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공약 '경제 살리기' 한목소리AI 등 '미래먹거리' 확보 공통분모 불구 '시각차' 뚜렷첨단산업에 낡은 규제, 전통산업, 대기업 등 차별 먼저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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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6·3 대선 후보들이 최우선 공약으로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의 1호 공약은 그동안 산업계가 지속적인 지원과 개선을 요구해 왔던 내용의 '재탕'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표된 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공약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자유 주도 성장,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역시 '대통령 힘 빼고 일 잘하는 정부'를 각각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제 우리나라 경제는 비상계엄과 탄핵 등의 영향으로 올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마이너스(전 분기 대비 0.2% 감소)를 기록했다. 올 전망도 어둡다. 애초 1.6%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던 전망치는 0%(0.8%)대로 곤두박질쳤다. 저성장 늪에 빠져 버렸다. 

    대선주자들이 '침체된 경기를 최우선으로 회복시키자'고 한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듯하지만, '공정경제 VS 자유경제'라는 뚜렷한 시각차다. 

    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미래먹거리 신산업 육성과 R&D(연구개발) 확대를 주요 과제로 담았지만, 이재명 후보는 '공정한 경제구조'를, 김문수 후보는 '자유 주도 성장'을 강조한다.

    큰 차이다. 이 후보는 대기업 반칙행위를 막아 중소기업 성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고, 김 후보는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극대화를 위한 규제 철폐를 중심으로 한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기업 환경이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공약의 실현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지만, 구체적 방안은 없다. 이미 세수는 펑크나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낡은 규제는 기술과 산업혁신을 따라가지 못한다. 또 첨단산업과 전통산업에 대한 차별과 '지원=특혜'라는 공식에 사로잡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차별은 그대로다.

    수년에 걸쳐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은 물론, 철강, 조선, 방산 등 주력산업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해 왔지만, 아직도 제자리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헤매는 우리나라와 달리, 경쟁국들의 움직임은 발 빠르다.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경쟁국들은 이미 자국 산업 육성과 보호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미국과 글로벌 패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의 도전은 부러울 정도로 거침없다.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은 10여년 만에 미국과 나란히 글로벌 R&D 중심축으로 우뚝 선 것이다.

    대선 후보들 역시 이 같은 글로벌 시장 변화에 1호 공약으로 AI,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해 경기침체를 벗어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현실은 녹록잖다.

    국회는 물론, 산업계, 학계가 "반도체 등 전략산업 키워 성장률 높여야 한다"는 간절한 요청은 탄핵정국에 이은 조기 대선으로 타이밍을 놓쳤다.

    산업계 및 학계의 정부에 대한 지원 요청은 단순하다. 정부가 매년 5조5000억원을 반도체에 직접 지원하면, 지원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해 GDP가 매년 7조2000억원씩 추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단순한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조차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

    실제 GDP 1%(22조원)를 반도체에 지원할 경우 국세 수입이 매년 약 4~6조원 증가하는 만큼, 5~6년이면 지원금이 모두 정부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대기업 특혜라는 인식과 주52시간에 대한 정치권의 견해차는 아직 좁혀지지 못하고 있다. 1호 특별법 마련 부진으로 제2, 제3 주력산업 특별법 역시 꿈도 못 꾸는 형국이다.

    경제 살리기라는 큰 판을 짜기 전 준비해야 할 사안도 태산이다. 규제가 기술과 산업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첨단기업 상당수가 경쟁국보다 과도한 규제와 낡은 규제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력규제 사례로, TSMC는 노사가 '합의'하면 하루 근무시간을 12시간까지 늘릴 수 있어 핵심 인재들이 근로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기술개발에 매달릴 수 있는 만큼, 주52시간 근무제도의 예외를 적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또 채혈기(의료기기)와 혈당 측정 진단기기(진단 의료기기)가 융합된 제품을 개발했는데, 의료기기 인증과 진단 의료기기 인증을 따로 받아야 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 기술규제 사례 등 기업 10곳 중 7곳이 규제이행에 부담이다.

    대선주자들이 AI 등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선다는데, 실상은 처참하다. 이차전지업체 58%, 바이오 업체 56.4%, 반도체업체 54.9%, 디스플레이업체 45.5%가 낡은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치 싸움에 답변은 없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전쟁 등 대내외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경제 살리기'를 1호 공약으로 내 건 만큼, 이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도 대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100대 정책과제를 담은 '미래 성장을 위한 제안'이다. '과거의 성장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우리의 첨단산업과 전략산업 모두 중국 기업에 잡아 먹힌다는 절박함이 담겼다.

    경제 살리기. 경제 분야만큼은 정치가 따로 있을 수 없고, 대기업 중소기업 차별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수년간 여러 차례 정부와 정치권에 요청한 산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기술과 산업혁신을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 전봇대를 과감히 뽑아내고,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그리고 대기업, 중소기업 차별 없이 껴안아야 한다.
최정엽 산업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