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유동균 전 구청장 재직 당시 이매숙 전 의장 가족 병원에 공공건물 임대 돌연 교육·문화시설 설립 계획 접고 임대료까지 낮춰 임대계약 종료됐는데도 퇴거 거부해 공공복지타운 설립 발목
  • ▲ 입주 특혜 의혹이 제기된 A요양병원

    서울 마포구가 장애인 시설 설립이 예정된 공공건물을 민간에 유리한 조건으로 전직 마포구의회 의장의 가족이 운영하는 병원에 임대한 사실이 드러나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임대가 성사된 시점은 유동균 전 마포구청장이 취임한 직후인데 해당 병원장의 모친은 전직 마포구의회 의장이다. 두 인사는 과거 지방정치권에서 활동하며 가깝게 지내 온 사이로 친분 관계를 통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 마포구 공공건물, A요양병원 입주까지의 2년 흐름

    ◆ 교육·문화시설 2년 모집하더니…구청장 교체 후 병원 입주로 급선회

    16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특혜 의혹이 제기된 곳은 마포구 A요양병원이다. 해당 병원은 2019년 3월 옛 마포구의회 청사 건물 사용권을 낙찰받아 현재까지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마포구는 당초 해당 건물을 교육·문화시설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인근에 위치한 마포중앙도서관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구상이었다. 마포구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부터 모집 공고를 진행해 2018년 7월께에는 과학 전문 B기업과의 입주 협의가 최종 단계에 이른 상태였다.

    하지만 2018년 7월 유동균 전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마포구는 B기업과의 협의를 중단하고 이듬해인 2019년 2월 돌연 요양병원 입주 공고를 냈다. 공고 후 3주 만에 A요양병원이 낙찰자로 결정됐다. 앞서 B기업의 입주 협의에 4개월 여 소요됐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결정으로 의문을 낳았다.

    특히 마포구는 유 전 구청장이 당선된 뒤 건물의 사용 계획을 변경했고 계약 조건도 병원에 유리하도록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A요양병원 병원장의 모친은 이매숙 전 마포구의회 의장으로 그는 민주당 소속으로 2002년 제3대 마포구의회 의원에 당선된 뒤 제4·5대까지 세 차례 의정 활동을 했다. 제5대 후반기에는 의장에 당선됐지만 선거 과정에서 동료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유 전 구청장 역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1995년 제2대 구의회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2010년 복귀해 서울시의회를 거쳤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진보 성향의 지방정치권에서 활동해온 인물들로 "서로 가까운 사이였다"는 증언이 나온다.

    마포구와 A요양병원의 계약이 진행될 당시 마포구의회에서 의정 활동을 한 강명숙 전 구의원은 "이매숙 전 의장과 유동균 전 구청장은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며 "구의원들 사이에서도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 마포구의 (좌) 2017년 입주 모집 공고 (우) 2019년 입주 모집 공고

    ◆ "입찰 조건도 병원 맞춤"…임대료 1억 낮추고 건물 용도도 바꿔줘

    마포구는 건물 입주 조건도 A요양병원에 유리하게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구는 초기에 연 3억8147만 원으로 책정했던 임대료를 병원 입주 모집 공고가 나간 시점에는 연 2억9552만 원으로 낮췄다. 임대료를 거의 1억 원이나 줄인 것이다.

    또 해당 건물은 일반 '업무시설'로 구분돼 병원 운영이 불가능했지만 마포구는 '의료시설(요양병원)'로 용도 변경까지 진행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A요양병원이 들어올 수 있도록 임대료, 용도, 입찰 시기까지 모든 조건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매숙 전 의원은 5년 단위로 이뤄지는 공공건물 사용 계약에서 유동균 전 구청장이 추가 5년 계약 연장을 구두로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정치권 인사 사이의 이면 특혜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주장이다.

    A요양병원은 현재 해당 구두계약을 내세우며 건물 사용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나가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에 대해 A요양병원 측은 입주 당시 정치적 영향력은 없었으며 오히려 퇴거를 요구받고 있는 지금이 정치적 보복이라는 입장이다. 이매숙 전 의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민주당 출신이고 현 구청장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보니 사용 계약을 종료하고 퇴거 압박을 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본보는 일련의 논란에 대해 유 전 구청장에게도 답변을 요구했으나 "오래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 장애인복지타운 표류…"단순한 계약 분쟁 아니다"

    정치 인사간 특혜로 인한 문제는 현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A요양병원이 계약 종료 후에도 건물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포구는 지난해 3월 병원의 공공건물 사용 계약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이 건물에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직업재활시설, 가족지원센터 등을 통합한 복지타운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병원이 퇴거하지 않으면서 복지타운 조성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한 마포구의회 의원에 따르면 관련 예산도 집행되지 못하고 불용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병원 측은 전 구청장의 5년 연장 구두 약속 등을 근거로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현재 병원은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시간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공공 복지사업을 위한 공간인데 지금은 민간 병원이 차지하고 있다"며 "전직 구의회 의장이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구민의 공공재산을 사유화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뿐이다"고 분노를 토로했다.
김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