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순천 유세서 "당이 갈라져 싸우는 게 좋나""총선서 이기고 듬직한 민주당 거듭나"친명 적격·비명 부적격 '비명횡사' 공천 환기李 "체포동의안 가결, 당내 일부가 검찰과 짜"이상휘 "정치 보복, 권력 행사 잔인하게 한 것"우원식·김두관 "돌연 지난 일 두고 논란 자초"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 닷새째인 15일 전남 순천시 연향동 패션의 거리에서 열리 선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전남 순천=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유세에서 당내 '일극체제' 비판에 대해 "부러워서 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제왕적 리더십과 충성 경쟁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16일 오후 전북 군산 유세에서 "당이 편 갈라 싸우는 게 좋나"라며 "총선에서도 압도적으로 이기고 듬직한 민주당으로 다시 거듭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충성 경쟁만 강조되고 다양한 의견은 무시된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사이렌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민사이렌은 더불어민주당이 운영 중인 ‘민주파출소’ 등으로 부당한 고소·고발 또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의 피해를 입은 언론인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전용 창구다. ⓒ정상윤 기자

    이에 이상휘 국민의힘 국민사이렌센터장은 이날 '이재명 후보, 1극 체제 부럽나라니 독재 예고 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재명 세력'을 "혼자 제왕처럼 위에서 군림하며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모두를 장악하고 자신의 뜻에 순응하지 않으면 좌표 찍고, 정치적으로 억압하고, 권력으로 짓누르는 그런 행태를 반복해 온 반민주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 센터장은 "이재명 세력은 거대한 권력을 손에 틀어쥐고 있는 집단이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들이 그 권력을 이용해 오직 이재명 방탄, 비호에만 혈안이라는 것"이라며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에선 그야말로 비명계 인사들에 대한 학살, ‘비명횡사’ 사태가 발생했다. 당내에서 자신에 반대 입장을 가진 이들을 감별한 뒤 좌표를 찍었고, 소위 ‘개딸’들을 동원해 사실상 ‘이재명 사천’을 실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는 이후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은 당내 일부가 검찰과 짜고 한 것', '일부러 부결시켜달라고 해서 가결표 던진 의원들이 드러나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 본 것'이라는 발언을 하며 '정치 보복'을 했다는 사실을 자인하기도 했다. 본인의 과거 발언대로 '권력 행사를 정말 잔인하게 한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리고 그 빈자리는 이재명의 호위무사, 대장동 변호사들로 채웠다. 이들은 심지어 국회 법사위에 집중 배치됐고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검찰을 공격하고, 법원을 압박하며, 심지어는 범죄를 범죄가 아닌 것으로 만드는 입법 테러까지 자행했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민주당이 이재명이라는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민주주의가 약화된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이런 전체주의, 봉건 세력이 만약 이번 대선에서 정권을 잡게 된다면,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게만 여겼던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는 한 순간에 무너져버릴 것이 분명하다"며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에서 자유 민주주의가 더욱 꽃을 피우는 선진 국가로 다시 태어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황제정에 지배당하는 후진국으로 전락하느냐를 결정짓는 중대한 선거"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은 이재명 후보의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이 단순한 정치적 공격이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충성 경쟁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김윤식 전 시흥시장이 2024년 2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이 후보는 당 대표 시절 '공천 학살은 없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비(非)이재명계(비명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배제됐다. 각각 조정식 사무총장의 지역구(경기 시흥을)와 한준호 의원의 지역구(고양시을)에 출마를 준비하던 김윤식 전 시흥시장과 최성 전 고양시장은 각각 경선 불복과 당정 협력 일절 불응을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자 '공천 학살'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성추행 논란으로 컷오프됐던 정봉주 전 의원과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 옹호로 도마에 올랐던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친명계 인사들이 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공천 심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민주당 비주류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입장문을 내고 "공직후보자 검증은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한 친명의 사유화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김 전 시장과 최 전 시장은  2023년 12월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적격 판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김 전 시장은 "경선을 하지도 않았는데 경선 불복이 있을 수가 있나"라며 "당 총선 승리를 기획하고 당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헌신해야 할 사무총장이 지역구 경쟁 상대를 제거하는 데 당직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시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당정 협력 일절 불응이라고 판단한 것은 명백히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거나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우호적인 인사로 세칭 분류되는 것에 대한 정치탄압으로밖에 해석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김 전 시장은 2024년 2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하며 "이재명 일당은 이번 총선 공천을 통해 민주당을 완벽한 이재명 사당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시장의 입당은 민주당 내에서 입지가 좁아진 비명계 인사들의 반발이 결국 탈당으로까지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당시 불거진 '일극체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지난 3월 이 후보가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을 언급하며 재점화되면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 2023년 9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는 3월 5일 매불쇼에 출연해 당 대표 시절인 2023년 9월 국회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사실을 두고 "당내 일부와 (검찰이) 짜고 한 짓"이라며 "제가 (체포안에 가결한 의원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경선을 했는데 당원들이 (비명계를) 다 가려낸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앞서 그의 발언은 체포안에 가결한 이른바 '비명계' 의원의 공천 탈락에 대한 해명이자 이들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될 여지가 있었다.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그로부터 이틀 뒤인 3월 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대표와 거리를 뒀던 사람들은 전부 검찰하고 짜고 이 대표를 죽이려고 한 사람들이라고 인식될 수 있다"며 "대다수의 소위 반명계, 비명계 인사들이 검찰과 짜고 행위를 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제가 볼 때는 조금 오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SNS에 "어제 통합 행보를 한다면서 분열적 발언을 한 이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런데, 사과는커녕 친명계로 불리는 일부 의원들이 이 대표의 호위무사가 되어 다시 과거를 들춰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시 이 대표의 말 바꾸기(불체포특권 포기)를 놓고 당 안팎에서 비판이 있었다"며 "이쯤 됐으니 둘 중 어떤 것이 본인의 진심인지는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저를 비롯한 당내 다양한 분들을 만나 통합의 메시지를 내다 돌연 지난 일을 두고 논란을 자초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지난 총선에서 낙천과 배제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당을 떠나지 않고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려 하는 동지들과 그 지지자들의 상처를 덧내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