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지난 3월 3.6조 규모 유증 방안 발표금감원, 두 차례 증권신고서 반려 및 정정 요구오락가락 행보로 심사 늦어지고 혼선 가중 "K-방산 신화 지속 위해 적시 대규모 투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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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에어로 유증에 대한 금감원 승인이 늦어지면서 투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화에어로
“기업이 격변하는 세계 정세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딴지를 걸고 있네요. 도대체 유상증자 승인이 왜 이렇게 늦어지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2차 정정까지 했는데 왜 이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끄는지 모르겠습니다. 금융당국의 능력이 부족한 건가요? 빨리 유증 승인을 해야 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종목토론방에서 이와 같은 반응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유증은 주주가치 희석 우려로 인해 주가 하락을 동반한다. 그래서 주주들은 유증에 반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화에어로 유증의 경우에는 주주들의 반응이 확연하게 다르다. 오히려 유증 심사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한화에어로 유증 심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앞서 한화에어로는 지난 3월 20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증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한화에어로는 유증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으로 ▲현지 공장 설립 등 해외 지상방산 거점 투자 ▲방산 협력을 위한 지분 투자 ▲국내 추진장약(MCS) 스마트 팩토리 시설 및 주요 방산 사업장 설비 투자 등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 한화에어로는 유증에서 확보한 자금으로 공장 설립 등 거점 투자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
하지만 3조원을 넘는 역대 최대 유증 금액에 한화그룹 경영승계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게다가 지난해 고려아연 사태로 인해 유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진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금감원은 두 차례에 걸쳐 한화에어로 유증 증권신고서를 반려하며, 정정 요구를 했다. 한화에어로는 결국 지난달 8일, 30일에 증권신고서를 정정했으며, 이달 14일에도 1분기 분기보고서를 내면서 추가로 수정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가 유증을 발표했던 시점에는 ‘유증을 경영승계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소지가 있었다.
유증 발표 일주일 전인 올해 3월 13일, 한화에어로는 1조3000억원의 자금을 들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기업들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매수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주가 아니라 총수 일가를 위한 유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한화에어로는 유증 규모를 당초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했다. 나머지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를 통한 제3자 배정방식으로 조달하는 구조로 바꿨다.
또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보유 중이었던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승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한화 기업가치를 낮춘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 ▲ 손재일 대표가 올해 3월 주총에서 유증에 대한 발언을 하는 모습. ⓒ한화에어로
한화에어로 입장에서는 유증 관련 비판을 수용해 정정신고서에 반영했지만 유증 심사만 계속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K-방산의 신화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 투자가 지연되면서 투자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방산업계에서는 ‘투자 적기(適期)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현재 K-방산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지만 추가 투자가 없다면 호황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는 지난 3월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K-방산에 대한 선진국들의 견제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현지 대규모 신속투자가 절실하다”면서 “해외 입찰을 위해 부채비율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차입보다 유증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오히려 금감원의 ‘오락가락’ 행보가 혼선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한화에어로가 유증 발표를 했을 때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최대한 빠르게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차 정정 이후에는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와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작성하게 할 것”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이후 2차 정정 요구 후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가 지난달 27일 경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한화에어로를 겨냥해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일부러 갓끈을 매면 안 되는데 제일 큰 나무 밑에서 맸다”고 언급했다.
한화에어로 유증 사안은 주주 권익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신중한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원칙 없는 행보로 인해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되거나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

김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