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 재직 당시 비서실 PC 하드 공개"李 성남시장 당시 대장동·성남FC 문건 복구""李 측근이 검찰 압수수색 전에 지인에게 유출"'대장동 사건' 관련자들, 앞서 줄줄이 유죄 판결법조계 "민간업자 유착 입증되면 李도 유죄"
  • ▲ 더불어민주당 전 권리당원 백광현 씨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성남시'에서 검찰 압수수색 전 은폐컴퓨터 PC 하드에 대한 1차 포렌식 작업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의혹' 재판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비서실 PC 하드디스크에서 대장동 개발과 성남FC 후원 관련 문건들이 다수 복구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더불어민주당 전 권리당원인 백광현씨는 지난 16일 "이 후보 성남시장 재직 당시 비서실 PC 하드디스크에서 대장동 관련 문건을 포함한 다수의 자료를 복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백씨는 지난 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해당 하드디스크 존재를 공개하며 "이 후보 측근이 검찰의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사전에 인지했다"며 "하드디스크를 지인에게 맡긴 뒤 지금까지 회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사건'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관련자들이 연이어 유죄 판결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23년 3월 시작된 이 후보 재판은 2년여간 1심에 머물러 있다.

    법조계에서는 포렌식 작업으로 복구 된 파일들이 답보 상태인 '대장동 재판'의 핵심 증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04.29. ⓒ서성진 기자

    ◆ 민주 권리당원 출신 백씨, '李 성남시' 하드디스크 공개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백씨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남시청 PC 하드 속에 담긴 문서 일부를 공개했다. 백씨에 따르면 해당 하드디스크는 검찰의 성남시청 압수수색 전 이 후보 측근이 은폐한 물건이다.

    백씨는 기자회견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과 협업해 하드의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고 두 번에 걸친 포렌식 작업 결과 70%의 자료를 복구했다"며 "깡통 하드는 70% 정도의 복구 만으로 약 1000개에 가까운 파일들이 살아난 황금 하드로 변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하드의 적출 폐기를 지시, 실행하기 전 의도적으로 파일을 삭제했다는 증거일 것"이라며 "하드에는 '성남시장의 연설문'을 비롯한 비서실 업무 문서는 물론 대장동과 관련한 '용적률에 따른 분양가 변동 보고서' 등 그 시절 중요 문서들이 가득했다. 또 '사내 메신저 내역' 같이 주요 사건의 알리바이나 증거가 될 만한 기록들도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하드 속 파일 명단에는 '대장동 공동주택 분양가 추정' '시장님 개별 지시사항' '민관대책위원회 회의 개최 결과' 등이 있었다. 특히 '수사 진행사항140109'라는 제목의 파일도 존재했다.

    파일 최종 수정 날짜는 2013~2014년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2010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성남시장으로 근무했다. 이 기간에 성남시청은 두 차례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2016년 6월, 성남지청은 2017년 3월 24일 각각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백씨는 지난 7일 해당 하드의 존재를 처음 공개하며 하드 주인인 A씨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 재임 시절 당시 이재명의 측근으로 분류되던 정무직 공무원이자 대장동 사건 초기 언론에서도 주목했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백씨에 따르면 A씨는 "곧 검찰 압수수색이 나온다고 한다"며 하드를 지인에게 전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이 실제로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백씨는 "누군가 보험용으로 남겨둔 것인지 또는 정적 제거용으로 남겨 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된 공용물과 공용전자기록물을 이재명의 최측근이 의도적으로 손상·은폐·인멸하려 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의 압수수색 날짜를 알려준 건 누구이며 증거인멸을 지시한 건 누구인가"라며 "공무원 개인의 일탈인가, 이번에도 또 이재명은 아닌가, 김문기 씨를 모른다던 이재명씨는 이 하드의 주인 역시 잘 모르시나"라고 물으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백씨는 지난 대선 때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최초 제보한 조명현씨의 대변인을 맡았다. 민주당은 2023년 백씨가 이 후보 등을 모욕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최고 징계 수위인 '제명'을 의결했다.
    ▲ 법원. ⓒ정상윤 기자

    ◆대장동 관련자 연이은 유죄…하드, 李 재판 '판도라 상자' 되나

    이 후보의 최대 사법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의혹'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이 후보가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7886억 원의 이익을 제공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에 4895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 지난 2023년 3월 이 후보를 재판에 넘겼다.

    또 이 후보가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과 관련해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주고 부당 이익 211억 원을 얻었다고 봤다. 

    이 후보는 성남FC 구단주로서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 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브로커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을 받아 성남도개공을 사업에서 배제해 20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가 있다며 2023년 10월 추가 기소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사건 관련자들이 연이어 유죄 판결을 받고 있다.

    '대장동 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7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후보의 '분신'으로 불렸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같은 달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1심에서는 유죄를 선고 받은 바 있다.

    백현동 개발 사건에서도 관련자들의 유죄 판결이 잇따랐다.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지내며 백현동 개발업자 등으로부터 8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달 9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은 지난달 4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고 이 후보의 최측근 인사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5년을 확정 받았다.

    김 전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한 알선의 대가로 정 회장에게 77억 원을 수수하고 5억 원 상당의 공사장 식당 사업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계에서는 성남시장으로서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후보가 사건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이 후보 역시 유죄 판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면 검사가 추가 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할 것"이라며 "이 후보와 민간업자 간 유착 관계가 입증된다면 이 후보도 유죄 판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황금 하드디스크' 의혹에 대해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의혹투성이"라며 이 후보의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현재까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