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유세 도중 '원가 발언'에 자신의 '계곡 불법영업' 예로 들며 커피값 거론 자영업자 커뮤니티 "카페 주인들 혈압 올라가는 소리", "커피 파는 가게 다 도둑놈들" 비아냥 군산 유세서 나온 '호텔경제론'도 "'노쇼' 일어나도 돈만 돌면 된다?" 또 다시 도마에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얄팍한 경제 인식과 처방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가 최근 유세 현장에서 "커피 한 잔 원가는 120원인데 8000~1만원에 팔 수 있다"고 발언해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다", "커피 장사를 바가지 장사로 모는 발언"이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 후보가 같은 자리에서 꺼낸 이른바 '호텔경제론'도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6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유세 도중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불법 영업을 정비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닭죽 대신 커피를 팔자고 했다"며 "닭죽은 땀 흘려 팔아야 3만원 남는데 커피는 원가 120원에 8000원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웃음이 터졌지만 온라인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 자영업 현실 외면한 李 경제 인식 … 줄 잇는 폐업 

    18일 한 카페 운영자는 "4000원짜리 커피도 인건비, 임대료, 배달 수수료 빼면 남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요즘 원두값이 폭등했는데 120원은 터무니없는 말이다. 자영업 현실을 숫자로 조롱했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카페 사장은 "과열, 출혈 경쟁 속에서 커피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원가를 운운하며 마치 사기꾼과 같은 인식을 갖게 하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라고 했다. 

    각종 자영업자 커뮤티니에는 "카페 주인들 혈압 올라가는 소리", "커피 파는 가게 다 도둑놈 놈들인가", "이 후보의 참담한 경제 인식" 등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작성자는 "주변에서 이 후보의 발언을 똑바로 잡아주는 참모들이 있는가 의문이 들 정도"라며 "원두값을 원가로 보는 시각 자체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4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61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6000명 줄었다. 1월부터 연속으로 감소한 수치는 경기 악화로 폐업이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직원을 둔 자영업자의 감소세는 더 뚜렷하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7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대신 혼자 운영하는 ‘1인 사장님’만 소폭 늘고 있는 구조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혼자 포장만 가능한 소형 매장 위주로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버티기 위한 선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원스톱폐업지원' 사업 신청 건수도 폭증했다. 1분기 신청만 2만378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2% 늘었고, 5월 초 기준으로는 2만9269건으로 연간 목표치 3만건에 육박했다. 한 자영업자는 "지금은 원가가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문제"라고 토로했다.

    ◆ 다시 등장한 '호텔경제론'에 정치권도 반발

    이 후보는 군산 유세에서 논란이 됐던 '호텔경제론'을 다시 꺼냈다. 그는 "경제가 엄청 복잡하고 특별한 사람만 안다고들 생각하지만, 경제란 돈이 도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경제론의 맥락은 이렇다. 한 관광객이 시골 마을 호텔에 이틀간 묵겠다며 예약금 10만 원을 맡긴다. 호텔 주인은 그 돈으로 식료품 가게 외상값을 갚고, 식료품 가게 주인은 통닭집 외상값을 갚고, 통닭집 사장은 신발가게 외상값을 갚는다. 

    또 신발가게 주인은 빵집에서 빵을 사 먹고, 빵집 주인은 호텔 외상값 10만 원을 갚는다. 그 사이 관광객은 계획을 바꿔 호텔에 와서 예약금을 환불받고 떠난다. 실제로 마을에 새로 들어온 돈은 없지만, 돈이 한 바퀴 돌면서 마을 경제가 돌아간다. 

    이런 논리가 계속 강조되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경제재건축위원장은 "예약금은 실제 수입이 아니며, 이재명 후보의 설명은 동화 같은 허상"이라고 비판했다. 

    강사빈 부대변인도 "노쇼로 피해 본 자영업자들이 있는데, 이를 경제 활성화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발언이 단순한 유세 멘트를 넘어 자영업 현실과의 괴리를 드러낸다고 분석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 패턴이 코로나19 이후로 바뀌었기 때문에 자영업자 수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창업 확대보다 폐업 이후의 재기와 일자리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