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선거 운동 개시 8일 만에 도보 유세'김문수' 대신 '국민의힘' '기호 2번' 복장 착용"나를 믿고 이재명 세력 집권 함께 막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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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공식선거운동 이후 이날 첫 현장유세에 나섰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다만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합류에는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선대위 합류 대신 개별적 도보 유세를 택했다.
한 전 대표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운동 개시 8일 만인 20일 '라이브 방송'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지지자들과 소통에 나섰다.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부산 광안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선거 운동복으로 환복했다. 다만 한 전 대표가 착용한 선거 운동복에는 김 후보의 이름 대신 당명과 기호 2번만 적혀 있었다. 해당 선거 운동복 역시 당에서 지급했지만, 대부분의 당 지도부와 주요 인사들은 김 후보의 이름이 적힌 선거 운동복을 입고 유세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를 이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 역시 김 후보의 이름을 외치기보다는 연신 한 전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며 한 전 대표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그의 등장을 반겼다.
그는 유세 차량에 탑승해 마이크를 잡지 않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활용했던 '해피워크'(도보 유세) 방식으로 시민들과 소통했다.
미리 준비한 사다리에 올라간 한 전 대표는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며 "김 후보와 생각이 다른 점들이 상당히 많이 있고 그게 본질적인 차이라서 극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나라가 위험에 빠졌기 때문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맹렬한 비판을 이어가며 유권자에게 현명한 선택을 호소했다.
그는 "중요하고 멋진 대한민국을 커피 원가가 120원이라고 하고, '노쇼 경제학', '노쇼 성장론'으로 무식하게 나라를 망치는 세력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며 "저를 믿어 달라. 일단 저 위험한 세력이 나라를 망치는 걸 저와 함께 막아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전 대표는 "솔직히 말하면 여기 나오지 않으려고 했다. 제 양심이, 제 정치 철학이 지금의 계엄과 탄핵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우리 당에 동조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나라를 망하게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저를 믿어 달라. 그리고 여러분을 믿으시라"고 했다.
이어 "저희가 분명히 계엄과 탄핵의 바다를 건너고 극우 세력들의 휘둘림에서 당을 구해낼 것"이라며 "결국 제가 말하는 방법으로 탄핵과 계엄의 바다를 건너게 될 것이다. 일단 저 위험한 이재명 세력을 저와 함께 막자. 저는 끝까지 가보겠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도보 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합류에 대해서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선대위 합류 여부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국민을 설득하려고 유튜브나 SNS를 통해서 노력하고 있고 게다가 지금은 현장에서 만나고 있다. 선거운동은 우리의 승리, 그리고 이재명 세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에둘러 거절의 뜻을 전했다.
김 후보와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선 "김 후보와 큰 생각의 차이가 본질적으로 있다. 그게 바뀌지 않는다고 해서 가만히 뒤에 있기엔 절박해서 거리로 나왔다"며 "김 후보가 안 가시는 곳에서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설득하는 게 우리의 승리, 이재명의 위험한 세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개별 유세 지원이 결국 김 후보를 지원하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이재명 후보가 가지고 올 수 있는 위험한 세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뭔가. 국민의힘이 내놓은 후보가 당선되는 길뿐"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극우 세력'과의 이별도 주문했다. 그는 "계엄과 탄핵에 대한 과감한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절연이 필효하다. 극우 유튜버 등 자유통일당 세력들과의 선 긋기도 반드시 필요하고, 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이러한 한 전 대표의 개별 유세 지원을 두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하나가 되지 못하고 분열하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유세 지원에서 김 후보에 대한 강점을 앞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기 보다는 이재명 후보의 실점을 부각하며 반사 이익을 노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한 전 대표의 지원이 김 후보의 지지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다만 한 전 대표의 독자 노선이 중도층 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전 대표는 탄핵 반대와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를 통해 꾸준히 반성과 쇄신에 앞장섰다. 이에 비상계엄에 부정적인 중도층 표심이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상당하다"며 "국민의힘에게는 실망했지만 한 전 대표라는 인물을 보며 당을 지지하는 분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그의 존재감과 나름의 역할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