 유세에서 "우리나라는 국민에게 공짜로 주면 안 된다는 희한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나라 빚이 1000조 원으로 늘었다는 등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국민 총생산이 2600조 원인데 국가 부채가 50%가 안 되는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 때 경기가 죽으니까 다른 나라는 빚을 지면서 국민을 지원했는데 대한민국은 똑같거나 줄었다"고 했다. 

    또 그는 "가계 부채가 늘어 다 빚쟁이가 됐다"면서 "빚 갚느라 정신없어 경제가 죽고 있다. 국가 부채 48%로 낮추니까 좋아하는데 자영업자는 잔뜩 늘어서 다 망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의 국가 부채 비율은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4월 '재정 점검 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2025년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일반 정부 부채 비율을 54.5%로 전망했다.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7개국 가운데 비(非)기축통화국 11개 국가의 평균(54.3%)을 처음으로 앞지르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기축통화국은 경제 대란이 벌어져도 자국 돈을 대량으로 찍어내 빚을 탕감할 수 있지만 비기축통화국은 그렇지 못하기에 부채 비율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IMF가 전망한 2025년 비기축통화국 11개 선진국 중 국가 부채 비율 4위에 올랐다. 11개 국가 중 한국보다 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는 싱가포르, 이스라엘, 뉴질랜드뿐이다.  

    1위인 싱가포르는 세계 금융 허브로 불리며 정부 지출을 위한 빚은 내지 않는 국가다. 싱가포르 투자공사(GIC) 투자 채권 발행이 회계상 부채로 잡히며 177.6%의 국가 부채 비율이 기록됐을 뿐 싱가포르는 국가 최고 신용 등급을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세력과 전쟁으로 나라 빚이 늘어난 상황이다. 그야말로 국가 비상 상황에서 국가 부채가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다. 

    특수한 상황에 직면해 부채 비율이 증가한 국가와 달리 한국은 기존 구조 자체가 특별히 재정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복지 지출이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채 비율 상승 속도는 기축통화국이자 경제 대국인 미국의 증가 속도와 비교해 2배나 빠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빚을 지는 것을 당연시하는 이 후보의 발언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정부 부채가 약 1217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 구조 개혁이 시급한 상황에서 돈을 더 풀고 공짜로 나눠주자는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지도자의 입에서 부채 줄이자는 사람들의 주장을 무식한 소리라고 하는 것 자체가 포퓰리즘"이라며 "대한민국은 현재 경제 구조와 성장의 동력 자체를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인데 우선 쓰고 보자는 무책임한 주장은 결국 미래 세대는 다 죽으라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오승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