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李 '선거법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민주, 허위사실 공표죄 '행위' 조항 삭제 추진정작 같은 혐의로 한덕수·박정훈 등 '줄고발'법조계 "'선거 전 사법리스크' 사라지자 태세전환" "李는 면소 노리면서도 상대 고발하는 내로남불"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선거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 전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종현 기자

    '6·3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상대 진영과 정치 유튜버를 줄줄이 고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민주당 전 권리당원인 유튜버 백광현 씨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을 해당 혐의로 고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법원에서 같은 혐의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받은 이후 민주당은 해당 조항의 삭제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작 해당 조항으로 상대 당 인사들에 대해 고발에 나선 것이다.

    법조계에선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이 재판을 대선 이후로 미룬 이후 이 후보의 '선거 전 사법 리스크'가 사라지자 민주당이 태세전환을 한 '내로남불 고발'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문화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민주, 상대 진영 선거법위반 혐의 줄고발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선거대책위원회 공명선거 법률지원단은 최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앞서 지난 3일 이재명 당시 예비후보 캠프는 '이 후보에 대한 피습 모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대인 접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공지했다.

    이에 박 의원은 자신의 SNS에 "파기환송심 기일 통지서 수령을 지연시키기 위해 이런 꼼수까지 쓰는 작자가 대통령이 되려 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 망신"이라고 썼다.

    법률지원단은 "박정훈 의원은 이재명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며 박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법률지원단은 민주당 전 권리당원인 유튜버 백광현 씨도 "지난 2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교묘히 편집한 영상을 게재해 이재명 후보를 음해했다"며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백 씨가 지상파 채널의 유명 시사 프로그램 영상을 교묘히 편집해 마치 이 후보가 주변인들로부터 '악인이다' '악마다'라는 평가를 받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영상을 올렸다는 것이 지원단의 입장이다.

    법률지원단은 같은 혐의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역시 경찰에 고발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지난 3일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표현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한 전 총리는 6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이 후보도 2014년 페이스북 게시글에 광주사태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가 2014년 올린 게시글에서 "1980년 5월 전두환 장군을 위시한 군사반란폭도들이 나라 지키라고 국민이 준 총칼로 수백 명 국민을 무참하게 살해했던 일명 '광주사태'"라고 표현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한 전 총리는 대선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본인의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감추기 위해 이 후보의 발언을 완전히 왜곡한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것이 법률지원단 설명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민주당의 고발 리스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커피 원가가 120원인데, 너무 비싸게 판다'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에 커피로 생계를 이어가는 수많은 자영업자는 가슴을 쳤다"고 썼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유세에서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내가 알아보니까 120원이더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너무 비싸게 판다"는 말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게시글이 허위사실 공표라고 했다.
    ▲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 민주, 李 유죄취지 파기환송 후 선거법 개정 추진해와 

    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이 후보에게 적용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조항에서 '행위(行爲)' 부분을 삭제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또 지난 14일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위사실공표죄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해 자의적인 법 해석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위반 상고심에서 이른바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공표로 판단하고 이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조계는 민주당이 개정안을 통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은 "후보자의 경력, 재산 등도 중요한 것이지만 후보자가 과거에 어떤 일을 한 것인지가 유권자 판단에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그걸 쏙 빼는 것은 현재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이 후보 선거법위반 사건 면소 판결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법원. ⓒ뉴데일리 DB

    ◆ 법조계 "내로남불 고발, 사법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

    민주당이 이 후보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법을 고쳐서라도' 없던 일로 만들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은 그 법을 이용해 상대 당을 고발하고 있다. 

    이 후보는 '난 괜찮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진행된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자신의 당선을 위해서 종교·경력·학력 이런 거 다 놔두고 과거에 있었던 어떤 행위에 대한 발언이 잘못되면 그걸 처벌하는 것, 이건 전 세계에서 찾기 어려운 제도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타인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자신의 '당선을 목적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건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이 후보의 주장을 '아전인수격 논리'라고 해석했다. 조 변호사는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입법 취지는 후보자가 국민을 속이는 것을 방지해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자신의 당선을 위해서' 거짓말하는 사람을 처벌할 필요성이 크지, 어떻게 상대방을 비방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 더 필요하겠느냐"라며 "오히려 후자는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영역이다"라고 진단했다.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의 '줄고발'에 대해 "정치가 사법을 이용하다, 결국엔 사법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교수는 "상대방의 말이 틀렸다고 하면 힘이 안 실리니 고발을 남발하는 것"이라며 "'고발된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라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이용하는 행태로, 사법부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