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가산점 논란 … 김문수 민주당 의원 선대위 사퇴여성 반발 이유는 '출산=여성의 의무' 프레임 때문"출산 여부 한정하지 않고, 돌봄 노동 인정해야""출산 가산점→돌봄·양육 가산점으로 전환해야"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 김문수 민주당 의원. ⓒ김 의원 페이스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에 '남성 군 복무 경력 호봉 의무화'가 포함된 것을 두고 여성 유권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문수 민주당 의원이 여성에게 '출산 가산점'을 주겠다는 발언을 한 뒤 여성 차별 논란이 일자 결국 공식 사과하고 선대위에서 사퇴했다. 

    출산 가산점을 둘러싼 여성들의 반발 이유는 단순히 '혜택'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그 속에 깔린 왜곡된 성 역할 인식과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합계출산율 0.7명대를 기록하는 한국의 구조적인 저출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돌봄·양육 가산점 등 성평등한 일·가정 양립 지원 공약이 제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출산 가산점, '형평성' 논란 … 구조적 문제를 '여성 개인'에게 전가

    민주당 김문수 의원이 여성 유권자들의 항의 문자에 답하는 과정에서 출산 가산점 발언을 해 논란이 발생했다. 민주당의 10대 공약 중 '군 복무 경력 호봉 반영'이 포함되자, 여성 유권자들은 '여성을 위한 공약은 왜 없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김 의원은 "여성은 출산 가산점이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이 발언은 SNS를 통해 확산되며 "출산한 여성만 여성인가", "여성은 출산 후에만 취업 기회가 있는가"라는 비판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출산율 저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 결혼 기피, 경제적 부담, 난임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낳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군 가산점과 출산 가산점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군 가산점은 20대 초중반 취업 직전에 군 복무를 마친 사실상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혜택이 부여된다. 반면 출산 가산점은 출산 시점과 무관하게 취업 시기에만 가산점을 부여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한국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은 지난해 기준 만 33.7세로 이는 여성들이 이미 사회 진출 후 경력을 쌓고 있는 시기에 가깝다. 취업 시기와 출산 시기의 괴리로 인해 실효성이 낮고 오히려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
    ▲ ⓒ뉴시스

    ◆ 출산 도구로만 인식? … "출산 가산점→돌봄·양육 가산점으로 전환해야"

    출산 가산점을 둘러싼 여성들의 반발은 '출산 여부로 여성의 능력과 기회를 결정지으려 했다는 점에 대한 거부감'에 있다.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기여를 출산 여부로만 평가하는 협소한 시각이라는 것이다.

    또 해당 정치인이 '여성=출산'으로 보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개인 선택이 아닌 구조적 문제를 여성에게 전가시킨 점도 여성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경력단절, 양육부담 등 사회구조적인 배경은 외면한 채 여성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출산=여성의 의무'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여성들의 반발 이유에 대해 "아이를 반드시 낳아야 하는 재생산의 기계가 되어야만 국가로부터 점수를 받는다는 발언 속에서 여성이 국가 내에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대선 후보자들은 여성들에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출생 해소를 위해 '돌봄·양육 가산점'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양육부담과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윤김 교수는 "아이를 낳을 경우 더 나은 미래가 그려지지 않을 것 같을 때 여성은 결혼보다 혼자 있는 삶이 더 나은 삶이라고 여기게 된다"며 "출산과 양육의 책임을 여성 개인에게 돌리는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사회학과 교수도 "출산 가산점이 아니라 돌봄·양육 가산점을 도입해야 한다"며 "이는 여성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성별 구분 없이 '돌봄 기여도'를 경력에 반영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정혜영 기자