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생산, 생산은 가치 창출호텔 예약 취소가 무슨 가치 창출?뉴딜정책, 사회인프라 가치 창출!이재명 표 호텔경제론, 저신뢰 사회 창출!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전북 군산시 구시청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하는 가운데 유세문에 '지역경제' 메모가 적혀 있다. 2025.5.16 [공동취재] ⓒ 연합뉴스

    《'호텔경제론’의 허구성》

     

    《호텔경제론》은 코미디 중에 코미디다. 

    처음엔《호텔경제론》이 미국의 라스 베가스처럼 특정 지역에《호텔》들을 중점 유치, 카지노 사업을 겸하게 해 거대 관광 도시로 성장시킨다는 내용으로 짐작했다. 

    실제로 황무지 땅에 불과했던 라스 베가스는 미국의 거대 도시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한 방식의 성장 모형이 한국이라고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 호텔경제론, 무슨 가치 창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이하 경칭 생략)가 제기한《호텔경제론》은 그게 아니다. 

    그 내용이 황당하다. 

    제대로 경제학을 공부한 이라면, 그렇게 황당한 아이디어를 제안했을 것 같지 않다. 

    공명심에 들뜬 누군가가《유사》경제학자의 말을 듣고 그럴듯하게 각색했을 것으로 보인다.   

     

    《호텔경제학》은 이렇다. 

    한 관광객이 시골 마을 호텔에 이틀간 묵겠다며 예약금 10만 원을 맡긴다. 

    그 호텔 주인은 그 돈으로 식료품 가게의 외상값을 갚고, 식료품 가게 주인은 통닭집 외상값을 갚고, 통닭집 사장은 신발가게 외상값을 갚는다. 

    신발가게 주인은 빵집에서 빵을 사 먹고, 빵집 주인은 호텔 외상값 10만 원을 갚는다. 

    그 사이 관광객은 계획을 바꿔 호텔에 와서 예약금을 환불받고 떠난다. 

    실제로 마을에 들어온 돈은 없지만, 돈이 한 바퀴 돌면서 마을 경제가 돌아간다는 것 이다. 

    돈이 도는 게 경제일까? 

    천만에. 

    경제는 생산이고, 생산은 가치 창출이다.  

     

    ■ 이재명은 대답하라

    빵집 주인이 외상값을 갚은 이후의 얘기는 생략됐다. 

    이렇다. 

    황당한 건, 다시 그 호텔 주인이다. 

    자신은 돈을 벌었다고 생각, 외상값을 갚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자신이 돈을 번게 아니라 빚을 진 것이다. 

    예약 취소에 따라 고객에게 돈 10만원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 호텔 주인은 식료품을 사러 가 다시 외상을 져야 한다. 

    그런 식으로 통닭집도 신발가게도 빵집도 계속 외상이다. 

    마을은 다시 모두 외상을 지는 상황으로 돌아간다. 

    달라진 게 뭐가 있는가. 

    이재명 이 대답할 일이다.  

     

    ■《화폐환상》꿈꾸는 이재명

    달라진 건 없다. 

    모두가 잠시화폐환상(money illusion)》에 빠졌을 뿐이다. 

    《호텔경제학》은 잘 쳐주면 케인즈《소비승수》개념을 각색한짝퉁 성장론에 불과하다. 

    화폐는 중립적(neutral)이다. 

    즉, 화폐량 증가가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물가수준만 상승케 할 뿐이다. 

    하지만 케인즈 신봉자들은 화폐량 증가가 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즉, 화폐량이 많아짐에 따라 돈을 쓰는 기회비용이 감소하고, 그 결과 자신의 호주머니만 두둑해졌다고 착각한다. 

    그게《화폐환상》이다. 

    모두 그 환상을 가지고 소비를 많이 하게 되면, 그에 따라 생산도 고용도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매우 중요한 전제가 깔려 있다. 

    바로 정부가《화폐량 증가》라는《정보》를 감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을 상대로 정보를 감추는 것 자체가《신뢰 상실》이다.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고 나타날《화폐환상》은 그나마 단기적이다. 

    시장은 솔직하고 정직하다. 

    장기적으로 모든 게 드러나고 모두가 깨닫는다.    

     

     

    ■ 나라 경제를 호텔경제학으로?

    화폐환상 보다 심각한 건 따로 있다. 

    돈 10만원은 그렇게 돌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돈 10만원이 돌아 그 지역 경제가 살아날 거란 상상은 하지 못한다. 

    《짝퉁 성장 모형》을 만들어《호텔경제학》이라 명명할 정도면, 도는 돈의 규모를 크게 잡았을테고 실제로 그렇게 규모가 커야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돈의 규모가 커짐을 전제하면, 큰 비극이 발생할 수 있다.  

     

    호텔 주인이《10만원 예약 취소》로 망하진 않을 것이다. 

    예약 규모가 커지면 어떻게 될까? 

    예약 취소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 호텔은 더 큰《외상》을 져야하고《호텔경제론》모형에 따르면, 식료품 통닭집 신발가게 빵집 등도 더 큰《외상》을 감내해야 한다. 

    그 호텔이 도산하면, 연쇄 도산을 맞을 수 있다. 

    그 근로자들은 모두 실업자가 된다.   

     

    ■ 장영자, 전매특허 침해 당했다고 화 내겠다

    그뿐일까? 

    예약 취소 고객이 많다는 건 그만큼 저신뢰 사회 임을 의미한다. 

    《게임 이론》시각에서 분석할 때,《계약의 불완전성》문제가 심화된다. 

    공리다. 

    모든 계약은 불완전하다. 

    완전성을 위한 충분조건은《신뢰》다. 

    더 쉽게,《양심》이다. 

    요즘 사회 곳곳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방적인 예약 취소 또는 대규모《노쇼》사태는《양심 부재》의 증거다. 

    경영을 위한 최악의 조건인 셈이다. 

    그러한 소문이 퍼지면, 그 나라의 평판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저신뢰 사회 는 고부가가치 창출에 한계가 따른다. 

    누차 강조하지만 대한민국은 더 이상 저개발 국가가 아니다. 

    제조업 특화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벗어나 도약을 시도할 단계다. 

    중요한 건 시스템 개선이다. 

    노동 자본 말고《사회자본》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사회자본이《신뢰》다. 

    그 사회자본이《계약의 완전성》을 가져와 기존의 노동과 자본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바로《신뢰 노믹스》다. 

    이재명《호텔경제론》은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갔다.

    전두환 정권 몰락의 시작을《장영자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금융사기꾼으로 불린 장영자 가 한 말이 당시 최대의 유행어가 됐다.

    "경제는 유통이야!"

    어디서 많이 들은 소리 아닌가?
    ▲ 단군 이래 최대의 금융사기범이라고 불리웠던 장영자가 구속되고 있다. ⓒ 나무위키

이양승 객원 논설위원 / 군산대 무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