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계파 갈등으로 점철된 21대 대선이재명 'AI 육성' 내걸고 외연 확장 박차'김문수 표' 비전 절실 … "파격 공약만이 살 길"
  •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두 달 가량 앞둔 2022년 1월 7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자신의 SNS에 올린 공약이다. 7음절에 불과했으나 반향은 상당했다. 특히 여성과의 역차별을 주장하며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이대남'(20대 남성)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정치권에선 윤 전 대통령과 갈등 관계였던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포용하는 동시에 '이대남'의 지지율을 반등시킨 묘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21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닷새째를 맞은 16일 전국적으로 선거 유세가 한창이지만 '킬러 콘텐츠' 부재로 국민의힘은 뚜렷한 반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5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49%를 기록했다. 그 뒤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27%),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7%)가 이었다. 16%는 답을 유보했다.

    물론 16일 동시에 나온 ARS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간의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추세적으로 흐름이 반전됐다고 보기에는 무리다. 

    이러한 결과는 국민의힘이 내놓는 대선 공약에 대한 실망과 가라앉지 않는 계파 갈등, 수습되지 않는 책임론 공방 등이 '선거 피로도'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여의도 정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문수 후보가 제시하는 비전이 '선악 대결'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유권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 문제 등으로 시간을 허비했고, 이후 계파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국민의힘이 원팀으로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열차가 산으로 간 느낌이 없지 않다"며 "이재명 후보와 차별화된 킬러 콘텐츠를 발굴해야 하지만 선대위 안에서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기에는 아직 분위기가 제대로 세팅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내놓는 정책 어젠더는 유권자 뇌리에 박히지 않는 상대적으로 소구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당내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는 재원 마련 등 실천 방안이 부족해 비판을 받고 있지만, 미래 먹거리 산업인 AI(인공지능) 분야를 선점하는 공약을 내놓아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서 "국민의힘은 과거 이대남 사례처럼 샤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빈틈 공략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1번 공약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을 내걸면서 AI 기술 등 신산업 집중 육성을 통해 성장 기반 구축을 내세웠다. 이른바 'K-엔비디아'의 현실성을 차치하더라도 미래 산업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중도 외연 확장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 공약 ⓒ페이스북 캡처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지지율 반등에 성공했다. 건진법사 등 다수 논란으로 지지율이 크게 빠져 위기에 봉착했으나 2030 남성을 겨냥한 여가부 폐지 등의 공약은 숨어 있던 표심을 뒤흔들어 대선 판도를 뒤흔들었다.

    '여가부 폐지' SNS 글을 올린 다음날 뉴스핌이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후보는 40.3%를 기록했다. 당시 34.7%에 머무른 이재명 후보를 5.6%포인트차로 앞섰다. 

    연령대별로 보면 윤 후보는 40~50대층에서 이 후보에게 뒤지는 결과를 받았지만, 2030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직전 조사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보다 2030 청년층 대상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여가부 폐지 글 이후 조사에선 역전했다.

    만 18세~20대의 경우 윤 후보는 38.2%로 21.4%에 머무른 이 후보를 16.8%포인트 차로 앞섰고, 30대에서도 16.1%포인트 차 우위를 보였다. 고령층에서는 55.2%의 지지율을 기록해 우세를 나타냈고, 최종 대선 당일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당시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여가부 폐지 외에도 병사 월급 200만 원 등 현실적인 청년 정책도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대선 공약은 너무 거시적이면 피부로 와 닿지 않기에 청년과 중도층이 현재 가장 갈증을 느끼는 곳을 찾고 파고 들어가야 현재의 불리한 지형을 뒤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5일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한 결과에서도 정책 대결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후보자 선택 시 고려 사항에 대한 질문에 '능력·경력'(31.8%), '정책·공약'(27.3%), '도덕성'(22.9%), '소속 정당'(12.9%) 순으로 집계됐다. 능력과 정책 공약이 도덕성보다 우위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편, 한국갤럽 조사는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2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다.

    조사는 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은 무선전화 가상번호 90%, 유선전화 RDD 10%, 응답률은 17.0%이다.

    기사에 언급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27.6%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어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